posted by 해이든 2020. 2. 5. 22:20

1001번가의 스토리보드

<해는 다 당도하여 벌써 이불자리를 펴는데 너는 이제야 당도하면 어쩌자는거야?>
<내가 좀 느리지 않소>

<느린 걸 알고 있으면 좀 일찍 출발했으면 되는 거 아니냐. 너도 참 쯔쯧>  혀를 찼다.

<좀 늦었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까지 한심한 표정이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자가 있지. 자신이 느리다는 걸 모르는 이와 자신이 느리다는 걸 아는 자, 자신이 느리다는 걸 모르는 자는 남의 속은 태워도 제 속은 편하지, 근데 자신이 느리다는 걸 아는 자는 제 속도 타고 남의 속도 태우지. 바로 너같은 자, 느리다는 걸 알았으면 좀 일찍 출발했으면 지금처럼 땀 흘리지 않았을 걸..>

<그럼 이제 제가 한마디 하죠. 저도 두 종류로 나누어 보죠. 나누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다른 사람이 느리다는 걸 알고도 힘들게 온 사람을 배려하여 수고했다고 하는 이가 있는 반면 남의 약점을 들추어 타박하고 맥 빠지게 하는 이가 있지요. 당신은 앞인 것 같소, 뒤인 것 같소?>

<뭐야? 네가 잘했다는거야?>

<잘잘못을 떠나 당신이 행복하다면 내가 잘못했소, 됐소.>

<진심 빠진 사과 사양하지>

<배려없는 조언도 사양합죠!>

말이란 건 이렇다.

말이 가진 효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들이 참 많다. 말로 상대를 깍아내리는가하면 말로 상대를 치켜줌에 따라 다른 마음의 방에 들어가게 된다. 말이란 하늘에 닿기도 하고 바닥에 붙기도 한다. 천지차이다. 말 한마디 말끝에 따라 꽃이 피기도 하고 벌처럼 쏘기도 한다.

말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다. 그 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 것이다. 약이나 독을 구분하지 못하는 말버릇은 주위에 빛을 잃게 한다.

또 변명이나 해명을 자주 하고 있다면 당신의 말버릇을 둘러봐야 한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은 누구나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버릇이 되어버렸다면 무의식적으로 행해져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수고했다 한마디면 꽃 피웠을 일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혀를 차는 모습에 반감이 생겨 서로를 벌처럼 쏘는 꼴이 되었다.

아무리 좋은 충고나 조언도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다. 말을 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진심을 전달하는 도구가 얼마나 잘 정제되어 있느냐에 따라 마음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