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6. 5. 15:51

감독 알폰소 쿠아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위대한 유산

플로리다의 작은 해안 마을

고아인 핀(에단 호크)은 누나랑 누나 애인 죠(크리스 쿠퍼) 밑에서 자랐다.

매기 누나는 핀을 방임하다시피 했고 죠는 매형과 같은 존재였다.

정부의 어업제한 조치로 수입이 없어진 죠는 남의 집일을 하며 생활을 꾸렸지만 가난했다.

화가가 꿈인 핀은 그 흔한 색연필 하나 없었다. 연필로 작은 노트에 스케치를 한다.

어느 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섬에 갔다가 탈옥수 러스티그(로버트 드 니로)를 만난다.

그는 폭력조직의 대부를 죽인 살인죄로 복역하다 탈옥한 것이다.

발목에 찬 족쇄를 끊을 절단기랑 음식을 가져오지 않으면 죽인다는 협박에 핀은 새벽에 그에게 절단기와 음식을 갖다 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었다. 얼마 후 그가 4일간의 도주 끝에 잡혔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무나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가 도망가게 도움을 준 것이다.

남자에게 버려진 노란 딘스무어 멍든 가슴

며칠 후 멕시코만 최고의 갑부인 노라 딘스무어의 저택 실낙원에 초대되어간다.

그 저택은 사람 손이 닿지도 않은 듯, 정원이나 저택은 돌보지 않아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음산한 분위기였다.

소문에 의하면 여갑부는 30년 전 약혼자에게 버림받고 미쳤다고 했다.

노라 딘스무어(앤 밴크로프트)는 그녀의 조카딸이랑 놀아달라고 핀을 저택으로 부른 것이다.

매기 누나는 돈을 받고 가는 일이라 핀을 그곳으로 보냈고, 핀은 그곳에서 그녀의 조카딸 에스텔라를 만나게 되는 설렘을 가졌다.

저택으로 들어간 핀 앞에 나타난 노라 딘스 무어는 마녀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차단시켰다.

노라 딘스무어는 핀의 손을 그녀의 가슴에 갖다 대고 무엇이냐 묻는다. 가슴이라 대답하는 핀에게 그녀는 멍든 가슴이라고 말한다.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멍든 가슴이 그녀를 이 안에 정지시켜놓은 듯했다.

어린 에스텔라는 도도하고, 예뻤고, 핀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핀은 에스텔라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노라는 핀에게 에스텔라를 사랑하면 너만 상처 받을 거야라고 경고해준다.

그날 이후 시작됐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을 갈망하기 시작한 것이 ᆢ에스텔라로 인해

부에 대한 갈망이 생긴 것이다.

어린 핀과 에스텔라의 분수대 키스

핀이 분수대에서 물을 마실 때 에스텔라의 도발적인 키스가 행해진다. 어린 여자아이 치고는 꽤 도발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강하고 아름답고 인상적인 한 장면이었다. 최소한 내게 있어서는 ᆢ

핀은 그 느낌을 기억했다가 집에 와서 그림으로 그려놓는다.

누나는 그때 핀을 버리고 떠났다. 그 이후 죠가 핀을 키웠다.

핀은 토요일마다 실낙원을 찾았고, 그렇게 세 사람은 실낙원에서 춤을 추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노라가 말한 대로라면 이 셋은 고통의 사슬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사랑이 아닌 굴레로 하나가 된 것이다.

어느새 어린 핀과 에스텔라는 사라지고 성장한 '핀'역에 '에단 호크'와 '에스텔라'역에 '기네스 팰트로우'로 화면 전환이 이루어졌다.

아직도 핀에게는 에스 털라가 가깝지 않은, 허락되지 않는 상류사회의 존재이고, 핀은 하류사회의 존재로 경계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에스텔라의 내면은 겉면에 드러난 도도함에 가려져 헤아려볼 길이 없다.

에스텔라는 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홀연히 유학을 떠나 버린다.

성인이 되어 만난 핀과 에스텔라의 분수대 키스

핀은 이후 그곳을 찾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부에 대한 동경도 자신을 거부했던 그녀에 대한 갈망도 접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나 핀에게 뉴욕 맨해튼에서 변호사 '래그노'가 찾아와 자신의 의뢰인을 대신해 핀의 꿈을 이루어 주러 왔다고 말한다.

 

뉴욕 비행기표와 돈을 내밀며 뉴욕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핀은 자신의 인생에 손을 대려 하는 그 익명의 후원자가 노라 딘스 무어라 짐작하고 그녀를 8년 만에 찾아가고, 에스텔라가 뉴욕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기회는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죠의 응원을 들으며 핀은 뉴욕으로 간다.

그는 그동안 멈춘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원에 갔다. 분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핀의 입술 위로 에스텔라(귀네스 팰트로)의 입술이 다가온다. 어릴 적 그녀처럼 말이다.

그녀에게는 월터라는 남자가 있다. 물론 상류층 남자다. 핀이 어릴 때처럼 에스텔라의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하자 그녀는 다음날 핀이 묵고 있는 숙소로 들어와 잠도 덜 깬 핀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녀는 옷을 벗는다. 여전히 도발적으로 그의 혼을 빼놓는다. 그녀는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어 내리고 누드로 그의 앞에 모델로서 포즈를 취한다.

핀은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모습을 열심히 화폭에 담아낸다. 그녀는 갑자기 감정 없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갑자기 약속이 있다고 홀연히 숙소를 빠져나가 버린다.

 

월터가 갑자기 핀의 숙소로 찾아온다. 에스텔라가 모델을 했다 하여 궁금해서 왔다고 하면서 방안의 에스텔라의 누드그림을 살펴본다.

그는 에스텔라가 자신이 미적거리고 있으니까 이 그림과 당신을 통해서 애교스러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 말한다..

결혼에 대해 미적거리고 그를 자극하기 위해 핀을 이용했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에스테라가 핀을 찾아와 월터가 청혼했다고 말한다.

상처 받은 핀은 왜 자기에게 그런 말 하냐고 하자 그녀는 "혹시 네가 할 말이 있을까 해서"라고 말하지만

핀은 자신이 상처 받고 미쳐가는 걸 보고 싶어 그러는 것 같아 "둘이 행복하길 바라"말하고는 뒤돌아선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누군가 개구리를 왕자로 바꾸려고 하고 있고, 그 후원자가 노라 딘스 무어이고, 핀은 노라가 에스텔라에게 맞는 상대가 되란 뜻으로 후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월터에게 청혼받은 걸 자신을 찾아와 말한 건 그녀를 잡아달라는 뜻이었음을 뒤늦게 알고 핀은 그녀에게 가 그녀를 끌고 나와 자신의 숙소에서 뜨거운 관계를 갖는다.

핀의 전시회를 찾은 죠

드디어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죠가 나타난다.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죠였지만 핀은 그의 출현이 반갑지가 않다. 마약상으로 죽었다고 거짓말했는데,

점점 분위기는 이상해지고 핀은 죠에게 화를 내고 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도 핀에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죠의 눈이 촉촉이 젖어들며 멀어지는데 마음이 아펐다.

핀은 성공을 위해 죠와의 과거들 그리고 가난을 , 많은 것들을 지우고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핀의 전시회 그림이 다 팔리면서 대성공을 거둔다.

드디어 그녀를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자유를 가졌다. 이젠 부자가 되었고, 그 모든 것이 에스텔라를 위해서였다. 그녀에 대한 갈망으로 잔인하게 과거를 지우며 뉴욕의 손을 잡았다. 핀은 그녀를 찾아갔다.

그러나 에스텔라는 월터와 결혼 준비로 떠났고 그곳에는 노라 딘스무어만 있었다.

노라는 월터가 머뭇거릴 때 핀이 때맞춰 나타나 줘서 결혼할 수 있었다 말하고 있다.

 

"넌 애초부터 에스텔라 학습도구였어. 뱀 앞에 쥐를 던져놓고 먹는 법을 가르쳤지.

넌 별 저항도 안 하고 걸려들었어. 난 경고했어. 넌 그 말을 무시했어"

상처 받은 핀은 노라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댄다. 예전 그녀가 했던 것처럼

"이게 뭔지 아세요?" 제 가슴이에요. 멍든 가슴! 느껴져요!"

그때서야 노라는 미안하다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울부짖는다.

노라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그 충격으로 시간을 정지시킨 채 남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갖고 살았다.

에스텔라와 자신을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에스텔라에게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걸 가르쳐주고, 감정 없는 사랑으로 인위적 교육을 시키며 길러낸 것이다. 사내들 가슴을 도려내고 찢어지게 만드는 걸 가르친 것이다.

돈, 명예, 복수, 이 모두가 여갑부의 병적인 집착에서 나온 것이다.

화가된 핀 앞에 나타난 탈옥수 러스티그

상처 받은 핀 앞에 어린 시절 구해준 러스티그가 나타난다. 그는 다시 탈옥해서 지금까지 외국에서 살고 있었다며 자신의 앞에 나타나 그가 화가로 성공한 걸 축하해준다.

"넌 그럴 자격 있어. 나한테 잘해준 유일한 인간이었어."

러스티그는 핀 앞에서 옛날 동료 조직에게 칼에 찔리고 핀의 품에서 변호사 래그노를 시켜 핀을 후원한 의뢰인이 자신임을 말한다. 전시회 그림을 전부 사들인 것도 자신이라고 말이다. 익명의 후원인이 노라가 아닌 러스티그였던 것이다.

평생 나쁜 짓만 했는데 잘한 짓이라면 그건 자신을 유일한 인간으로 대해준 핀에게 자신이 가진 돈 모두를 준 것이라며 핀이 그렸던 어릴 적 그림책을 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인간애로 그를 돌본 것이 그가 핀을 후원했고 그는 핀에게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줬다.

 

핀은 파리로 진출해 원하던 모든 걸 얻었다.

실낙원 저택이 곧 헐릴 거라 갔던 그곳에서 핀은 에스텔라와 그녀의 딸을 만난다. 이혼한 그녀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이곳을 보여주러 온 것이다.

다시 처음 만난 그곳에서 용서해달라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보상받지 못하는 사랑 같은 것들로 증오로 복수로 평생 삶을 물기 하나 없이 살다 간 노라,

조카 에스텔라에게 감정 없는 사랑을 가르치며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물려주지 못한 그녀!

아무리 갑부이고, 상류층의 부를 지니고도 삶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물질적 풍요보다 마음속 빈곤으로 삶이 배고프기만 하지 않았는가

평생 나쁜 짓만 하던 러스티그,

한 번도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그가 10살의 어린 남자아이에게 받은 호의를 가슴에 따뜻하게 안은채

자신의 전부를 내주는 일,

혈육도 아닌 핀을 인간애로 길러준 죠의 사랑 같은 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 아니겠는가!

부나 명예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데 가장 풍요로운 것은 인간애라는 것이다.

물려주어야 물질적 유산보다 멍들게 할 가슴이 아니라 가난하지만 넉넉하고 풍요로운 죠의 따뜻한 인간애라는 걸 알려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모든 순간, 따뜻한 내면에 흐르는 인간애를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