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5. 23. 19:41

감독 김지용

 

남한산성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조선을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 대신들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청의 대군에게 남한산성마저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 이르고, 우리의 군사들은 추위와 굶주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티어낸다.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남한산성 안에서 대신들과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만 간다.

그 중심에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예조판서'김상헌'(김윤석)의 의견은 첨예하게 맞선다.

 

인조 (박해일)

 

인조 : 나는 살고자한다. 그게 나의 뜻이다.

예조판서: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저의 뜻이옵니다. 치욕스럽게 삶을 구걸하지 마시옵소서.

인조 : 살고자하는데 왜 죽음을 입에 담는가?

예조판서는 항복은 아니된다고 답서를 보내지 말라고 하고, 이조판서는 칸의 대군으로 세상이 모두 불타고, 온 세상이 무너질 수 있으니 답서를 보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아뢰고 있다.

이조판서 :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조판서 최명길 (이병헌)

 

인조: 그럼 누가 답서를 쓰겠느냐, 두려우냐?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달라고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

답서를 쓰겠다는 신하가 나서지 않자 인조가 한 말이었지만, 정작 인조가 가장 무능한 존재였다.

두려워 아무 결정도 못하고 신하에게 떠넘기면서 신하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조판서 최명길은 역적이 될 각오로 답서를 써 올 리고 살 길을 열게 만든다.

이조판서 :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 할 길이옵니다.

적의 아가리속에서도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

무능한 왕에게 두 신하는 축복이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 둘 모두 백성을 위하는 진정한 성인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예조판서는 치욕스럽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자는 것이다.죽을 때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는 대쪽 같은 충이요, 이조판서는 싸워야 한다면 꼭 이기는 싸움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칸의 대군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라 구걸을 해서라도 백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자가 약자에게 못할 짓이 없듯이, 약자도 강자에게 못할 짓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왕이 백성을 위해 그 수모를 감당해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성없는 왕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에 어쩌면 이조판서의 판단이 더 와 닿았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예조판서의 말에도 거부의사를 내놓을 수 없었다. 살기위해 부모를 사지로 내모는 것 또한 차마 자식으로서 백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들지 않았겠는가.

백성에게 대의나 명분같은 것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단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예조판서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와 백성들을 보며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예조판서: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와 나 그리고 임금까지 없어져야 백성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 같소.

 

예조판서와 이조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위한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참 괜찮은 영화였다. 참 많은 생각을 쏟아내게 했다.

가늠할 수 없는 두 신하의 애국심, 왕이 젤 비겁했다.

대장장이 고수의 연기도 빛이 났다.

박희순의 연기도, 꼬마 여자아이의 연기도 다 훌륭했다.

거창하게 멋을 내지 않고도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다.

혀 끝이 칼날처럼 강했다. 혀 끝에 충과 애민이 담겨있었다

혀 끝으로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의견대립하며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가면서도 서로를 벌하지 마소서, 왕에게 서로를 버리지 말고 취하라고 청하는 모습은 지금 정치판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눈물겨웠다.

서로를 질타하지 않고 의견이 다를 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다.

뜻이 같지 않다 하여 배척하는 지금의 정치판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서로가 의견이 다른 것을 논쟁으로 점철시켜 나가는 진정한 정치인 것이다.

다른 것을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중간지점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 진정한 논쟁일 것이다.

자신의 재산만 불리고 권력만 취하는 영의정 같은 정치인만 가득한 지금의 정치판,

명예로움이 무엇인지,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아는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지금의 여당과 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 싸움으로 한낱 길거리 정치로 전락시킨 것에 비하면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크다.

사익에 눈이 멀어 뻔히 보이는 수작질만 하는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영의정의 모습을 보고 있다.

국민들은 영화 한 편만으로도 영의정 같은 리더가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을 슬퍼한다.

그가 충을 논하며 내뱉는 말이 거짓됨을 한눈에 파악하고 혐오했다.

우리는 보고 듣고 판단 한다. 그들이 뱉는 막말에 귀를 닫고 싶다.

검은 속이 내장 빠져나오듯 비치는데도 국민을 위한다는 되지도 않은 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다.

제발 말장난이나 막말을 그만하고 이조판서와 예조판서처럼 논쟁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막장 드라마, 막말 정치 말고 이들처럼 논쟁한다면 어찌 우리가 정치인들을 비난하겠는가

진정 이 낡은 정치가 다 사라져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