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8. 10. 27. 15:57

사람냄새 나는 곳에 머물고 싶다.

너무 흔한 풍경이라 몰랐던 것이 요즘은 이 모습이 얼마나 힐링이 되는 줄 모른다.

도시생활 속에서 너무 찌들어 버린 삶이라 그런가  저기 한 그루의 나무에게도

하천에 흐르는 물소리에도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돈이 되는 곳에는 정서가 없다.

돈이 되는 것에는 의리가 없다.

밥 짓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밥이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지 않고

김에 참기름 바르고, 소금 뿌려 굽는 그 잘잘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돈이 있는 곳엔 줄만 길게 늘어져

자극적인 냄새로 자극적인 가격으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꼬인다.

이 소리가 그리웠다.

이 냄새가 그리웠다.

신발 벗어두고 바지단 돌돌 말아 올려 첨벙 첨벙 담그던 그 장난꾸러기 시절이 그리웠다.

맑은 물줄기 사이로 유유히 빠져 나가던 물고기를

쫓아다니던 그 시간이 그리웠다.

잘도 도망다니던 그 작은 물고기로 인해 얼마나 약 올라 했던가.

잡은 물고기 가지고 얼마나 괴롭혔던가.

움직이지 않는 물고기가 죽은 줄 알고 미안해하며 톡톡 건들면

움직이는 것에 죽은척 했다고 또 얼마나 쪼물닥쪼물닥 괴롭혔던가.

재미없어 물가에 다시 놓아주면

잽싸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내 착함에 감사하라 하지 않았던가.

빨간 고추 몇 개 따 오라는 엄마 말에

짜증나서 파란 고추 마구 따서 얼마나 혼났던가.

'청개구리같은 녀석'이라고 말이다.

이제 보니 저 빨간 고추가 저리 탐스럽고 아름다웠던 것일까.

고추 대롱대롱 열려있는 고추밭 보며 행복해 하던 엄마의 미소가 안개처럼 번진다.

그래 이런 마음이셨구나.

어릴 적 저 노란 꽃심 잘라 소꿉장난한다고

노란계란자로 둔갑시키고

돌로 만든 상에 조개껍데기로 접시 만들어

코질질이 서방앞에 갖다 주고

"여보, 식사하세요" 했던 그 넘이 이렇게 피어있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에서

창문 틈 사이사이 테이프 다 발라가며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겠다' 무장하고 산 지 좀 됐다.

아침 일어나 보이는 저 광경은 수묵화가 따로 없었다.

왜 이런 풍경을 우린 잊고 살아갈까,

어릴 적 '저기에는 산신령이 살고 있다'는 엄마 말을 찰떡같이 믿고 살았다.

왜냐하면 정말 살고 있을 것 같은 풍경이 아니던가.

돈이 있는 곳에는 감정의 풍요가 없다.

삶의 풍요가 없다. 인간미가 없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웃의 방해를 원치 않는다.

자신의 영역만을 지키려는 개인적인 사심만 가득하다. 

여기는 모두가 한공간이다. 한 집이다. 한 이웃이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빌딩사이로 사람이 모인다. 아바타들이다.

다들 캐릭터가 우리의 표정을 대신하고 있다.

점점 감정표현에 무뎌지고 있다.

나중에 소리내는 법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