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20. 2. 15. 15:41

 

스칼렛 요한슨(그리트 역)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모티브로 소설이 써지고 그 소설을 각색하여 2003년에 만들어져 개봉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콜린 퍼스(베르메르 역)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콜린 퍼스)는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많았고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그는 작품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쪼들렸다. 외상을 달아놓고 고기를 사고 약을 구입해야 했기에 아내 카타리나 (에시 데이비스)는 남편에게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집안 사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작업실에만 틀혀박혀 그림만 그리는 남편에게 말이다. 화가로서 실력은 뛰어났으나 집안 가장으로서는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임신한 아내와 줄줄이 딸린 자식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길은 오직 그가 그림을 완성해서 후원자인 라이벤에게 팔아야 했다.

 

 

주디 파핏(마리아 틴스 역)

 

카나리나의 엄마이자 베르메르의 장모였던 마리아는 베르메르가 완성된 작품을 후원자에게 파는 중개인같은 역할을 했다. 딸은 신경질적이고 예민했다. 보석이나 들여다보며 귀부인처럼 우아를 떨 뿐이었다. 실질적 집안 살림과 경제를 관리하는 건  장모 마리아였다. 그녀는 라이벤의 후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그가 원하는 그림을 사위가 그리면 파티를 열어 라이벤에게 선보였다. 그녀에게 사위의 그림은 그저 돈벌이에 지나지않았다.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원자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래야 파산하지 않는다.

 

 

 

에시 데이비스(카타리나)

 

보석을 팔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자 화가 난 카타리나는 화실에서 싸우다 남편의 소중한 그림을 망쳐버렸고 이에 남편이 화를 낸 후로 다시는 남편의 작업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그의 집에 아이는 계속 늘어나고 하녀 타네케로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도자기 화가였던 아버지가 시력을 잃게 되자 집안형편이 어려워진  그리트가 요하네스 베르메르 집안의  하녀로 들어오게 된다. 카타리나는 자신이 들어가지 않는 남편의 작업실을 그리트에게 청소하라고 지시한다.

 

 

 

작업실을 청소하던 그리트는 베르메르가 그린 작품을 매료되어 감상하게 된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그리트는 글을 읽지는 못해도 그림을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작업실은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어느 날 창문을 닦는데 갑자기 베르메르가 들어와 그대로 포즈를 취해보라고 한다. 창문을 닦고 있는 그리트를 보고 그림의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베르메르는 그녀가 그림을 보는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녀에게 물감을 섞게 한다. 물론 질투심이 심한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그의 작업실에서 색을 섞는 일, 빛과 색에 대해서 그림에 대해 가르쳐주고 설명해주며 점점 감정이 싹튼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시작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위 베르메르가 예상과는 빨리 새 그림을 시작했다. 그게 그리트로 인해 영감을 얻은 걸 안 장모는 딸이 그리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데도 그녀를 내보내지 않는다. 사위가 그림을 그려 후원을 받아 돈을 벌 수만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긴다.

 

 

 

마리아 심부름으로 온 그리트를 보고 혹한 라이벤(팀 윌킨슨)은 베르메르에게 그리트를 옆에 앉혀 그림을 그려달라고 주문한다. 라이펜의 속내는 그녀를 탐하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그리트를 담고 있던 베르메르는 라이벤에게 자신의 예술적 뮤즈라고 말하며 그의 옆에 앉혀 그리는 걸 거절했다. 대신 그의 후원이 끊기면 생계가 안 되는 베르메르로서는 다른 제안을 한다.  라이벤이 거실에 걸어두고 혼자 볼 그림으로 그리트만 그려주기로 한다.

라이벤은 흑심을 잠시 숨기고 허락한다. 그러나 그리트에 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라이벤은 그녀를 찾아와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돌아간다. 이에 그림을 빨리 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것으로 분을 표시한다. 라이벤이 감정이 상해 후원이 끊길까 걱정하던 마리아(주디 파핏)는 베르메르가 그리트를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예민한 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예상해 비밀로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라이벤의 독촉에  마리아는 딸이 외출하는 날,  딸의 보석함에서 진주 귀걸이를 훔쳐 그리트에게 주며 사위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돕는다. 베르메르가  딸의 진주 귀걸이를 그리트의 귀에 걸어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 카타리나가 알게 되면서 작업실에 들어와 그림을 보여달라며 난리 친다. 그림을 본 카타리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그리트를 내쫓는다.

마리아는 딸에게 그저 돈벌이에 불과한 것이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림 속 그리트의 눈빛을 보면 결코 의미 없지 않다는 걸  카타리나는 확인했던 것이다. 그림을 볼 줄도 모르는 카타리나에게도 전해지는 두 사람의 감정이.

 

 

 

비록 신분차이로 서로를 향해 적극적일 수 없었지만 그리트의 속마음을 꿰뚤어보듯 화폭에 담겼고 베르메르는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그의 붓의 터치로 담아낸 것이다.

신분의 벽 앞에서 서로를 향한 감정을 억누르고 억압해야 했던 두 사람의  뜨거운 속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아내에게 쫓겨나는 그녀를 잡지도 못한 채 작업실에 앉아 떠나가는 그녀를 차마 보지도 못하는 베르메르, 주인의 작업실 문 밖에서 그저 머무르는 것으로 그들은 이별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그리트의 손에 진주귀걸이가 전달된다.

 

대화보다는 두 사람의 눈빛과 닿을 듯 말듯한 접촉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느낄 수 있었다. 포즈를 취하는 그리트의 눈빛과 그녀를 화폭에 담기 위해 바라보는 베르메르의 눈빛 속에서도 충분히 터질 듯 말듯한 욕망과 감정이 전달되었다. 그녀의 귀를 뚫어주며 그녀의 귀를 감싸안는 손길,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바라보는 탐스러운 눈빛과 표정.... 크게 명대사나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으나 연기자들의 눈빛 연기로 어찌 보면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자극적이었고, 예술적이었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속 소녀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칼렛 요한슨을 동시에 바라보며 피터 웨버 감독의 절제미가 돋보였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