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6. 27. 15:10

마농의 샘 1부

 

1.2부를 합쳐 총 4시간가량 상영된 이 영화는 지루할 새가 없었다.

1부는 도시에서 시골 프로방스로 이사온 장이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이고, 2부는 10년을 뛰어 넘어 양치기로 홀로 살아가는 마농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복수하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내용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보게 될 것이다.

작가 마르셀 파뇰의 작품을 클로드 베리 감독에 의해 1986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프랑스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농업을 소재로 한 집안의 3대에 걸쳐 펼쳐지는 이야기다.

땅을 둘러싸고 샘을 둘러싸고 백부 세자르와 그의 조카 위골랭이

장의 땅을 빼앗기 위해 샘을 의도적으로 막아 버리고 땅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한 계략을 꾸몄고, 그 계략으로 장은 농작물이 메말라 땅을 저당잡히고 우물을 파려다 사고로 숨지게 된다. 그리고 세자르와 위골랭은 그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막았던 샘을 파고 카네이션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남편을 잃은 장의 아내와 마농은 결국 그 곳을 떠나간다. 이게 1부에서 간략적인 내용이다.

그럼 좀 더 깊이 들어가보자

병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위골랭 스베랑(다니엘 오떼유)은 카네이션 묘종을 가지고 와 시험재배를 한다.

백부 세자르 빠뻬 스베랑 (이브 몽땅)에게 위골랭은 스베랑가의 유일한 혈육이다. 위골랭이 곡식이나 올리브나 과실나무가 아닌 카네이션을 재배한 걸 보고 마땅치않아 하다 그 꽃을 시장에 내다 파는데 생각 외로 높은 가격에 팔렸다. 세자르는 그가 카네이션을 재배하는 것에 동의하고 투자하기로 한다. 하지만 카네이션을 재배하려면 많은 물을 대야 하지만 그의 땅에는 물이 부족하다.

그러자 세자르는 인접한 카모완 가의 토지에 샘이 있다는 걸 알고 땅을 사려고 노인을 찾아 갔지만 노인과 시비끝에 노인이 죽게 된다. 원칙으로 치면 세자르가 죽인거다. 고의든 아니든 노인을 나무 밑에 내버리고 온 것이다. 노인이 죽고 그 땅과 집은 상속받을 사람은 세자르의 옛 애인 플로레뜨였다. 세자르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고, 편지를 받을 무렵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아들 장에게 넘어갔다. 세자르와 위골랭은 땅을 싸게 사기 위해 샘을 찾아 시멘트로 막아 버린다. 헐 값에 사들일 계략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세금장을 하던 플로레뜨의 아들 장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와 딸 마농을 데리고 프로방스로 이사를 오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위골랭과 세자르는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초조해진다. 샘을 막아버려 물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땅을 팔 수밖에 없을 거라고 설사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기다리자고 말한다. 위골랭에게 친절한 척 도와주는 척해서 자신에게 땅을 팔 수 있게 가깝게 지내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세자르와 위골랭은 마을사람들에게 장이 플로레뜨의 자식인 걸 숨기고 그를 이방인 취급받게 만들고, 꼽추라 따돌림받게 유도해 나간다.

하지만 (제랄드 드빠르디유)은 세금장이로 머리가 명석하고 제법 많은 지식을 토대로 토끼를 기르고 농사를 제법 성공적으로 일구어간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이 부족하고 작은 당나귀로 먼 거리의 우물에서 물을 길러오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돈은 바닥이 나고, 아내의 목걸이마저 팔았지만 생활은 점점 궁핍해간다. 위골랭과 세자르의 계략대로 물이 부족하여 옥수수는 다 말라버리고 토끼는 다 죽게 된다. 결국 땅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빌리려 하는 장의 계획을 알고 세자르가 돈을 빌려주고, 땅을 챙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장은 자신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물이 농사를 짓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다이나마이트로 우물을 폭파하던 중 낙석이 장의 머리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만다.

그리고 세자르와 위골랭은 그의 아내를 찾아가 저당 잡힌 땅을 넘겨받는다.

위골랭과 세자르는 자신들이 새로운 샘을 찾는 척하며 막아놓았던 샘을 도로 튼다. 그 장면을 어린 마농이 보고 경악하며 소리를 지르고, 그들은 축배를 든다.

이렇게 1부는 막을 내린다. 악의 승리로 끝났다. 하늘이 비만 제대로 주었다면, 장에게 좀 더 많은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하늘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탐욕이 얼마나 인간애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는지를 다 보여주었다.

어느 누군가 샘이 있다고 귀뜸해 줄거라 예상했지만 프로방스 마을사람들에게 장과 그 가족은 철저하게 배척되어야 하는 이방인에 불과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나쁜 행동은 마을 사람들 집단적 침묵과 방관으로 한 가족을 무너지게 했다.

결국 세자르와 위골랭의 계략대로 땅은 그들의 손에 넘어 갔다.

마농의 샘 2부

2부는 10년을 훌쩍 뛰어 넘었다. 장이 옥수수를 심던 땅은 이제 빨간 카네이션으로 넘실대고 샘에서 나오는 물길은 카네이션 주위로 콸콸 흘러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옥한 땅에서 카네이션은 무럭무럭 자라 세자르와 위골랭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충분히 부를 안겨준 것 같다.

마농(엠마뉴엘 베아르)은 어엿한 숙녀가 되어있다.

마을 사람들과 동떨어진 산중턱에서 양치기로 혼자 살아가는 마농은 새 덫을 놓으며 산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어느 날 사냥을 하러 온 마을 남자들의 말을 엿듣게 된다. 그건 아버지의 땅에 샘이 있다는 걸 알고 세자르와 위골랭이 계략을 꾸몄고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었으면서도 샘이 있다는 사실을 한 마디 해 주지 않아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세자르와 위골랭에게 분노를 갖게 된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갔던 위골랭은 산속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마농을 발견하고 완전히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 그는 매일같이 산에 가 그녀가 놓은 새 덫에 새를 넣어 두거나 토끼를 넣어둔다. 그녀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그녀에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자신을 못생겼다고 싫어한다는 걸 알지만 자신의 카네이션이며 모든 걸 다 주겠다고 하지만 이미 마농에게 그들은 아버지를 죽게 한 원수일 뿐이다.

그를 피해 도망간다. 그녀를 향한 마음은 깊어지고 그녀가 흘린 머리끈을 가슴 맨살에 바늘로 꾀맬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

어느 날 마농은 양 한마리가 내려간 절벽 동굴안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샘물의 근원지를 발견하고 물줄기를 차단해 버린다. 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묵인하고 방관자였던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갑자기 연못이고 샘물이 말라버리자 마을 사람들은 회의를 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고 마을로 당장 먹을 식수정도가 트럭으로 배달올 정도지 농사까지 해결할 수 가 없다. 카네이션에 당장 물을 대야 하는 위골랭은 노새로 우물로 물을 퍼 나른다. 마치 예전 장이 하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마을사람들은 성당에 모여들고, 가뭄으로 인한 기우제를 지내자고 한다.

이 마을에 새로 온 학교 선생인 베르나르(히프폴리떼 지라르도)의 생일잔치에 초대된 마농에게 마을사람들은 기우제에 앞장서줄 것을 부탁하는데 마농은 세자르와 위골랭이 자신의 아버지의 샘을 막아버린 것을 밝히며 거절한다. 세자르는 거짓이라고 말하자 그들이 땅을 파 샘을 막는 걸 본 목격자가 나타난다. 이제까지 침묵하다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니 마치 그들의 죄인냥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모두가 마농이 플로레뜨의 손녀라는 것을 알고 마을사람들의 태도는 더 달라진다.

그들이 샘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침묵한 무엇 때문일까?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이상 남의 일에 나서서 미움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단과 다른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그들의 행동이 세자르나 위골랭과 무엇이 다를까?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오거나 불이익이 가해져야만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아우성치는 것이다.

마농에게 완전히 빠져있는 위골랭은 이 상황에서도 청혼을 하며 모든 것을 주겠다고 그녀에게 매달리자 그녀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베르나르 옆으로 피한다.

위골랭은 그녀가 어릴 적 그네를 타고 놀던 나무에서 목을 매 자살하고, 세자르는 유일한 혈육이 죽고 허무함에 웃음을 잃어간다.

마농은 베르나르와 함께 막아 놓았던 동굴 속 샘의 물길을 다시 열고,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날 마농의 할머니 친구도 참석한다.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하는 플로레뜨의 옛 친구로 세자르에게 플로레뜨가 임신을 했고, 군에 간 세자르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아 결국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한 것과 그가 세자르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아들이 꼽추라는 사실까지 말이다.

군에 간 세자르는 그녀가 보낸 편지를 받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 운명의 장난도 이정도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그 꼽추는 자신의 계략 때문에 죽은 장이고, 마농은 세자르의 손녀인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군에서 돌아와보니 그녀가 딴 남자랑 결혼을 해버렸고, 세자르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플로레뜨의 목걸리와 그녀의 머리빗을 간직한 채 품고 살았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했던 것이다. 마농에게 플로레뜨의 모습을 보았는데 못 느꼈던 것이다.

그 땅을 빼앗으려고 자신의 아들인 줄도 모르고 아들의 삶을 파괴해버린 것이다.

위골랭을 앞세워 결국 조카와 아들을 다 죽음에 이르게 했다.

세자르는 마농의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그녀를 먼발치에 바라보다 결국 그녀에게 모든 재산을 남기고 죽는다. 많은 재산을 이루고 손에 쥐었으나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과 손녀를 품어보지 못했다.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다.

세자르나 위골랭을 맘껏 미워할 수도 없다. 인과응보라고 막 밀어넣어두고 질타할 수도 없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그 땅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이라면 좀 나았을려나

정당한 방법을 취했다면 남의 이 난다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고 죽음으로까지 이루게 하고 자신들의 삶이 윤택해진다면 양심은 없어도 되는 것이었던가,

알고도 내 일이 아니니 방관한 이웃들도 똑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방관이 있었기에 세자르가 자신에 대한 행동에 수치심을 갖지 못한 것이다.

증인이라고 나선 사람은 왜 말하지 않았냐는 말에 내 일이 아닌 일에 나설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 일이니깐 당장 물이 없어 내게도 손해가 오니까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쁜 짓을 한 그들보다 더 아프게 들려왔다. 선은 자신에게 만족하기 우해 나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어 내보는 것이라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으므로 하지만 그런 심리도 내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샘이 있다고 귀뜸만 해 주었다면, 그가 플로레뜨의 자식이라는걸 알았다면 좀 달라졌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범죄자다. 이방인이라서 꼽추라서 멸시하는 맘이 크게 자리잡았던 그들의 내면은 그들도 같은 범죄자들이다. 그러면서 누가 누구에게 양심있는 척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인지.

선과 악, 인간의 탐욕, 인간의 내면, 집단적 배타심, 인과응보, 참 많은 걸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