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7. 10. 19:41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가끔 감동을 글이나 말로 표현 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그렇다. 한 가족의 인생을 흐르는 강물처럼 그려냈다.

한 폭의 그림같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못하겠다. 폴의 죽음이 허망해서.

흐르는 강물만 봐도 폴이 송어를 잡기 위해 온 몸을 던지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빅 블랙풋 강에서 아버지와 두 아들이 낚시를 하며 보낸 행복했던 그 순간.

 

아버지 맥클린(톰 스커릿)은 목사이다. 그는 아들 노먼과 폴에게 낚시를 가르쳤다.

그는 아들 노먼(크레이그 셰퍼)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그의 방식대로 가르쳤다.

아들 노먼에게 글을 쓰게 하고 다 쓴 글을 또 반으로 줄여 써 오게 하고, 그러면 노먼은 머리를 쥐어짜듯 다시 써가면 또 반으로 줄여 쓰라고 한다.

그렇게 또 반으로 줄여서 아버지의 서재로 가지고 들어가면 아버지는 <잘했다. 이제 찢어버려라>라고 한다.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노먼에게 글쓰기 지도를 했다.

그렇게 세상의 군더더기를 제거하듯 아들의 글에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압축할 수 있게 가르치고, 맘에 들면 이제 찢어버리게 했다.

노먼은 아버지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글 쓴 종이를 손아귀에서 마구 구겨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노먼은 낚시대를 가지고 강가를 향해 달려 나간다.

아버지의 엄격한 규율에도 균형이 있었다. 보상 같은 자유가 있었고, 질서가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나면 아버지는 오후 시간을 그에게 자유를 허용했다.

흐르는 강 수면위로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형제는 플라잉 낚시를 하며 자연과 함께 숨 쉬었다.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그들은 성장했다.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도 흘렀다.

 

두 형제는 성장하여 노먼은 시카고에서 대학을 다니고 6년을 공부하고 돌아왔고, 동생 폴은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두 형제는 서로 다른 성향이다.

폴은 모험심도 강하고, 겁도 없고, 재미있고, 자유분방했다. 식사자리에서도 부모님을 재미있게 해주는 아들이었다.

폴은 꽤 유명한 어부 낚시군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폴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가르쳐준 낚시법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리듬을 타던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그의 낚시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자기의 방법으로 줄을 수면에 길게 드리우는 무지개 송어 유인법을 사용하는 폴의 모습을 본 노먼이 '그 순간 나는 완벽을 목격했다'라 감탄할 정도로.

형 노먼은 문학을 좋아하고 신중하고 재미없는 소유자로 폴과는 반대 성향이었다.

고향에 돌아온 노먼은 제시 번즈(에밀리 로이드)란 여인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제시 번즈는 재미없는 노먼에게 크게 끌림을 받지 못한다.

 

폴은 도박에 빠져 있었다. 도박을 말리는 노먼에게 다음 날 삼부자가 낚시를 하러 가자 제안했고, 그게 마지막이 된 낚시여서 그런 것인지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폴이 송어 낚시하는 장면은 완전 예술 작품 같았다.

아버지 또한 큰 송어를 잡은 폴에게 '넌 훌륭한 낚시꾼이다. '칭찬했고,

<동생은 빅 블랙풋 강둑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을 초월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예술 작품처럼>

큰 고기를 잡은 동생의 모습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 동생의 모습은 노먼의 눈에 작품처럼 다가왔다.

그게 마지막인 된 것이다. 인생은 예술품이 아니고 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느낀 노먼의 확신이 폴의 주검을 암시한 것이었을까?

위대한 낚시꾼 폴이 결국 위험한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폴을 잃은 아버지와 노먼은 그의 빈자리를 서로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그리고 목사인 아버지의 마지막 설교가 가족을 이보다 더 가슴 깊게 설명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에 처한 걸 보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 사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도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서로 이해 못하는 사람과 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린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기족이라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말, 가까이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죽으나 살아있으나 그렇게 교감할 수 있는 관계인 게 가족이다.

낚시를 통해, 흐르는 강물을 통해 인생을 정말 멋지게 승화시킨 영화이다. 브래드 피트의 젊은 날 풋풋하고 잘생김! 지금 다시 봐도 흐뭇하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이 된 노먼이 폴과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빅 블랙풋 강에서 낚시를 하며 <난 강에 넋을 잃고 있다>란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 안다. 난 강에 넋을 잃고 있다는 말이 어떤 감흥을 주는지...

난 이 영화가 그랬다. 넋을 잃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