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5. 31. 15:56

감독 마틴 스콜세지

1976년 작품 '택시 드라이버'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였던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는 베트남에서 돌아와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이다. 그는 영화에서 주로 군 점퍼를 입고 등장한다. 그는 아직도 현실로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으로 젊은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는 것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미군을 베트남에서 철수시켰고, 미군이 철수 후에 미군이 지원하던 남베트남이 패하게 된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패배한 베트남전으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되고, 정부가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던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싸늘하기까지 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장병들은 미국이 패배한 전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우울한 사회분위기로 미국 내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설 자리가 없었다.

참전 장병들은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치료 또한 아주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기도 했지만 패배한 전쟁이 빨리 잊혀지기 바라던 속사정이 더 컸던 것이 아니었을까.

참전용사들은 심각한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을 겪었고, 일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던 정부가 이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의 세월이 흘러서였다.

택시운전사 '트래비스'

영화 속 주인공 트래비스 역시 베트남 참전용사로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베트남전쟁의 희생양이었다.

트래비스는 심각한 불면증으로 인해 야간택시운전을 시작한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포르노극장이나 자신의 방안에서 보내고 쓰레기 같은 세상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다.

그는 택시라는 공간에 갇혀 뉴욕의 밤거리를 떠돈다.

그가 본 뉴욕의 밤거리는 한마디리로 쓸어버려야 할 악의 쓰레기였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는데 거리는 온통 마약거래, 성매매, 무차별 폭력과 인종차별로 난무하고, 저런 쓰레기로 득실거리는 것에 대한 불만은 그를 세상과 점점 동떨어지게 만드는 듯하게 보인다.

택시 드라이버 '베티' 역 <시빌 셰퍼드>

어느 날 트래비스는 한 여인에게 반해 다가가 데이트 신청을 한다. 드디어 그가 사회로의 복귀를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상원의원 팔레 타인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금발 미녀 베티였다.

그러나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그가 데리고 간 곳은 포르노극장!

자신이 아는 유일한 그곳, 욕망의 찌꺼기들로 가득한 포르노 영화관에 너무나 당연하듯이 데리고 들어간 트래비스로 인해 베티는 적잖이 당황스러워 그의 연락을 피하게 된다.

그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더욱 절망에 빠져버린다.

평범함에 녹아들지 못하는 삶, 평범함을 이해 못하는 트래비스는 무기력의 끝에 다다르고 만다.

자신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그에게는 없어 보였다.

참전용사인 자신을 받아줄 깨끗한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베티가 일하는 팔레 타인을 죽이고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하겠다고 마치 정의의 수호신처럼 영웅심리에 도취되어간다.

택시 드라이버 '트래비스' 역 <로버트 드 니로>

사회 부적응자는 스스로 위축되거나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쓸데없이 강하고, 사회성이 결여되어 타인과 공동체 참여를 거부하고, 혼자만 현실에서 이방인처럼 행동하는 등 활동력이 점점 둔해지면서 무기력해진다.

현실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정작 자신이 사회 부적응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피해망상과 영웅심리로 무장되어 자신의 불행과 외로움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비난하게 이른다.

트래비스는 권총을 구입하여 상원의원 팔레 타인을 죽여 그녀의 영웅이 되려고 머리까지 밀고 저격하러 나서지만 그는 현장에서 계획에 실패하고 허둥지둥 도망친 후 목표를 바꿔 어린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구하겠다고 사창가로 향한다.

택시 운전할 때 손님으로 탔던 12살 난 창녀 아이리스를 강제로 끌고 갔던 포주를 살해하는 등 총격전을 벌인다.

언론은 트래비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를 영웅대접을 해준다.

포주를 죽이고 성매매 현장에서 미성년 자을 구한 영웅이 되는 장면은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참전용사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여론과 다르게 그를 미성년자를 고용한 포주를 죽인 영웅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를 영웅으로 포장하는 걸 보면서 감독은 어쩌면 미국 정부를 비판하고 싶은 줄도 모르겠다.

정치인을 저격하려는 택시드라이버 '트래비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희생양으로 사지에 몰아놓고 그들이 겪는 정신적 심각한 부상을 외면만 하고 있는 미국정부를 향한 비판 말이다.

베트남전의 실패는 정부의 무능이고, 악용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 정부를 향한 칼날!

참전용사들이 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며 끝내 자살로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안 정부가 무엇을 해주었던가,

사회 부적응자를 베트남전에 대한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치료를 해야 할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영웅으로 말끔하게 포장시키고 있다.

감독은 트래비스를 통해 정부가 그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고립되는 것을 방치했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싸늘하게 버려진 그들의 고통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걸 적나라하게 꼬집는 건 아닐까.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바라보는 언론과 정부, 그 모두를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였다.

택시드라이버 -사창가에서의 총격전 '트래비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로버트 드니로와 어린 조디 포스터의 왠지 낯설다.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와의 관계는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모습처럼 끈끈한 관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