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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2.27 62.그것만이 내 세상 : 이병헌,박정민, 윤여정의 만남
  3. 2019.02.26 영화 <침묵> 자식이 무엇이길래, 부모로 산다는 건
  4. 2019.02.26 60.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나흘간의 사랑이야기
  5. 2019.02.25 59. 셀마 : 구걸이 아니라 요구입니다.
  6. 2019.02.25 58. 500일의 썸머 : 사랑은 쌍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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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9.02.23 56. 매치 포인트 : 우디 앨런감독의 영화/인생은 운으로 결정된다.
  9. 2019.02.22 55.물랑루즈 : 로맨스 뮤지컬 영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의 뛰어난 매력
  10. 2019.02.20 54. 암수살인
  11. 2019.02.20 53.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12. 2019.02.19 52. 올 더 머니 : 부자가 되는 건 쉽지만 부자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13. 2019.02.18 51. 디파티드
  14. 2019.02.17 50.타이타닉 :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세계 최대의 비극의 침몰선
  15. 2019.02.16 49. 로마의 휴일 : 오드리 헵번이 다녔던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스페인 광장
  16. 2019.02.15 48. 툴리 : 육아전쟁터에서 보내는 산모의 경고메시지
  17. 2019.02.13 47. 블랙 : 감동적인 인도영화
  18. 2019.02.12 46. 굿 윌 헌팅 : 명대사 '네 잘못이 아냐' 로빈 윌리엄스
  19. 2019.02.09 45.극한 직업이 천만을 넘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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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2019.02.04 42. 우먼 인 골드 :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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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2019.02.01 39.문라이트(Moonlight) : 영화포스터의 비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받은 최초의 퀴어영화
  25. 2019.01.31 38.드림걸즈( Dreamgirls) : 비욘세의 Listen의 탄생
  26. 2019.01.30 37. 러브 어페어(Love Affair 1994) :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
  27. 2019.01.29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
  28. 2019.01.28 36. 글루미 선데이 : 우울한 일요일,헝가리 금지곡
  29. 2019.01.26 35. 달링 : 삶의 가치는 어떻게 인간답게 사느냐의 문제이다.
  30. 2019.01.26 34. 굿바이 마이 프랜드(Goodbye My Friend)
posted by 해이든 2019. 2. 28. 12:57

동 주


 감독 이준익

영화 동주역 강하늘

 

진정한 지식인이자 운동가였던 그들이 영화 '동주'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시인이 천명이라고 여겼던 청년, 동주(강하늘)
그러나 그가 살아야 했던 조국은 그의 꿈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슬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살아서 시인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언어가 허락되지 않았고, 이름도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였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한 청년을 알았다. 송몽규!(박정민)
동주와 한 집에서 태어나 같이 자란 고종사촌 몽규는 동주의 벗이자 라이벌같은 존재였다.
암흑의 시대에 태어나 쭉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한 그들은 신사참배 거부로 숭실중학교가 폐교되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윤동주와 송몽규

 

아버지는 의학을 공부하길 바랬지만, 동주는 문과반에 진학하여 시인을 꿈꾸는 문학소년이었다. 그는 연희전문학교에서 민족의식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여러 편의 시를 엮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이름 유고집을 출판하려고 하나 일본의 검열에 걸린다는 교사의 만류에 의해 출판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언어로 시인으로 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시대에 살아가야 했던 동주는 송몽규와 함께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창씨개명으로 세상이 어지러웠던 시대 그에게 일본유학을 권하면서 정지용 선생이  했던 말이다. 
"창씨개명에 반대하지 못하고, 아무 말 못하고, 술만 마시는 내가 부끄럽다, 유학가라고 권하는 내가 부끄럽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들겠니,부끄러운 걸 알면 부끄러운 게 아냐.부끄러운 걸 모르는게 부끄러운 것이지."
그는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 개명을 한 후 그때의 괴로움을 참회록에 이렇게 적는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괴로움은, 또 부끄러움은 그의 시로 꾹꾹 눌러 고통스럽게 배여있다.
영화 동주의 서시

 

윤동주의 '서시'를 보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다르지 않았다.

조국의 운명앞에 자신의 한계에 고뇌하고, 참회하고, 신념을 향해 극복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혼란한 시대에 자신의 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고 해나가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방황만 한다고 현실에 그저 나를 내맡기고 방치해버린다면 내게는 위안도 사랑도 없을 것이라는 걸 알았으리라고 본다. 그저 문학로서의 자신의 꿈을 좇아가야 한다. 자신의 언어를 담아내고 자신들을 말살하려는 그들에게 반하여 구원하여야 한다. 확고하지 않으면 신념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이 널려 있는 세상이었다. 억압하려는 것만 있는 일제 강점기다 끝도 없이 위축되고 억압되어서는 자신의 이름은 계속 흙으로 덮어지고 그곳에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그는 나아간다. 누구보다 찬찬히.

윤동주의 사촌 송몽규역 박정민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독립운동에 매진하는 행동파였고, 내성적인 문학 청년이었던 동주는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에 아파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땅에서 실천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몽규에 반해  동주는 소극적으로 그 땅에서 살아간다고 여기며 갈등를 겪는다.

 

송몽규는 동주에게 말한다. "너는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든다."
하지만 동주는 그런 몽규에게 "왜 나를 자꾸 도망치게 만드냐."고 말이다. 하지만 몽규는 몽규답게, 동주는 동주답게 나라를 사랑했다. 똑같은 봄을 원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르게 살아간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이 표현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동주와 몽규의 목표가 다르다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방식이 다르다 생각할 뿐. 
송몽규도 안다.그들의 마음이  같다는 걸. 단지 손에 들린 도구가 달랐을뿐이다. 그는 동주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래서 동주의 방식을 존중했으나 동주는 나약함이 자꾸 벗인 몽규로 인해 초라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밉다가도 가엾다가도 그리고 그 마음을 또 알 것 같기도 하다. 

 

형무소에서의 윤동주

 윤동주의 <쉽게 쓰인 시 中에서>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의 동무들을 하나, 둘 죄다 잃고, 시인이 천명인 줄 알면서도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그는 쉽게 쓰이는 시마저 부끄러워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였다. 어쩔 수 없음에도 그는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했다.

칼을 들어야만 애국인가
검열에 일제강점기의 검열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으로 비판하는 것은 어쩜 칼로 한명의 목숨을 베는 것보다 작다 할 수 없다.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가치만을 내세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글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 기록이라는 것으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끊어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그  원동력으로 조상에서부터 현재까지 그 혼을 이어가고 있다. 
동주와 몽규가 있던 그 암울했던  시대, 창씨개명과 우리말을 말살하려는 그들에게 저항하여 그들이 꽃피우고 가지 못한 청춘앞에 우리가 애달퍼 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서 그렇게 쉽게 씌여진 시마저 부끄러워 했음에도 시인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사후에 세상에 나온 윤동주 시인으로서 삶이 아프다 하지 않겠는가?그래서 더 간절하고 애틋하기 때문이다.
 
강하늘

 

1943년 윤동주는 첫 학기를 마치고 귀향길에 오르다 도쿄대학에 재학중이던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일본형사에게 검거되어 구금되었다. 죄명은 '치안유지법 위반'이었고, 서신은 매일 일어로 쓴 엽서 한장만 허용되었다.
윤동주가 유학기간에 썼던 상당한 분량의 시작품과 일기를 압수했으며 송몽규의 말에 따르면 일제의 소금물 혹은 세균 생체 실험으로 알려진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2월 16일 동주 사망, 시체를 가져가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전보를 받고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이었다. 1945년 27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치게 된다.
송몽규도 윤동주가 사망한지 23일만에 옥사하였다.
한줌의 재가 되어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런 시대에 태어나서 투쟁하고 시인을 천명이라 여겼지만 제대로 그 시대를 시인으로 살아가지도 못하고  형무소에서 젊은 나이에 죽어갔던 것이다.
조국을 잃은 땅의 청년은 일제 말 암흑같은 일본 감옥에서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살아서 한 권의 시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사후에 윤동주의 시어들은 시인 정지용의 발문을 딛고 1948년 세상에 나왔다. 쓸쓸히 꽃피워 보지 못한 청춘이 섦어 눈물이 난다.
순수한 문학에 대한 열정과 그 시대의 암울함과 민족의 한이 담긴 고뇌가, 그가 표현해 낸 성찰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의 가슴에 10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27. 01:56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 성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어릴때 아버지는 엄마 인숙(윤여정)에게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고 살림을 때려 부수는 가정폭력범이었다. 그 곳에 어린 조하(이병헌)가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몸을 웅크리고 엄마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살기 위해 조하를 두고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죽으려고 나갔다. 어린 조하와 눈이 마주친 엄마 인숙(윤여정)는 너무 절망적인 삶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삶으로부터 죽음으로 도망가는 것은 너무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생의 끝에 몰린 처절한 비명소리이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절규에 답해주듯 누군가 그녀를 삶속에 다시 집어 넣었다. 그리고 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서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조하는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지고, 아버지는 감옥을 제 방이듯 들어가 앉았다.
자신을 그 구렁텅이 속에 남겨두고 딴 살림을 사는 여자를 어떻게 엄마라 부르냐고, 아줌마지 라고 말하는 조하의 가슴에 상처가 고이  고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심판을 폭행한 것으로 선수로서의 생명은 추락하고 지금은 먹고 잘 곳도 없는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우연히 밥 먹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 엄마를 만나고 외면하지만 갈 곳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의 집에 들어간다. 
조하는 엄마의 존재가 편하지 않다.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앞에서 고통스러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엄마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까지 열리지 않는다. 자신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원망, 아버지의 폭력속에서 혼자만 살아왔던 세월에 그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같이 엉켜서 미움으로 쏟아졌다가 관심 끄고 살자로 바뀌기도 하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엄마와 살고 있는 동생 진태가 있다. 본 적도 없는 동생과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엄마만 믿고 살아갈 수 밖에 진태(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으로 "네"라는 말만 연거푸 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컴퓨터 게임과 휴대폰을 보는 것 밖에 없다. 혼자서 어딜 가거나 돈벌이는 물론 평생 엄마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동생에게 특이한 재능이 한가지 있다. 피아니스트 한가율이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고 한번에 따라하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17년이란 세월동안 연락도 없이 지낸 엄마와 동생의 진태와 한 집에 살면서 서로 경계하듯 무심한 듯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서로에게 조금씩 열어가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엄마가 조하에게 한달동안 식당에 일봐주러 부산에  내려간다고 동생을 부탁한다. 
조하가 동생이랑 전단지를 나눠주다 진태를 잃어버려 찾으려 다니다 그가 피아노앞에서 연주하는 걸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동생이 보고 있는 영상이 피아니스트 한가율인 것을 알게 되고 한가율을 찾아가 자신의 동생의 피아노 실력을 테스트 받게 한다.
진태의 피아노 재능을 알게 된 한 가율(한지민)은 진태를 도와준다. 진태가 콩쿨대회에 나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자란 행동으로 콩쿨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조하와 진태는 가까워진다. 그러다 진태를 잃어버리고 한참을 찾다 헤매다 진태를 발견한 조하는 진태를 때리고 엄마는  "니가 뭐를 잘했는데, 아를 때리노 니가 형아 아이가 아를 와 때리노!" 라고 조하를 향해 말리는 엄마의 모자 안으로 엄마의 민머리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알게된다. 엄마가 부산에 간 것이 아니고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 자식 버리고 나갔으면 잘 살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야 마음 놓고 미워하든 원망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분노했을까? 병원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의 모습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집에 있는 피아노를 때려 부숴 버린다.
억세게 고달프게 산 게 자신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게 모자란 동생으로 더 고되게 산 거 같아서일까
그리고 아버지 면회를 간다. 엄마 만났다는 말에 아버지는 "병신 새끼 하나 키우고 있더냐?"라고 말한다. 
"후회 안하세요. 엄마 때리고 나 때린 거 후회 안하냐구?"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아직고 거칠고 폭력적인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아버지 안할게요.이제 나도 자식 안하고,여기서 나오지 마세요. ..엄마 맞은 만큼 나 맞은 만큼 다 때려 주겠다고 그말 해주려고 왔다."고 말하는 조하는 엄마를 불행하게 만든 아빠에게 쏟아냈고, 
자신이 엄마를 미워하게 만든 것도 아버지라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에게 캐나다로 떠난다고 말한다. "아버지, 엄마 둘 다 용서가 안돼"
용서하지 마라고 한다. 설사 조하가 용서하더라도 엄마는 스스로 조하에게 평생 죄인 같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니만 챙길게 내 못해준 거 다 해줄게 미안하다 ." 더 모자란 자식이 더 신경 쓰이는 게 부모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 생에서는 자신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태가 더 걱정이 되는 걸 어찌 하겠는가?
그렇게 캐나다로 가려고 공항에 간 조하는 공항 대기실에서 TV에 나오는 진태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가율의 부탁으로 갈라콘서트에서 연주하기로 된 것이다.
자신이 형이 들려준 말이라고 하면서 조하가 좌우명처럼 붙여놓고 보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결국 표현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진태가 모자르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조하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발길을 돌려 엄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엄마를 모시고 진태의 갈라콘서트에 간다.  
진태는 너무 멋지게 소름끼치게 연주를 했다.엄마와 조하는 진태의 그 무한한 가능성 앞에 벅차 오른다. 감동적이었다. 휴대폰으로 한가율이 치는 영상으로 모든 음을  짚어내는 천재였고, 엄마에게 형에게 모자란 동생이 아닌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세월을 매워주는 좋은 동생이었다. 
 
가족은 그렇게 채워주지 않아도 채워지는 존재이다. 
비우려고 해도 비워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리고 엄마가 떠나고 진태는 엄마가 자주 듣는 <그것만이 내세상>을 연주한다. 
엄마에게는 진태나 조하가 자신의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자식은 엄마를 움직이게 한다. 자식으로 인해 엄마의 세상은 돌아가니까..
posted by 해이든 2019. 2. 26. 22:16

TV로 한 사건을 접했다. 아들이 무면허 상태로 아버지의 차를 몰고나가 과속운전을 하다 승용차와 화물차를 잇따라 들이받고 도주해 버린 사건이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상해를 입고 화물차는 파손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아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엄마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한다.

어머니는 경찰,검찰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거듭 엇갈린 진술로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아들은 지인에게 사고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모는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아들만을 위한다는 태도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결국 아들의 잘못된 행동과 부모의 그릇된 판단에 반성도 없는 그들에게 법원은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적색경고등을 켠다. 
아들은 징역 1년 6개월, 엄마에게는 징역 8개월, 아버지는 징역 6개월을 선고한다.
이 사건으로 현실에서의 부모의 잘못된 방식이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사회에 방치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법원은 자식과 부모 모두를 법정구속시킴으로서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본다. 

죄를 짓는 것보다 죄의식이 없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보고 문득 떠 오른 영화가 '침묵'이었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중년의 남자 '임태산(최민식)

그에게는 '문제아'이면서 골치 아픈 딸이 한 명 있다. 그저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비의 돈을 쓰고 다니는 것 밖에 없다. 
임태산에게는 또 사랑하는 약혼녀이자 유명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있다. 그런데 딸은 자신의 약혼녀를 싫어한다. 그러나 유나는 그녀의 딸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딸이 술이 취해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유나는 딸 임미라(이수경)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임태산의 약혼녀가 죽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미라가 지목된다.

약혼녀를 잃고 딸은 자신이 사랑하는 약혼을 죽인 용의자로 잡혀 있다.

그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딸 미라를 위해 미라의 무죄를 믿어 줄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그의 재력에 최고의 변호인단을 선임할 줄 알았는데 초짜이고 젊은 변호사 희정을 선임한 것이 이상했다. '딸을 버린 것인가'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리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시작되고, 임태산은 자신의 방식대로 딸의 무죄를 만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데, 또 뭔가 너무 간단해 보인다. 딸이 범인이 아니라 임태산인 것처럼 보이는 게 함정인가?

그의 약혼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그래서 임태산이 알고 그녀를 죽였다?
자신의 아버지의 돈을 보고 접근한 유나를 딸이 역겨워 죽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갈수록 미묘해진다.
그런데 핵폭탄이 터졌다. 유나의 팬인 김동명(류준열)이 그날 CCTV영상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걸 갈취하려는 임태산과 그걸 증거로 범인을 잡으려는 검사와 변호사의 알수 없는 신경전으로 결국 범인이 잡히고 만다. 
그 영상으로 그날의 기억이 없는 딸은 풀려나고 아버지 임태산은 그녀를 죽인 범인으로 갇히게 된다.

이게 끝이면 너무 시시하다 말이지. 이상하게도 범인이 너무 임태산을 향하게 검사나 변호사를 이용하여 쥐몰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끝이 아니었다.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 그 반전에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의뢰인의 비밀 유지 동의서를 내밀며 그가 그토록 침묵해 온 것이 밝혀진다.
부모다움이 뭘까?
재력으로 자신의 딸을 채워주기만 했던 임태산, 자신의 잘못된 삶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죽게 만들었고, 자식마저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딸을 감옥에서 꺼내와야 했다.
아버지로서의 울분도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의 울분도 침묵 속에 가두어야 했다.
자식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지 못한 벌, 자신의 진심을 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반성..
이제와 주워담아 보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길에서 그가 선택한 무게는 자신이 쌓아온 성을 다 무너뜨려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딱하나, 딸 미라
그는 아버지로서의 마지막을 감당하려고 했던 것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었다. 처음엔 탐욕이라고 욕했는데 탐욕을 위장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이 옳은 것인가? 사회적으로는 옳을 순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그게 최선이라고 말하는데 왠지 반박할 수가 없다.

참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부모다움이 무언지, 자식이 주는 의미가 또 무엇인지를 되돌려 보게 만든다.

최민식이 보여준 아버지의 역할은 참 대단했다. 자신이 범인이 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변호사, 법정과 언론을 속이는 장면들과  자신의 연인과 닮은 연인을 바라보면서 갖는 수많은 감정을 침묵 속에 가두는 모습에서 애잔한 사랑이 다 묻어나왔다.

또, 딸에게도 열 마디 말보다 묵직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사랑은..... 이래서..

 

 

posted by 해이든 2019. 2. 26. 18:20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혼자 식사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은 가족들은 아무 말없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태생이었던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남편과 결혼하여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 아이오아주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주부다. 가족들이 주 품평회로 집을 떠나고 나흘간 혼자 있게 된다. 가족들을 위한 준비가 아닌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여유로움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가족이 있을 때는 그들을 위한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오로지  혼자 있을때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편은 온화하고 정직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삶은 아니다. 좋은 것과 행복한 것은 다르다. 가족이 행복해서 좋긴 하지만 그러나 꿈이 있던 자신은 무언가 나사가 헐거운 사람처럼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허기가 든다. 누군가에 인생에 얹혀 그저 살아내는 존재가 된 기분같은 거 말이다.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채널을 말도 없이 바꾸어 버리는 딸의 모습에서 그녀의 생각, 그녀의 취향, 그녀의 스타일은 이 집안에 있지도 않으며 무관심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다. 가족만을 위해 놓여 있는 가구처럼 그녀 역시 가족들을 위해 준비된 익숙한 소품같다. 없으면 불편하고 필요한 존재지만 있을 땐 무심함이 감돈다.그녀의 말처럼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하는 순간, 한 여자의 삶이 시작되지만 어쩌면 어떤 면에서는 멈추는 것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여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삶은 시작되는 것이고 여자로서의 꿈은 멈추는 것이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살아오느라, 오랫동안 자신을 빼놓고 산 삶으로 인해 허기가 몰려온다.

 그런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을 매디슨 카운티 다리를 찍기 위해 온 사진 기자였다. 그로 설레었고, 이런 사랑이 자신에게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읽었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자신의 마을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까봐 걱정하고 배려해 주었고, 자신의 평범함을 완벽한 사랑으로 꿈꾸게 했다.서로를 향해 이토록 뜨거울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질 수 없기에 두렵고, 그녀는 가족에게 상처주는 게 두렵다. 같이 떠나자고 하는 로버트로 인해 수천번 수만 번 고심하지만 자신의 사랑으로 가족들이 당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에 머문다.
이 작은 동네에서 주위의 수군거림을 못 견뎌할 것이고, 남편은 망가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 나흘간의 운명같은 사랑도 이곳을 떠나는 순간 변할 것이다. 가족들이 늘 마음에 걸려 이 나흘간을 실수로 여겨지게 만들것 이고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당신을 사랑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그녀는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런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거요." 로버트는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시내에서 더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너무 아프지만 이해한다. 그녀의 말처럼 사랑은 예정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심장을 태우고 있지만 간절히 그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남기로 결정한다 . 

시내에 남편과 함께 나간 프란체스카는 비를 맞고 서 있는 로버트를 발견한다. 너무 가슴 아프고 먹먹했다. 그녀를 시내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로버트의 절절함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그는 차안에서 그녀가 선물해준 목걸이를 차 앞 거울에 걸고, 그녀에게 결정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차 문손잡이를 움켜 쥐며 터져 나오는 눈물과 그에게로 튀쳐 나가는 사랑을 움켜 잡아야 했다. 
하루도 그를 생각 안한 날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죽고 그를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어느 날 그의 변호사로부터 그가 보내 온 우편물을 받게 된다. 
그의 편지와 그가 보내온 나흘간의 사진이 담긴 책과 그녀가 생일선물로 주었던 목걸이까지 받고 그녀는 가슴안에 담긴 그를 또 끄집어 안는다. 
그리고 죽고 자신들에게 자신의 유골을 화장해서 로즈먼 다리 위에 뿌려 달라고 한다. 
'내 인생을 나의 가족에게 바쳤으니, 나머지는 그에게 바치고 싶다.'는 유언이었다.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가슴에 피어버린 감정을, 절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친듯이 질주하는 것을, 그를 따라 나서고 싶은 갈망을 그녀가 얼마나 숨막힐 정도의 무게로 억눌렸는지를 알 것 같기에 
그녀의 결정이 아펐고, 그녀를 배려한 로버트의 사랑에 또 먹먹했다. 사랑이 없는 삶이 평범했던 것이지, 사랑이 있는 평범함은 없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5. 19:44

셀마 (SELMA)


감독 에바 두버네이

영화 셀마
자유를 위한 여정

차별은 폭력이다. 인종차별은 범죄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 위에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세상이라는 평행 선위에 놓인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피부색으로 차별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신의 수준이 바닥이라는 것을 드러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많은 영화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만행을 보아왔다.

그들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얀 피부색 하나밖에 없는 미개한 사람들, 백인 우월주의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데이빗 오예로워)는 미국의 흑인 인종차별에 저항한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가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주도하여  196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비폭력 운동으로 시작한 것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때였다. 

1955년 몽고메리에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버스 안에서 백인 남자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당시 '흑백 인종 분리법 위반'이란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틴 목사는 흑인들의 인권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로자 파크스는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여 미국 연방 최고 재판소에서 버스 내 인종 분리법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 낸다.

버스 이용 인구의 약 75%는 흑인들이고, 버스가 다 차기 전에는 앉을 수 있으나 백인들이 탈 경우 양보해야 하고, 버스가 만원이 되면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이런 불평등은 버스뿐만이 아니었다. 공공장소도 흑인을 구분 지었고,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이에 마틴은 본격적으로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비폭력적인 인권운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셀마교회에서 흑인 아이 넷이 참살당한 것을 계기로 셀마를 도화선으로 삼아 거리행진을 진행하려고 한다.

투표권을 요구하는 흑인여성
법원앞 투표권을 달라는 시위중 폭력을 당하는 흑인들

셀마 인구의 50%가 흑인임에도 차별과 협박으로 말미암아 셀마 인구 절반이 투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흑인이 투표자 등록하기 위해선  등록된 투표권자에게 보증을 받아야 하고, 법원까지 가서 인두세를 내야 하고, 이름과 주소를 신문에 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본 백인들의 손에 죽게 되어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법을 금지시켜야만 했다.  

흑인들에게 법적으로 투표권이  명문화되어 있지만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투표권자들의 투표자 등록을 막으려고 조직적인 협박과 공포감을 조장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연방법 입법으로 흑인 시민들에 대한 자유로운 투표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지만 가난 구제정책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들이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 자신들의 불평등한 삶을 끝낼 수 없다. 그들에게 투표권은 생존권과도 같았다. 법원앞에서 투표권을 보장해 달라고  흑인 지지자들과 마틴은 비폭력 주장을 하지만 그들은 해산을 요구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감옥에 가둔다.

 

 FBI는 마틴을 위험인물로 규정하여 그를 감시하고 도청한다. 매일같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은 가족들에게 협박 전화과 위협을 가하고. 아내는 하루하루가 짙은 안개와 같은 삶을 산다. 계속된 협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아내와 자신을 지치게 한다.

 그리고 같은 흑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비폭력운동 방식이 비난받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백주대낮에 맨 앞에 나서는 사람들과 또 그들을 따라 일어서는 그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는 것을 좌절하기도 한다.

 

 

한 경관에 의해 인권 시위도중에 어머니를 보호하려던 지미 리 잭슨이 사망하게 된다. 

그는 82살된 할아버지가 살아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거리행진을 나온 흑인 젊은이이다. 

마틴은 말한다. "백인 정치인들, 편견과 혐오를 먹고 사는 자들, 침묵하는 자들, 흑인이 모욕당하고 폭행을 당하고 죽어가는 데도 싸움에 동참하지 않고 관망하는 흑인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 바칠 수 없다면 충실히 산 것이 아니다."

정부는 수백만 달러를 써가며 베트남 해방을 구실로 병사들을 희생시키고 국내에 있는 국민의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 도덕적 의지와 용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수상자로 카메라가 그를 따라다닌다. 사실상 주의회에 보이기를 바랐다. 그는 행진을 통해 백악관 수장과 언론의 관심을 끌어 흑인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려고 계획한다.

셀마 몽고메리 행진

 

그래서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거리 평화행진을 진행하려고 한다.

셀마 몽고메리 행진은 미국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의 아멜리아 보인튼 로빈슨과 그녀의 남편이 시작한 투표권 쟁취운동으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짐 베벨, 호시아 윌리엄스를 비롯한 많은 저명한 미국 인권 운동가를 셀마로 집결하게 된다.

첫날 짐 베벨이 이끈 600명의 인권 행진에 참여한 흑인들은  몽고메리로 가기 위해서는 에그몬드 피터스 다리를 건너야 했다. 비폭력을 지향한 무력시위였으나 백인 경찰은 무장한 채 곤봉과 몽둥이와 최루가스로 폭력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흑인들을 공격했다. 흑인들이 폭력을 당해 다치고, 도망가는 장면이 언론과 TV를 통해 보도된다. 주지사 조지 윌리스는 강력하게 그들을 탄압하고 공격한다.

이를 본 많은 미국인들이 시위에 동조하여 참가하려 셀마로 모이게 된다. 

두 번째는 마틴 루터 킹이 주도하여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한다. 물론 이번에는 많은 백인들이 가담했다. 그런데 첫날과 달리 다리에서 경찰들이 순순히 자리를 비켜 준다. 예상하지 못한 마틴은 백인 경찰들이 물러나고 몽고메리까지 행진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킹 목사는 나아가지 않고 물러나 후퇴한다. 이를 두고 많은 흑인들이 비난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그는 당장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행진했을 때 겪을 물과 식량의 부족 문제와 잘 곳을 걱정했다고 한다. 좋은 취지가 자신들 안의 문제로 무너지고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을 염려한 것 같다. 

그리고  백인 제임스 리브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에게 공격받고 죽게 되는 사건이 터진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나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협박이 공동체로서의 삶,국가로서의 삶까지 무너지게 하고 있다.

가족들의 신변의 위협을 받으면서 폭력 시민 운동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두려움과 싸워 결국 세 번째 무려 2만 명이 넘는 지지자들과 함께 셀마에서 몽고매리까지 행진할 수 있었다.

마침내 미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고 나서야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 문제가 흑인의 문제도 남부의 문제도 아닌 미국의 문제라고 말하며 투표권 제한을 철폐하게 된다. 그리고 윌리스 주지사는 그들의 투표로 다시는 주지사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존슨 대통령은 민권법에 서명하여 공공장소에서의 인종분리나 차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인종차별의 철폐와 인종간의 공존이라는  민권법이 제정됨으로써 인권운동가로서의 마틴의 입지는 탄력을 받게 된다.

 

비폭력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그들이 목숨을 내놓고 갖고자 하는 투표권, 그건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이고 그들의 역사를 바꾸어 놓는다. 

그가 감옥에서 회의감이 들어 "흑인이 설사 식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버거 하나 살 돈이 없고, 못 배워 메뉴판마저 읽지 못한다면 그게 평등인가 "하고 말이다. 그때 그런 그에게 같은 동지가 해 준 말은 " 벽돌을 쌓는 거지 우린 최대한 길을 닦는 거야 돌멩이 하나씩..."

아직도 차별받는 이들이 벽돌을 쌓고 있다. 평등을 위해서 말이다.

그의 유명한 연설문처럼 모두가 꿈을 위해서 벽돌을 쌓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그는 13년간 차별에 저항하며 벽돌을 쌓다 1968년 39살의 나이로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의해 암살당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5. 14:10

500일의 썸머

 

세상에는 두 가지의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두 가지의 사랑이 존재한다. 같은 통로의 운명 같은 사랑과 다른 통로의 어긋난 사랑이 있다.

어느 날 운명적인 사랑이 걸어 들어온다.

카드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톰(조셉 고든 레빗)은 비서로 들어온 서머(주이 디샤넬)에게 운명 같은 사랑을 느낀다.

우주의 섭리처럼 썸머에게 자신의 세상이 열리는 듯 사랑에 꽂히고 만다.

그러나 썸머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사랑이 환상적일 뿐 아니라 존재하지 않거나 끝이 좋을 수 없는 것으로 사랑의 존재를 부정한다.

사랑에 대한 색깔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 사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출발선은 동일한 것이 아니었다.

톰에게는 썸머가 특별한 연인이었지만 서머에게는 그저 스치는 인연 중의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서머는 진지하고 싶지 않다. 관계로 구속받기 싫다. 가볍게 만나는 그런 인연이고 싶다. 그것도 톰이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연인이 되는 걸 거부하고, 누군가와 관계로 얽매이는 것도 싫다.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끝을 정해놓고 만나는 사람처럼 자신을 밀어내기만 하는 서머로 인해 톰은 힘들어한다.

톰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썸머에게 묻는다. "우린 무슨 사이야?"

"우린 그냥 친구잖아."

썸머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녀의 마음에는 탐이 있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사랑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여자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이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톰처럼 빠져드는 것이다.

사랑이 가지는 공간과 거리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벼운 관계이고 싶은 서머와 진지한 관계이고 싶은 톰의 온도차로 결국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별 후, 톰은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랑, 특별한 사람이었던 썸머에 대한 사랑했던 추억만 가지고 지낸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썸머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톰에게 파티를 열거라고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톰은 다시 설레고 운명 같은 사랑에 기대어 그녀의 집에 가지만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게 된다.

그는 파티에 초대된 여러 명 중의 그저 한 명일뿐이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도망치듯 나온 그는 점점 사랑이 찌그러진다.

사랑을 부정하던 그녀가 연인이라는 족쇄도 싫다던 그녀가 결혼이란 관계로 사랑을 매듭짓는다.

톰이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서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너랑 있을 때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어."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는 그녀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던 톰은 서머로 인한 상처로 슬픔으로 무너졌고, 지금은 운명을 믿지 않는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기 싫다던 그녀가 사랑을 믿지 않았는데 그건 썸머가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을 못 만나서 그랬던 것이다.

톰은 썸머에게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었다. 연인이 아닌 그저 스치는 인연이었다.

실연의 상처로 운명을 믿지 않는 톰과 또 다른 사랑으로 운명을 믿는 여자 서머의 뒤바뀐 사랑의 존재가치!

서로는 연인이 될 수 없었다. 서로의 운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서로에게 꽂히고, 서로에게 통하고,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머의 운명은 톰이 아니었다. 서머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부정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못 만난 것이다.

서머와 톰은 연인이 아니라 인연이었던 것이다.

톰의 연인 가을이 오고 있다. 톰도 서로 통하는 운명을 만날 것이다.

나와 다른 각도, 나와 다른 시선, 나와 다른 사랑이 아닌 한 방향, 같은 위치, 같은 마음이 운명인 것이다.

우리는 서머와 만난 적이 있다.

나의 뜨거움으로 인해 못 느끼고 스쳐간 수많은 인연들이었다. 그때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3. 23:55
리스본행 야간열차
감독 빌 어거스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정말 철학과 사랑과 인생이 다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이다. 책은 좀 더 깊고, 영화는 감성적인 영상을 선사하고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둘 다 너무 너무 훌륭하다. 
 
스위스 베른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 레이문드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매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낸다. 
  
비 오는 어느 날,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붉은 코트를 입은 낯선 여인을 구해 주게 된다. 그 여인은 붉은 코트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 한권과 코트 주머니에 있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만 남긴 채 사라진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의 일상에 알 수 없는 바람이 일고, 무언가에 이끌려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리스본 행 야간열차에서 그녀가 남기고 간 <언어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언어의 연금술사>는 아마데우 프라두가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삶을 기록하여 쓴 책으로, 그는 포르투갈의 의사이다.아픈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의사가 되었지만 그는 작가가 꿈이었다. 그는 틈틈이 글을 썼고, 그것이 지금 그레고리우스 손에 들린 책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선다.
 
아마데우는 판사 아버지를 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그리의 그의 절친 조지 어켈리(어거스트 딜)는 야채상의 아들이다. 그들은 신분부터 달랐지만 약사인 조지를 위해 아마데우는 약국을 차려줄 정도로  두 사람의 우정은 돈독했다. 
1973년은 포르투갈의 카네기혁명이 있기 1년 전으로 무려 40년이나 이어진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지친 시민들이 저항군을 조직하고, 청년장교들이  독재 정군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던 때이다. 
아마데우와 조지,  주앙 에샤(마르코 달메이다),그리고 스테파니아(멜라니 로랑)는 독재정권에 맞선 투쟁을 위해 뭉친 동지다. 
아마데우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게 되면서 조지의 연인인 스테파니아를 소개받는다. 스테파니아는 뛰어난 머리로 레지스탕스들의 명단과 연락처, 접선코드를 머리속에 다 외우고 있다.  그러나 매혹적인 스테파니아와 아마데우는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결국  조지의 연인인 스테파니아가 아마데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두사람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질투로 조지는 조직의 명단을 다 알고 있는 그녀가 잡히면 동지들이 위험해진다는 이유로 스테파니아를 죽이려고 한다.
조지의 생각을 알게 된 아마데우는 스테파니아와 함께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도피한다.
아마데우는 스페인에서 스테파니아와의 새 삶을 계획하지만 스테파니아는 이를 거절하고 떠난다. 그 후 포르투갈로 돌아온 아마데우는 카네기 혁명이 터진 바로 그 날 1974년 4월 25일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마데우는 혁명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실은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치열했던 삶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조지는 아마데우가 차려준 약국을 계속 운영하고 있고, 스테파니아는 스페인에서 혼자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의사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는 주앙은 요양원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주앙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시절 독재정권의 하수인인 멘데스 (아드리아누 루스)가 스테파니아의 행방을 대라고 자신의 손을 둔기로 마구 내리찍어 만신창이가 되어 더 이상 피아노도 칠 수 없고 손을 제대로 쓰지도 못한다.
 
"젊은 시절엔 삶이 영원하다고 여긴다. "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잔혹한 독재정권은 피아노를 치던 낭만적인 손은 잔혹한 독재에 맞서 총을 들었고 그 총을 든 손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그리고 아마데우와 조지는 절친한 사이였다. 스테파니아로 인해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질투로 친구도 사랑도 잃었다. 독재정권이 청년들의 낭만도 사랑도 우정도 다 앗아가 버렸다.  
 뜨거웠던 여름은 곧 가을을 맞아야 하고 겨울도 맞이한다.  돌아보면 너무 소중한 것을 너무 쉽게 세상에 던져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이 자라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까지 무너지게 하고 만다. 
 
책 한권으로  시작된 그레고리우스의 기적같은 여행으로 고요하고 변동없는 자신의 삶이 꿈틀 거리게 된다.
우연히 찾아든 감정으로 안으로 방향을 틀고 묻는다. 학생들을 향해 가르치기만 했던 철학을 자신에게도 묻는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3. 18:24
매치 포인트
감독 우디 앨런 
 

 

영화 매치포인트

 

매치 포인트란 운동경기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최후의 1점을 말한다. 

테니스 경기에서 공이 네트에 걸려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코트에 떨어져 지거나 아니면 넘어가 이기는 것은 실력이 아닌 운에 의해서 승부가 갈린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는 운이 매우 좋은 남자이다. 그 운으로 그의 인생이 달라진다.

테니스 선수였던 크리스 윌튼(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은 인생을 결정짓는 건 운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네트에 걸려 자신의 코트에 떨어진 공은 선수로서의 그의 능력을 무시했고, 그로 인해 그는 테니스 강사로 전락하는 불운한 남자처럼 보였지만 탐 휴잇을 만난 계기로 테니스 강사가 된 게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한다.

운은 잠시 내게 온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갖추어지고 부수적으로 내게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행운이라고 본다. 그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지, 아님 정말 운이 없는 남자인 건지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크리스 입장에서 보느냐, 노라 라이스 입장에서 보느냐, 클로이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에 따라 크리스 윌튼의 세상에서 들여다보자.

클로이 휴잇과 크리스 윌튼

테니스 강사로 일하게 된 크리스 윌튼에게 테니스 수강생이자 영국 부유층 자제인 탐 휴잇(매튜 굿)과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족과 오페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공연을 같이 관람하게 되고, 탐의 여동생 클로이 휴잇(에밀리 모티머)이 크리스에게 반하게 된다.

클로이는 크리스의 성공에 대한 갈증을 채워 줄 운명이었다. 자신을 탄탄한 미래에 돛단배를 달아준 것이다.

클로이의 초대로 간 파티에서 크리스를 사로잡는 매혹적인 노라 라이스(스칼렛 요한슨)의 만남은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불운이었다.
그나마 잡은 행운을 파멸로 이끌 것 같은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노라와의 첫 만남에 위험한 스파크가 튄다.
성공을 향해 잡은 클로이의 돛단배가 노라의 급류에 떠내려 갈 듯 크리스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처음부터 크리스를 대하는 노라의 눈빛은 매혹적이었다. 첫 눈에 사랑이라기 보다 탐닉같은 시선들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혹을 내뿜고 있었고 불꽃이 팍 터질려는 찰라에 탐이 출현한다.
노라 라이스는 탐과 사귄지 6개월된 연인이었다. 네 명이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크리스는 노라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가난한 크리스와 노라가 각자 상류사회의 자제인 탐과 클로이의  연인으로 영국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노라를 바라보는 두 남자의 눈빛

인생을 운에 거는 남자들은 위험하다. 한 방의 운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사람처럼 불완전한 존재는 없다.

운을 쫓는 남자눈에 어쩜 운에 자신의 배우 인생을 거는 여자 노라가 보이는 것이다.

수컷들은 안다. 어떤 여자가 더 강렬하고, 유혹적이고, 섹시하고 탐욕적인가를 말이다.

 

클로이에게는 그런 매력이 없다. 그녀는 부잣집 딸임에도 불구하고 탐욕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착하며, 노력이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클로이 아버지 알렉 휴윗(브라이언 콕스)는 가족은 돌보는 게 낙인 사람이고, 겸손하고, 돈을 쓸 즐도 알고,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고, 휴가도 즐기는 사람이다. 

가정적인 남편이자 자상한 아버지였다. 클로이의 부모님은 자신의 딸 클로이가 행복해하는 것으로 크리스를 맘에 들어한다. 

클로이의 부탁으로 아버지는 크리스에게 자신의 회사에 자리를 내주고 그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해 주며 경영스쿨에서 경영수업도 받을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그의 강한 승부욕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노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라가 자신의 아들과 사귀는 것이 못 마땅하다.

탐의 어머니는 무엇보다 배우와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배우를 여자에게 고약한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고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는 그녀가 뜬구름을 잡는다고 못마땅해 한다.

노라는 뭔가 자신의 삶이 풀리지 않는다. 번번히 오디션에도 떨어지고 수입도 없다. 그렇다고 탐에게 미칠정도로 사랑한다는 느낌도 못 받았다.

별장에 가족들끼리 놀러갔다 자신을 대하는 탐의 어머니로 인해 화가 난 노라는 빗속을 걸어 나가버리고,창문으로 그녀를 보게 된 크리스는 그녀를 따라간다. 크리스의 관심은 클로이와 있을때에도 노라를 쫓는 세포들로 움직인다.

노라를 향한 크리스의 감정은 파괴력을 가진 위태로운 욕망을 발사한다. 저 눈빛은 사막에서 갈증으로 인해 타들어가는 목마름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이성을 잠궈 버리고 순간 탐닉으로 서로를 안고 만다.   

그 일이 있고나서 노라는 의도적으로 피한다. 서로가 연인이 있는데 순간의 스파크였다고 말한다.

스칼렛 요한슨

성공에 목말랐던 크리스는 클로이의 성공기차에 몸을 싣고 결혼까지 질주한다. 

하지만 탐이 노라와 헤어졌다고 한다. 다른 여자가 생겼고 어머니가 맘에 들어한다고 말이다.크리스는 이게 자신에게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자신에게 주어진 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그녀를 찾아 다니지만 그녀는 떠나고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에 우연히 그녀와 마주치고,그녀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넘쳐 흐른다. 매혹적이고 섹시한 노라에게 빠져 들고 만다. 있다. 욕망에 목마른 숫컷의  눈빛이었다. 사랑이 아니다. 저런 눈빛은 왠지 둘 다를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에 빠진 눈과 욕구에 불타오르는 것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뜨거운 건 지나치게 차갑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친듯이 서로를 탐닉하고 시도때도 없이 갈구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처럼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그들은 불륜이다. 운을 쫒아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크리스에게 자신을 다 버리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그녀를 선택하였다면 그건 사랑이었을 것이다. 자기 희생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클로이는 임신을 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다. 아내가 그렇게 필사적인데도 노라에게 미쳐있는 빛을 찾는 불나방처럼 노라에게 간다. 
재회한 크리스와 노라

하지만 현실은 냉소적이다. 현실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없다. 자신의 애욕을 채워주는 상대여야 한다. 하지만 노라는 질투로 그를 몰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라가 임신했다고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클로이에게 다 말하고 자신에게 오라고 한다. 질투로 그의 삶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거짓말로 노라를 피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피하고 있다고 알게 된 노라는 회사앞까지 와 자신을 숨막히게 한다.
미친듯 탐닉하던 감정은 온데 간데 없고 현실속에서 조여오는 파괴감과 두려움은  자신을 송두리째 쥐어짜기 시작한다. 
클로이를 선택하면 미래가 탄탄하고 노라를 선택하면 미래가 없다. 그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선적인 현실에서 그는 사랑과 애욕의 차이였다고 말하고 있다.

책임이 따르는 않는 감정의 소통돌이속에 욕구를 위해 달려드는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 불나방처럼 상류사회의 여자를 꼬여내고 그리고 그걸 잃지 않기 위해 그는 그녀의 아파트에 강도가 자주 든다는 그녀의 말을 이용해 강도로 위장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녀의 앞집 노파를 죽이고 그리고 노라를 죽여 강도로 위장하고 알리바이를 위해 아내와 오페라를 본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사람은 위기가 닥쳐봐야 알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적당히 자신의 탐닉대상으로 조용히 얼버무리고 살아야 되는데 그 이상을 요구한게 그녀가 죽은 이유일까?
그녀를 죽이기 위해 작은 희생은 따르기 마련이라 앞 집 노파가 죽어야 했을까?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아니면 자신의 코트에 공이 넘어오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을까?
그녀는 강도처럼 위장하려고 훔친 노파의 반지를 강물에 버린다. 그 반지는 난간에 부딪혀 강물에 빠지지 않는다.
그의 운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골수마약중독자가 주워 주머니에 넣은 것이 결국 그에게 행운을 안긴다. 네트에 걸려 떨어진 공처럼 난간에 걸려 떨어진 반지로 인해 그 자의 범행으로 넘어간다.
반지가 골대에 맞고 자신의 코트에 떨어져 그에게 불운을 안겨줄 지 알았는데 그에게 운을 선사하고 만다 크리스를 범인이라고 확신했던 형사의 직감은 아쉽게도 운에 밀리고 말았다. 

그는 네트에 걸린 공이, 난간이 걸린 반지가 자신에게 다 불운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 불운을 더 큰 행운으로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에게 넘어오는 승리로 인해 그는 앞으로 정의나 노력이나 실력이 아닌 자신의 운에 운명을 걸고 살아갈 것이다. 어쩜 이게 자신에게 가장 큰 불운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면 한가닥의 정의가 살아있는 것이고,한가닥의 삶의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그는 벌을 받지 않았고, 결국 한가닥의 희망도 정의도 가지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까지 죽이면서까지  운이  따라주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애를 가지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된 클로이, 갖길 원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생긴 노라, 그녀들에게 크리스는 불운이었다.

미국이 고향이지만 미국이 싫은 노라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크리스와의 불륜으로 죽음까지 맞이했다. 사랑하던 남자에게 말이다.

크리스는 노라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냐, 사랑의 색깔이 다를뿐...남자들의 화려한 거짓말은 여자들을 색맹으로 만든다.
왜 우디앨런은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공연을 선택했을까?
'트라비아타'는 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또는 바른 길을 벗어난 여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왠지 알 것 같지 아니한가?
실제 오페라에도 비극적인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있다. 사교계의 비올레타를 젊은 귀족이었던 알프레도가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폐병으로 서서히 죽어간다. 결국 여주인공이 버림받은 채 병이 깊어져 죽는다. 

버림받은 노라 라이스의 비참한 죽음을 오페라의 비올레타의 비극을 통해 암시해준 것이라고 본다.

2005년에 개봉한 <매치 포인트>로 우디 앨런도 예술 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22. 15:36
물랑루즈
감독 바즈 루어만 
 

 

영화 물랑루즈

 

역시 명품이다. '빛이 바래도 좋다.' 하고 봤는데 빛이 바래지 않는 명작이다. 오래되었다는이다.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1899년 파리, 보헤미안 혁명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는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에 있는 화려한 뮤지컬 세트장을 배경으로 익숙한 대중가요와 춤과 화려한 의상으로 눈을 사로잡는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는 2001년도 개봉한 영화로 말이 필요없는 영화이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의 표정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니콜 키드먼이 입은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볼거리로 눈을 뗄 수 없는 공연과 풍차가 있는 카바레 세트장까지 환상적이다. 

물랑루즈 세트장

물랑 루즈라는 카바레의 간판 가수이자 고급창녀인 샤틴은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다.  '찬란한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는 환락가에서 유명한 세속적인 가수이다.
그녀는 가난이 더 비참한 것이고 매춘부에게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돈을 얻는 게 더 확실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여자이다. 재력있는 투자자를 만들어 진정한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보헤미안혁명의 물결에 합류해 몽마르트로 온 영국인 시인이자 작가인 크리스티앙은 사랑이 없는 것이 가장 비참하다고 말하는 순수한 남자이다. 그리고 사틴에게 한 눈에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마는 가난한 작가 크리스티앙은 그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해럴드는 카바레 주인으로 공작의 투자가 필요하고 사틴의 아름다움에 반한 공작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공작과 사틴을 위한 둘만의 장소를 마련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을 공작으로 오해한 샤틴은 그와 그 방에 같이 있게 되고,잠시 후 나타난 진짜 공작으로 인해  그를 내보내려고 하는데 공작이 둘만 있는 상황을 오해하게 되자 재치있는 순발력으로 새로운 시나리오 리허설 중이었다고 말하고 크리스티앙을 작가라고 소개한다.
니콜 키드먼

헤럴드와 사틴과 보헤미안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즉석에서 새로운 공연 '스펙타큘러' 공연의 주제가 만들어지고, 공작의 투자를 얻어낸다.

하지만 공작은 두가지 조건으로  사틴의 독점권과 물랑루즈의  지분을 갖길 원하고 헤럴드는 공작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이게 된다. 
투자로 크리스티앙의 시나리오로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 연습을 한다. 사랑은 흔한 거라 믿지 않던 사틴은 점점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은 해럴드와 공작의 눈을 피해 사랑을 이어간다.
공작이 사틴에게 개인적으로의 시간을 가지려 할 때마다 리허설을 핑계로 빠져 나간다. 점점 곤란해진 해럴드는 사틴과 크리스티앙의 관계를 알아버리고, 공작은 투자를 빌미로 사틴을 취하려한다. 
크리스티앙과 밤에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공작에게 가지 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럼 투자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매춘부 샤틴과 작가 크리스티앙의 만남

그러나 사틴이 쓰러진다. 그녀가 폐결핵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헤럴드는 듣게 된다. 그러나 헤럴드는 샤틴에게 그 사실을 숨기게 되고, 공작에게 대충 샤틴이 공작을 사랑하는 것처럼 둘러 댄다.

크리스티앙은 샤틴이 공작과 시간을 보낸 줄 알고 질투심에 사로 잡힌다. 공작은 계속 리허설로 그녀가 바쁘다고 빠져나가자 어느 날 샤틴과 크리스티앙의 관계를 눈치채게 된다.

질투로 눈이 먼 공작은 공연을 코 앞에 놔두고 공연의 결말을 다시 쓰라고 한다. 사틴을 둘러싸고 두 남자의 사랑과 질투로 갈등이 생기고 충돌하게 된다.

작가인 크리스티안은 화를 내고, 사틴은 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작에게 간다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을 사랑했던 사틴은 차마 공작과의 관계를 가질 수 없어 도망쳐 나오고, 질투심에 힘들어하던 크리스티안은 그렇게 자신에게 돌아온 사틴과 도망가기로 한다. 사랑만 있으면 되는 두사람이었다.
사랑의 행복을 알게 된 샤틴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떠나기로 결심한다.
공연모습
샤틴은 짐을 챙겨 그와 함께 떠나려는데  헤럴드는 "너는 죽어가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공작이 크리스티앙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크리스티앙을 살리고 싶으면 그를 떠나게 하라는 것이다. 
넌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연기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상처를 줘서 그를 여기를 떠나게 하라는 것이다. 사랑이 준 행복이 너무 컸다. 그동안 몰랐던 감정으로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감정으로 충만했는데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녀는 그를 살리기 위해 크리스티앙에게 자신에게 다 해 줄 수 있는 공작에게 가겠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크리스티앙은 카바레에서 쫓겨나고 좌절한다.
 

샤틴은 약을 먹으며 공연을 이어간다. 그리고 무대뒤에서는 마지막으로 샤틴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크리스티앙이 카바레 공연장에 몰래 숨어둔다.

크리스티앙을 죽이려 하는 공작의 부하를 발견한 샤틴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온 몸으로 막아내는 상황이 이루어지는 순간 무대 커튼이 쳐지고 관객들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을 헤럴드는 즉흥적으로 무대를 끌고 간다.

무대 위에 서게 된 크리스티앙은 매춘부에게 화대를 지불한다고 돈을 던지고 무대를 내려간다. 이 부분이 아펐다. 사랑이었는데.... 샤틴도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린다. 각본 없는 즉석 연기가 이어지고 관객은 숨을 죽이며 몰입하고 있다.

샤틴은 무대를 빠져나가는 크리스티앙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그와 불렀던 자신들의 노래 'Come What May'를 부른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는거야." 크리스티앙은 발길을 돌려 그녀의 사랑에 답하듯 그녀의 진심에 눈물지으며 무대에 그녀와 같이 오른다.

사틴은 헤럴드의 말처럼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The Show Must Go On'. 화려하게 공연도 마무리되고, 사랑도 확인되었는데 무대가 끝나자 그녀는 쓰러진다.

그녀는 폐결핵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크리스티앙은 절망하고 샤틴은 자신 없는 삶을 그가 작가로서 멋지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 사랑은 정말 위대하다. 서로를 원하는 간절함은 그 어떤 것으로 메울 수 없는 감정이다.

물랑루즈 마지막 명장면

영화속 영화가 있고, 영화 속 뮤지컬 한 편이 있고, 영화 속 대중가요가 있고, 영화 속 또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느낌이다.  <물랑 루즈>는 감독이 수많은 대중가요를 영화에 사용하기 위해 저작권 동의를 얻는 데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두 배우의 표정과 노래 실력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영화 The Sound of Music 의 타이틀 곡인 The Lonely Goatherd, 그리고 1991년에 너바나가 부른 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 1984년에 마돈나가 부른 노래, 'Like a Virgin, 마돈나가 1985년에 부른 노래 'Material Girl',처음 샤틴의 방에서 크리스티앙의 시로 불렸던 노래는 1970년에 엘튼 존이 부른 'Your Song'으로 샤틴이 크리스티앙에게 반하는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데이빗 보위의 1974년 노래 'Diamond Dogs'와 퀸의 노래 1991년 'The Show Must Go On' 등 수많은 대중가요를 영화에 사용 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불렀던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는  마릴린 먼로가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불렀던 노래이다.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같이 부른 'Come What May'는 <물랑루즈>의 마지막 명장면을 있게 해 준 곡이다.
"Come What May" 
가사를 음미해본다.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이다. 사랑하면 온통 내 마음이 그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노래가사를 찾아서 음미하는 것도 너무 좋다. 사랑하면 그 사람 생각으로 머리속이 도배되고 심장은 그 사람으로 가득 차고 갑자기 세상이 너무 완벽해 보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나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밤이다.

영화 <물랑루즈>는 주크박스 같은 로맨틱 뮤지컬 영화이다. 수많은 사운드 트랙과 OST와 화려한 무대와 연기로 무대보다 더 화려하고 의상보다 더 화려했던 니콜의 미모는 숨이 멈추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이 영화로 인해 나는 빨간 풍차가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고 싶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20. 21:39

암수 살인


감독 김 태균

영화 암수살인

 

이번 영화를 통해 놀라웠던 건 주지훈의 연기력이었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단연 돋보이는 연기였다.
암수살인은 우리가 평소에 접했던 범죄물의 영화가 아니다. 범인을 쫒거나 추격전이나 총격전이 난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제 형사모습과  비슷할 만큼 고요함속에 긴장감을 준다.  이 영화는 형사와 범인의 심리싸움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부산에서 실제 있었던 암수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감옥에서 온 퍼즐>로 방송된 바 있는 범인 이 문기과 김정수 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실화극이다.
1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는 범인 강태오(주지훈)가 자신이 7명을 살해했다는 제보를 한다.  
'암수살인'이란 용어조차 생소하다.  사건발생조차 모르는 사건, 즉 증거도 없고, 시체도 없고,  피해자에 대한 신원파악도, 신고도 안되어 아무도 모르는 살인사건을 말한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이 한 해에 최소 200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감옥에 있는 강태오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다. 왜?
연쇄 살인범이라고 말하고 떠 벌리고 싶은 걸까? 그러나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감정이 없다.' 감정판정불가능이라고 한다. 이건 또 뭐지?
강태오는 김형민(김윤석)형사에게 정보를 조금씩 흘리며 그가 관심갖게 한다. 
김형민 형사는 강태오의 진술을 토대로 증거와 목격자, 피해자를 찾아 나선다. 그래야 범인 강태오의 죄목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강태오는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의 속셈이 뭘까?
강태오는 김형민 형사를 이용해 자신이 15년형 선고를 받은 사건자체를  다른 범죄로 하여 무죄를 받아내어 그걸 역으로 이용해 지금의 사건을 무죄로 돌리거나 형을 감형하려는 계획이다. 
김형민 형사는 그의 진술을 토대로 진실만을 걸려내기 위해, 단서를 추리해 내기 위해 그와 고도의 심리싸움을 한다. 
보통 피해자가 있고, 증거와 목격자를 토대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사건과 달리, 범인의 자백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범인의 자백에 의거해 사건을 역으로 추정한다. 

두 연기파 배우의 빛나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와 증거와 목격자를 수사해 가는 김 형민의 형사의 집념과 그 형사를 이용하려는 범인 강태오 불꽃 튀는 심리전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서울 사람인 주지훈이 부산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모습이나, 형사를 쥐락펴락 가지고 노는 범인의 연기를 신랄하게 보여주는 모습으로 그의 놀라운 연기변신에 주목해도 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0. 14:50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

 

은퇴 후 벤자민(리카도 다린)은 잊히지 않는 여성 강간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25년 전 그가 법원직원으로 근무할 때 새로 부임한 젊고 아름다운 직속 상관 이레나(솔레다드 빌라밀)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이레나는 좋은 집안에 약혼자도 있었다.그저 사랑에 빠진 감정을 숨긴 채 그녀와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 

벤자민과 산도발은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산도발은 매일 술집에 가 술에 취해 있는 골치 아픈 동료지만 그래도 믿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원치 않는 여성강간살인사건을 배정받게 된다. 그리고 사건현장에 간 벤자민은 미모의 여교사의 시신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여교사로 신혼이었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남편은 은행원인이었다. 남편을 만나 앨범을 보던 중 사진속 사람들중에 한 남자의  특별한 눈길이 들어온다. 사진마다 여교사를 바라보고 있는 눈이 말을 하듯 열쇠를 준다.

사랑에 빠진 눈과 시선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는 아내의 어릴 적 친구다. 그를 검거하려 하지만 이미 눈치채고 도주해 버린 그를 찾을 길이 없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고 사건은 종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벤자민은 역에서  죽은 여교사의 남편 모랄레스(파블로 라고)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는 범인을 찾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역에 나와 기다린다고 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바로 그 자리에 영원히 갇힌 남편을 보고 그 순수한 사랑에 갇힌 눈을 보고 벤자민은 감동받는다. 누군가를그렇게 사랑하는 눈동자를 본 적이 없었다.
남편 모랄레스는 범인이 사형을 받는걸 원치 않는다. 종신형으로 평생 가치없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이레나를  설득하여 수사를 재개하기로 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술에 취해있는 동료 산도발(길예르모 프란셀라)이 힌트를 찾아낸다. 남자들은 다 바뀌어도 열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인은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축구 경기장에서 그를 체포한다. 그가 순순히 진술할 리 만무하고, 이레나는 범인 고메스(하비에 고디노)를 도발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는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간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남편은 어느 날 TV에서 대통령 경호를 하고 있는 범인 이시도르 고메스를 보고 벤자민에게 전화한다. 감옥에 있어야 할 범인이 교도소에서 석방되어 그들이 손델 수 없는 힘마저 가지고 있다.
정의는 외딴섬이라고 말하는 정신나간 판사가 정의는 안중에도 없고,그를 쓸만한 사람이라고 석방시켜 준 것이다.  
이레나와  찾아가 항의하지만 소용이 없고, 오히려 고메스에게 위협을 당한다. 그리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의 집에서 쉬고 있던 동료 산도발이 총에 맞아 죽는다. 자신인 줄 알고 그가 대신 죽임을 당한 것이다. 벤자민은 두려움으로 이레나를 두고 떠난다.
 약혼자가 있었던 이레나는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말에도 그녀를 두고 혼자만 떠난다. 그녀는 좋은 집안, 신분, 학력 그 모든 것이 자신과 다른 그녀를 사랑을 하면서도 한번도 이레나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렇게  떠난 벤자민은 한번 결혼을 했다 이혼하게 되고, 이레나도 결혼하여 아이가 둘이고 지방검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은퇴후 벤자민은 소설을 쓰겠다고 그녀를 찾아간다. 25년이나 지난 사건을 말이다. 참 끈질긴 사건이다. 이레나는 평생 앞만 보고 살아서 뒤돌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벤자민은 그녀에게 묻는다 
"공허한 삶을 어떻게 버티는지,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 버티는지."
자신은 결혼했지만 아내를 사랑해 주지 못해서 이혼을 했고, 20년 동안 엉뚱한 길로 다녔다. 은퇴후 혼자 식사하는 자신을 보고 싫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 사건을 소설로 써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었던 고메스와 피해자인 남편을 수소문한다.
고메스는 행방을 알 수 없고, 남편은 외딴 마을에 혼자 살고 있었다. 25년이 지나 만난 두 사람! 고메스를 피해 이곳으로 왔냐는 질문에 고메스는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남편은 오히려 그에게 잊으라 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상상하기도 힘든 사랑을 했던 그가 태연한 것이 말이다.
"아내 없이 사는 법을 어떻게 배웠어요?"
벤자민은 오랜 세월 공허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 제대로 된 삶을 살지도 못했고, 자기 대신 죽은 친구의 무덤에도 가지 못한 채 두려워 했다.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공허했다. 그런데 아무한테도 그런 사랑을 본 적이 없었던 릴리아나를 향한 모랄렌스의 사랑인데, 그가 그 아내 없이 어떻게 그 공허한 삶을 살아냈을 지  말이다.
그는 이렌에게 똑같이 물었다. 자신은 곁길을 돌고 돌아 아직도 공허함속에서 돌아오지 못했으니깐.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고메스를 죽였다. 그러니 잊으라고 말한다.  
 
그는 그와 작별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드는 산도발의 말이 기억났다.
남자는 신까지 다 바꿀 수 있어도 못 바꾸는 게 하나 있다고, 바로 열정, 자신이 술에 취해 있는 게 바꾸고 싶어도 그게 좋으니까, 그게 자신의 열정이니까, 절대 못 바꾼다는 말이 뇌리를 쳤고 다시 차를 돌려  모랄레스의 집을 숨어서 지켜 본다.

 

그는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게 그 남자의  열정이었고, 범인이 찾으려는 기차역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범인을 총알 네발로 죽였다는 것이 미덥지 않은 것이다. 그리 쉽게 잊혀지지도 바꾸어지지도 않을 사랑이어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걸 잊고 산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그를 몰래 뒤따라 들어간 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남편 모랄레스는 아내가 죽은 시점에서 그 사람의 인생은 폐점된 듯 했다. 
처음 벤자민이 소설을 쓰겠다고 이레나를  찾아 갔을 때 그녀가 준 타자기는 A가 찍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비몽사몽간에 메모했던 글자는 두려움(TEMO)이었다. 
그는 소설을 타자기로 치면서 일일히 A를 수기로 적는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라고 적었던 메모에 A한 글자를 적으니 사랑(TEAMO)이 되었다.
두려움과 사랑은 A 한글자 차이였다. 
그는 돌고 돌아 25년만에 자신의 마음을 이렌에게 표현한다. 두려워 도망쳤던 세월을 돌아 와 A한 자를 적은 것이다.
이 옇화는 2009년에 공개된 아르헨티나의 범죄 스릴러 영화로 굉장히 매력있는 작품이다.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인 영화상을 받아 인정받은 작품이고,이야기속에 철학이 담겨 있다.
철학을 머리로 이해하려면 굉장히 지루한 학문이 되지만 가슴으로 받아 들이면 굉장히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언제부터인가 다양성을 추구하며 미국이나 영국의 헐리웃 영화권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영화를 접하면서 참 대단한 작품들이 잔잔하게 감동을 자아내는 걸 보면서 다양하게 세계의 문화를 영화로나마 접하고 싶었다. 이런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19. 22:36
올 더 머니 

감독 : 리들리 스콧 

영화 올 더 머니

석유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J. 폴 게티의 손자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괴범들이 요구한  게티 3세의 몸값은 1.700만 달러, 그러나 폴 게티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고, 엄마는 CIA 요원 플레처와 함께 유괴범을 상대로 사정을 하고, 돈의 제국 폴 게티와도 전쟁을 치르게 된다.

엄마 게일 해리스 역에 미셸 윌리엄스, 플래처 체이스역에는 마크 월버그, 존 폴 게티 3세역에는 찰리 플러머, 그리고 무엇보다 폴 게티역에는 케빈 스페이시가 맡아 촬영까지 다 마친 상태였는데 성추문 스캔들이 폭로되면서 파문에 휩쓸리게 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개봉을 5주 앞두고 그의 촬영분을 전면삭제하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로 교체하여 재촬영을 하게 된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로 석유사업으로 부호가 된 진 폴 게티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폴 게티는 그의 아버지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그는 석유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된다.
그는 돈을 벌어 들이느라 가족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과 연락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세계 부호임에도 자식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는 부자간이라. 매번 느끼지만 부자라고 행복하지 않다는 건 이런데서 오는 감정인 것  같다. 
존의 아버지는 부자 아버지를 두고도 생활이 넉넉하지 못했고, 아내 게일은 남편을 부추겨 시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게 했다. 아버지의 답장을 받고 아들 존과 같이 시아버지가 사는 성에 입성한다.
폴 게티는 미술품과 예술품을 수집하는 애호가로 그걸 사들이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식은 남몰라 하면서 미술품 수집이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고 삶의 가치인 것이다. 
폴 게티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

폴은  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 쪽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왠지 크게 사업적으로 의욕도 야망도 없었는지 마약과 술과 절여 거의 폐인 수준의 삶을 살았다.

그는 약에 취해 판단력도 흐려지고,수많은 여성으로 문란한 삶을 이어갔고, 게일은 그런 남편을 참아주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된다. 게일이 처음 폴 게티에게 연락을 한 건 이런 그림을 원한 게 아니었지만 돈이 만들어 내는 지옥 같은 그림은 자식들까지 망칠 것 같았다.

그녀는 위자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 친권과 양육권을 요구한다. 그녀는 폴 게티가 얼마나 구두쇠이고 돈을 쓰지 않는 노인인 줄 알았고. 그의 예상대로 위자료로 단 한푼의 돈도 안 주고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저 정도의 재력이면 최소한 손자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오는 건 일도 아니었을텐데, 위자료가 아까워서 쉽게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위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그녀를 이해 못했다. 당연할 것이다.

돈만 알고 돈만 보고 살아온 그에게 부모로서의 감정이나 어머니로서의 모성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걸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녀는 그 소굴에서 자식들을 건지고 싶었을 것이다. 자식만 구할 수 있다면 그 돈 같은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남편이 망가지는 걸 지켜보면서 말이다.
 게일은 세 자녀를 데리고 나름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었고, 정말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한 푼의 양육비도 연락도 취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존 폴티가 납치된다.
그가 폴게티의 손자라는 것을 아는 유괴범들은 그를 납치해 돈을 요구하려는 목적이었다. 정말 폴 게티가 세계적인 부자라는 것만 알고 그가 얼마나 구두쇠인지 모르면서 말이다.  폴 게티를 상대하여  거액을 요구한다. 게일은 돈이 없다고 아들을 돌려 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폴 게티를 향한 협상이었다.
그러나 폴 게티에게서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게티는 전직  CIA 요원 플래처에게 직접 협상을 하라고 게일에게 보낸다. 

참 대단하다. 그 많은 돈 지고 갈 것도 아니고, 손자가 납치당했는데 그 돈으로 특수부대 하나 쯤은 고용해 찾아볼 수도 있고, 모든 권력을 동원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 같았는데, 아니다. 

"내 혈육이야. 내것이라고 그들이 훔쳐갔지." 사람의 가치로 가져올 문제를 사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훔쳐간 게 아니라 찾아와야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지 않았다.

존 게티

 

게일 역 미셸 윌리엄스

돈보다 사람이고 그것도 자신의 손자인데도 말이다. 게일은 유괴범들과 피 마르는 협상을 이어간다. 유괴범들은 점점 지쳐가고, 존은 다시 다른 조직에게 팔려가 다시 재협상해 온다. 그리고 그들은 폴을 더 자극하기 위해 존의 귀를 잘라 보낸다. 그런 와중에 폴 게티는 거액의 돈을 들고 그림을 산다.

아, 이해할 수 없다. 돈에 대한 탐욕인가, 인간본성의 문제인가?
정말 돈에 대해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면 좀 이해해 볼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자신의 예술에 대한 소유욕에는 돈을 써도 손자의 목숨에도 돈을 쓰지 않겠다. 
게일은 예전 폴이 자신의 아들에게 준 조각상이라도 바꿔서 현금화하려고 갔다가 그저 흔하게 굴러 다니는 잡품에 지나지 않는 걸 알고 정말 충격에 빠진다.
게일은 과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주에게 그저 싸구려 잡품을 주면서 그가 했던 말들에 적잖이 실망스러워 한다. 그러면서 저 제국과 싸워 자신의 아들을 지킬 수 없다는 불안감에 더 다가서 버리게 된다. 
그의 지시로 존의 협상에 참여한 플래처도 폴 게티에게 실망하며 그 빌어먹을 돈에 미친 노인네 취급을 해주며 나와 버린다.

 

플래처 역 마틴 월버그
 어쩌면 존은 폴게티가 할아버지라는 이유로 납치를 당하고 희생당한 것이다. 차라리 폴게티를 납치할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폴게티는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사물을 더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가족의 의미는 다르다. 

그가 말한 '세상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들에게 적당한 값을 매기는 것이다.'

사물이나 예술에도 가치를 매기면서 자신의 혈육의 소중한 가치는 왜 모르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손자는 돈이 되지 않는 것이라? 가족에게 가치를 매기며 사는 부모는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 축복인 것이다. 거기서부터 당신은 비툴어졌다고 본다.

돈 버는 재주만 있고 다른 기능은 다 죽어 있는 불쌍한 중생에 불과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부자는 되기 쉽지만 부자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가 작품성이나 스토리를 끌고 가는 전개방식이나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아주 탄탄했다고 본다.  꽤 오래 잔상을 친다.

폴 게티의 대 저택에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고, 며느리였던 게일에게 잔돈까지 준비되어 있다며 공중전화를 쓰게 하는 장면으로 그가 얼마나 구두쇠인지, 손주의 몸 값에도 세금공제를 하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십니다.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존 게티는 그 후유증으로 마약과 술에 절여 망가져 불우한 삶을 살다간다. 그가 폴게티의 손자로 태어난 게 불우한 운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자이건 가난하건 돈에 집착하거나 돈의 노예가 되어 사는 건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사물에 대한 믿음을 더 가진다는 그의 말은 돈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먼저 베풀고 받을 생각을 해야지, 자신의 삐툴어진 시야에 풍경을 담으며 뒷걸음친 그의 변명은 사물에 가두고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사물의 가치? 그건 인간이 혼을 담아 그려 낸 그림이다. 단지 사물로서의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를 그린 화가의 인생과 가치가 만들어 낸 작품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폴이 돈의 가치를 잘못 두고 살았기에 그의 가족은 불행했다.

 

돈이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돈이 소모품으로서의 가치를 하지 않고 저장의 가치만을 가지게 된다면 세상은 원활히 흐르지 않을 것이다. 입구만 있고 나오는 출구가 없는 세상과 같다.
돈을 많이 가진 부자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벌고,어떻게 가치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게일의 말처럼 쓰지도 못할 거 왜 벌었냐는 말에 공감하는 바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18. 22:08
디파티드(The Departed)

 

영화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들어 내는 빛은 어디에도 있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만날 수 없었다.  단지 누가 더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더 의심하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잭 니콜슨, 맷데이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하게 된다.
이 영화는 미국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주는 메사추세츠 주이다.
그 메사추세츠 경찰관이 된 빌리 코스티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콜린 셜리반(맷 데이먼)의 운명과 그 중심에 있는 보스턴 범죄조직 두목인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의 인연으로 들어간다. 그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 갈까? 

잭 니콜슨이 연기한 프랭크 코스텔로는 실제로  미국 내국내 악명 높은 범죄조직 두목이었던 제임스 와이티 버거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잭니콜슨

보스턴 경찰청은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가 이끄는 범죄조직을 소탕하려고 한다. 

퀴넌 반장과 딕넘은 빌리에게 빌리 코스티겐행사하여 위장수사를 지시한다. 빌리의 삼촌과 아버지를 알고 있는 인연으로 그를 프랭크 조직에 위장시키기 위해 신분을 노출하고 폭행죄로 감옥에 보낸 후 경찰에서 해고 시킨다.

그가 경찰이고, 위장 요원인 것은 퀴넌반장과 딕넘 그리고 빌리 셋만 아는 비밀수사로 컴퓨터에 비밀코드로 잠근다. 프랭크를 검거하게 되면 그의 신분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그가 제대로 안 하면 그는 영원히 그의 신분을 회복할 수도 없고, 경찰이 될 수도 없다.  경찰이 되고 싶은 빌리에게 떨어진 첫 임무이다.

프랭크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그는 양아치 사촌과 마약거래를 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다닌다. 그 거리에서 코스텔로는 신이다.
프랭크는 빌리가 자기 동네에 자주 나타나는 걸 의심하고, 경찰이 해고한 뒤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아주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다. 다행히 의심을 거두고 자신의 밑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빌리는 프랭크 조직에 몸 담으며 경찰의 첩자가 되어 그의 정보를 퀴넌반장에게 전달한다.
프랭크 조직 두목과 위장요원의 만남

그리고 또 한 명의 경찰인 콜린 셜리반은 형사 시험에 합격하여 특별수사팀에 배정된다. 그는 프랭크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실은 그를 어릴 때부터 후원해주고 뒤를 봐주던 사람이 프랭크였다.

그는 프랭크의 사람으로 경찰 조직내의 프랭크의 첩자였다. 그가 배정받은 임무는 프랭크 코스텔로 조직을 검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프랭크에 관련된 수사 정보나 동태를 프랭크에 제공하고 그 도움으로 프랭크는 매번 경찰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범죄조직 두목 프랭크와 콜린 형사
갱 조직내에 있는 내부스파이 빌리와 경찰 조직내에 있는 내부스파이 콜린으로 인해 수사는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 1년이 지난다.
빌리는 프랭크 조직의 범죄에 가담하며 그 일원으로 산지 1년이 되지만 퀴넌과 딕넘은 그를 잡아 들이지 못하고, 자신은 존재없는 위장요원으로 언제 들킬 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오직 만나는 건 정신과 의사뿐인 삶이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아는 사람은 두 명뿐, 빌리는 경찰청이 아닌 갱조직의 범죄자가 되어 불안함을 약으로 버티며 하루빨리 신분을 찾아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반면 경찰인 척 살고 있는 콜린은 경찰 내에서 프랭크의 도움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승진하고, 좋은 아파트에서 정신과 의사와 동거하며 호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경찰 조직과 프랭크 조직은  자신의 조직 내에 첩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고 내부 스파이의 정체를 밝혀 내려고 한다. 

위장 수사팀
경찰내에서는 콜린이 첩자인 줄도 모르고 그에게 첩자를  밝히는 업무를 맡기고, 프랭크 역시 콜린에게 자기 조직내에 첩자를 찾아 내라고 지시한다.
콜린은 프랭크에게 조직부하들의 신상정보를 넘겨 달라고 하고, 프랭크는 부하들의 신상을 적으라고 한다. 이에 빌리도 종이에 적어 낸다.  그리고 그 신상을 적은 종이를 들고 콜린을 만나러 가는 프랭크를 미행하여 경찰조직내의 첩자를 알아내려는 빌리는 그만 콜린을 쫓다 놓치고 만다. 
 
어느 날 빌리는 프랭크가 FBI의 정보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는 FBI에게 정보를 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안전을 보장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를 검거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FBI와 마약조직과의 연대라. 그냥 다 썩었다.
경찰 조직내에서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업무를 맡은 콜린은 역으로 퀴넌반장을 미행하여 프랭크 조직 내의 첩자를 알아내기로 하고 반장을 미행하라고 지시한다. 마침 반장은 빌리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자신이 미행당하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반장은 빈 건물 옥상에서 빌리를 만나고 빌리는 점점 자신을 의심하는 프랭크로 인해 신변이 위험하다 말한다.

그때 빌리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프랭크 부하가 첩자를 찾았다고 자신이 있는 주소를 불러 주며 그리로 오라고 한다. 미행당했다는 걸 알고 도망가려 하지만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온 조직과 밖에는 반장을 미행한 경찰들이 있다. 빌리의 존재가 발칵되면 안 되니 빌리를 피신시키고 퀴넌 반장은 조직에 의해  옥상에서 추락하여 죽고 만다.

 

퀴넌 반장과 빌리
퀴넌 반장(마틴 쉰) 미행을 지시한 콜린에게 딕넘은 폭행을 가하고, 콜린은 퀴넌반장과 딕넘이 위장수사한 비밀코드를 넘기라고 하자 딕넘은 비밀코드를 말해주지 않고 사표를 쓰고 나가 버린다.
빌리의 정체를 안 두 사람이 그렇게 되고, 콜린은 죽은 퀴넌 반장의 전화로 빌리에게 전화를 걸고, 자신이 퀴넌반장 후임으로 일을 인수받았다고 하며 빌리에게 정보를 넘겨 받는다. 그리고 퀴넌의 수첩에서 프랭크가 FBI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는 지 불안하게 여긴다. 결국 프랭크는 자신을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그를 살인과 범죄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콜린은 프랭크 미행을 철수하고 빌리가 넘겨준 장소로 경찰들을 출동시켜 프랭크 조직을 다 죽이고, 프랭크도 자신의 총으로 죽이게 된다. 
 
콜린은 프랭크 조직을 소탕한 공을 세우게 되어 경찰조직내에의 입지가 높아지고, 위장요원이었던 빌리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마주하게 된다. 콜린은 빌리에게 훈장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자 빌리는 자신의 신분을 돌려받고 싶다고 한다.
경찰신분을 되찾으려면 그가 위장요원인 걸 확인해야 하는데 퀴넌반장이 죽고 딕넘이 사표 쓰는 바람에 비밀코드를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자 빌리는 코드번호를 가르쳐 준다. 만약을 대비해 퀴넌반장이 빌리에게도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방을 나가 컴퓨터 코드번호를 눌러 그의 신상을 조회하고 있는 동안 콜린의 책상에서 눈에 띄는 종이를 보게 된다. 그건 내부 스파이를 가리기 위해 적어 프랭크에게 주었던 신상정보였다. 빌리는 콜린이 경찰내부의 첩자라는 것을 알고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콜린은 빌리의 기록을 삭제해 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6개월간 진료받은 정신과 의사인 그녀를 찾아가  물건하나를 보관해 달라고 하며 자신이 신상에 문제가 있거나 자신이 뜯어 보라고 할 때 확인하라고 주고 간다. 그녀는 콜린의 동거녀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

프랭크는 콜린을 믿지 못했는지 통화 내용을 다 녹음했고, 그 테이프는 변호사에 의해 빌리에게 보내진 것이다. 그리고 빌리는 그 테이프를 그녀에게 맡긴 것이고, 그녀와 같이 살고 있는 콜린까지 알게 된다. 프랭크는 일종의 보험처럼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시 능구렁이다.

두 사람은 퀴넌이 죽은 곳에서 만난다. 빌리는 콜린에게 수갑을 채우며 자신의 신원을 돌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경찰 조직내 또 다른  프랭크의 첩자에 의해 빌리는 죽고, 콜린은 그 첩자마저 죽여 증거를 인멸한다.
 

이렇게 콜린의 완벽한 승리로 증거도, 사람도 다 사라져 그가 원하는 세상을 살아갈 것처럼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빌리가 자기 아파트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딕넘(마크 월버그)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총으로 콜린을 쏘아 죽이고 끝난다. 딕넘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콜린의 아파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컴퓨터에 기록된 빌리의 기록이 삭제된 것으로 그가 첩자라고 알아차린 것 같다. 결국 제목처럼 모두 다 죽었다. 두 명의 내부 스파이도, 범죄조직도, 두목도 다 죽었다.

 

마크 월버그
어쩌면 경찰이 되고 싶었던 빌리는 위장요원으로 신원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힘들게 살았다. 그가 말한 것처럼 존재없는 사람처럼 만난 사람이라고는 정신과 의사가 다인 삶을 살다 갔다. 콜린은 경찰처럼 보이고 싶었던 자로 승승장구하며 존재있는 우수한 경찰관으로 살다 죽었다. 참 아이러니 하다. 
이 영화속 인물 중에 누가 행복했을까? 또 누가 가장 불행했던 걸까?
인생은 투쟁이고, 그건 스스로 성취해야 된다고 말하던 프랭크 또한 계속 누군가를 끝없이 의심하며 살았다. 그리고 자신이 되려는 사람들을 죽이며 독보적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죽었다. 콜린은 아일랜드인이라는 게 자신에게 평생의 멍에라고 말했다. 형사이면서 끝없이 프랭크에게 이용당하며 지시를 받으며 살았다. 
 
승자는 없다. 희망같은 것도 안 보인다. 행복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낭만이고 의리고 존재하지도 않았다. 
정말 총질하는 것이라면 경찰이든 갱이든 상관없었다. 제목처럼 그냥 싹 다 죽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17. 17:47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영화 타이타닉

 

1912년 4월 15일에 침몰한  RMS 타이타닉호는

14일 밤 11시 40분에 빙산에 충돌하고 2시 20분에 완전히 침몰했고 2,224명의 탑승자들 중 약 15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세계 최대의 해난사고로 살아남은 사람은 706명에 불과했던 가장 유명한 침몰선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사건을 각색하여 1997년에 재난 로맨스 영화 <타이타닉>이 탄생한다. 개봉 당시 최고의 흥행기록을 기록하며 아카데미 14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무려 최다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쥔 쾌거를 이룬다.

주연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하여  아카데미 후보까지 오르나 수상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로 인해 그들은 스타의 반열에 오르고, 세계적인 인기스타가 된다. 

타이타닉호 승선
이야기의 선두는 타이타닉 침몰사고난지  80년이 지나 살아남은  로즈가 할머니가 된 모습으로 화면에 자리한다.
 "여자의 마음은 깊은 바닷속 같은거야. 날 구하고 내 영혼의 자유까지 구한 사람을 ᆢ하지만 그 사람 사진 한장 없으니ᆢ 그는 오직 내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지"

 

타이타닉 침몰전 이야기로 시작한다.

로즈는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로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원치도 사랑하지도 않는 칼과 약혼하고 타이타닉호에 약혼자인 칼과 어머니와 1등실에 승선한다.

어머니는 칼을 통해 집안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딸의 마음을 외면한다. 잭은 무일푼의 화가로 항구 근처에서 도박을 하다 운좋게 타이타닉 3등석 티켓을 얻어 배에 오른다. 

실제 타이타닉호는 1등실은 호화 호텔급 수준의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부유층 승객이  총 329명이 승선했고,  2등실은 레스토랑, 도서관, 상점등 편리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총 285명의 중산층 승객이 탔으며, 잭이 타고 있던 3등실은 총 710명의 가난한 승객들로 미국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기 우해 승선한 승객이었다.   
선원은 총 885명이 타고 있었다. 요리사 음악연주가 갑판선원, 기관사, 항해사등 총 2,200여명의 승선했다. 
리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타이타닉호가 출항하고 북대서양을 항해하는 갑판에서 석양이 지는 바다와 하늘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잭은 석양을 보러 나왔다가 선두 난간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로즈를 발견하게 된다. 잭은 로즈의 자살을 만류하며 인연이 시작된다. 원치 않는 약혼으로 삶이 행복하지 못했던 로즈에게 잭은 삶의 활력을 불어주기 시작한다.

 

타이타닉의 명장면
로즈는 잭을 1등식 저녁만찬에 초대하고,상류층 속물들의 허세와 경멸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잭은 정말 긍정적인 활력소를 지닌 청년이었다. 잭 역시 그녀를 3등실에 데리고 신나게 춤을 추고 논다.
체면만 앞세우는 1등실의 풍경과는 다른 3등실은 뭔가 굉장히 활기차고 살아 있는 생동감을 주었다. 3등실은 정말 사람냄새 나는 것 같았다. 싸구려 맥주를 마셔도 사람간의 그 빌어먹을 신분의 벽도 허세도 없이 모두가 하나되어 신나게 춤을 추고 즐기는 가운데  로즈와 잭은 사랑에 빠져든다.
가난으로 어두운 삶을 재력가인 칼로 채우기 위해 자신의 딸을 파는 자신의 어머니보다 가난으로 주눅들기보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같은 잭의 매력에 취해 간다.
로즈의 누드화

 

잭과 로즈는 사랑에 빠지고 가난한 화가인 잭은 로즈의 누드화를 그려준다. 로즈는 칼이 선물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 채 모델이 되어 자세를 취한다.  잭과 로즈는 미국에 도착하면 둘이 도망쳐서 같이 살기로 약속한다.  

로즈의 약혼자 칼은 거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부호로 로즈가 잭과 있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는데 로즈의 누드화를 보고 감정이 상하고 질투로 비툴어진 계략을 세운다.
로즈가 하고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잭이 훔친 것처럼 누명을 씌운다. 잭의 의상에서 발견된 목걸이로 인해 잭은 선실의 기둥에 수갑에 채워져 갇히게 된다. 

 

잭에게 누명을 씌우는 칼
타이타닉호에 불길한 기운이 덮친다. 어쩌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고 한다. 사고에 대한 안일함이 부른 참사였다. 
봄이라 녹은 빙산이 바다위에 떠돌아 다니는데 배의 속도는 너무 빨랐고 사고 위험이 있다는 걸 감지되었는데도 무시된 것이다. 
타이타닉호는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고 물이 점점 차올라 배는 서서히 침몰되어 간다. 선장은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선원들에게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라고 지시를 내린다.
구조활동을 하려고 하지만 구조장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1척의 구명보트의 정원이 탑승객들의 절반 밖에 안됐다. 물이 차오르고 생사를 다투는 혼란속에서 많은 보트가 정원을 채우지 않은 채 바다에 내려졌고 계획대로라면 1,178명정도가 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바람에 더 많은 인원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하게 된다. 
로즈는 구명보트에 타지 않고 선실에 갇힌 잭을 구하러 간다. 
칼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 버려져 있던 아이를 혈육이라고 속이고 구명보트에 탄다. 
타이타닉 설계자였던 토머스 앤드류스(빅터 가버)는 영화에서 로즈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튼튼한 배를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흡연실에 남았다. 실제로 그는 승객들을 돕다가 흡연실에서 죽었다고 한다.
잭은 바다에 나무조각을 찾아  로즈를 올려 놓고 로즈에게 말을 이어간다. 바다속은 영하 2도였고, 말을 하는 것도 버거웠다.
로즈가 구해지기 전 잭과의 마지막 모습

 

"제발 내 부탁을 들어줘, 넌 살아남겠다고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리 막막한 상황이 와도 지금 약속하고 절대 그 약속을 져버리면 안돼."
막강한 재력을 가진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승선한 로즈와 우연한 기회로 3등실의 티켓을 얻어 승선한 잭의 만남은 운명같은 사랑을 위한 행운이었다.그러나 그 운명같은 사랑앞에 운명적인 사고 또한 그들에게 닥친 불운이었다.
''타이타닉 티켓을 따낸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의 행운이었어.그것때문에 당신을 만났으니까''
얼마 후 타이타닉호는 두 동강이 나고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한 15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차가운 바다로 떨어지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진 승객들은 심장마비나 저체온증으로 죽어갔고, 보트에 올라탄 사람들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구명보트에 있어야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펐다.
소리도 나오지 않는 로즈는 겨우 호각을 불어 자신의 생사를 알리고, 얼마 후 구명보트 한 척을 재편성해 돌아온 항해사에 의해 로즈는 구해진다. 
로즈는 구조된 후 약혼자 비열한 칼을 피해 그녀가 생존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로즈 도슨으로 적는다. 그녀는 칼이 아닌 잭의 연인으로 살아 있고 싶었을 것이다.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되돌아간 항해사
 
100여년이 지난 타이타닉 침몰사고는 첫 빙산 충돌로 시작하여 침몰까지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통해, 1등실 로즈와 3등실 잭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내 보내고 있다. 부와 가난, 인간의 내면과 외면, 자연과 인간의 충돌, 위험에 처했을 때  각자 보여지는 행동으로 인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다.  
배는 두동강 나고 승객들은 살기위해 아비규환 상황에서도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루이스 보던은 악단과함께 끝까지 남아 음악을 연주한다. 그 장면이 아직도 가슴에 얼얼하게 남아 있다.
음악은 정말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위력에 무기력한 인간들의 슬픈 날개짓에 더해진 음악은 슬프고, 처참하고, 아프고, 소름돋았다.
갑판 위에 물이 차올라도 그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감동의 연주를 선물했고, 갑판 위의 음악가들은 사는 것을 포기하고 침몰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살아 남지 못했다.
 
턱없이 부족한 구조장비로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자신만 살자고 아이를 데리고 구명보트에 뛰어내린 칼의 모습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침대에서 아내를 꼭 끌어안고 죽음에 순응하는 장면이나, 살기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배에 남기로 한 사람도 있었고,가족과의 이별을 택하느니 그들과 죽음을 같이 하기를 했던 사람과 어짜피 죽을 것 품위를 지키며 죽고자 했던 사람,승객들을 돕다가 선교루에 들어가서 조용히 최후를 맞이한 선장,배를 튼튼히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과 승선을 거절하고 자기대신 하녀에게 구명보트 승선을 내준 사람도 있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여장을 하고 구명보트에 오르기도 했다. 화이트 라인 사의 사장이자 배의 선주였던 브루스 이스메이도 영화에서처럼 몰래 보트에 뛰어내려 탔다.
결국 총 2,224명의 승객중에 710명만 구조되고 1,514명이 승객들은 차가운 북대서양 한복판에 남겨졌다.
타이타닉호에는 수많은 계층의 승객들로  운명앞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죽음이 막상 눈 앞에서 닥쳤을 때 보여지는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의 깊이와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을  드러다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자연의 위력앞에 얼마나 나약한지, 때론 사랑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름 영화 영상을 통해 느끼게 해 주었다.
각 캐릭터의 감정과 사회계급간에  가지는 편견과 편차,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앞에서 우리는 감동하며 울었고, 죽음 앞에 선 인간들의 여러가지 행동들로 인해 죽음의 가치와 행동의 가치와 생존의 가치를 가지게 만들었다.
 
사실상 그들이 찾던 보석 목걸이는 로즈의 코트 주머니에 있었고 ,보석은 쭉 로즈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할머니 로즈는 바다에 보석 목걸이를 던져버린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각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타이타닉>은 무엇보다  셀린디온 (Celine Dion)이 부른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와 선상에서 두 팔을 벌려 잭과 로즈가 취한 자세는 영화의 명장면으로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셀린 디온의 목소리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해 그녀의 모든 곡을 머리와 가슴속에 담아내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16. 17:41

 로마의 휴일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로 1953년에 개봉된 흑백영화이다. 오드리 헵번의 본명은 오드리 캐슬린 러스턴이고 벨기에 출신의  영국 배우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아카데미 여우주연상수상,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드라마 부문 수상, 뉴욕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 수상, BAFTA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로마의 휴일'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작품이다. 공주와 신문기자와의 로맨틱한 24시간을 그린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극본상, 의상상을 수상하였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이고,그녀의 대표작이라 할만큼 이 영화로 인해 그녀 뿐만이 아니라 로마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올려놓게 된다.
신문기자인 조 브래들리역에는 멋있고 키가 큰 그레고리 펙이 맡았고, 앤 공주역에는 오드리 헵번이  맡아 발랄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외모와 연기로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이 영화로 인해 앤공주가 조와 다녔던 로마의 거리는 명소가 되어 지금도 로마를 찾는 여행장소로  '로마의 휴일'이 여행 가이드가 되어 주고 있다.
로마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인 트레비 분수는  해신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그 아래로는 말과 함께  두 개의 트리톤상이 존재한다. 
이 트리톤은 포세이돈의 아들로 유일한 적자이다. 트리톤은 발 대신 돌고래의 꼬리 같은 것이 달려있고,  손톱에 소라고둥의 껍데기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트리톤의 상징같은 것으로 분수의 장식물로 소라고둥을 든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오른 손에 동전 세개를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 행운이 온다는 말도 있다. 한 번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두 번 던지면 원하는 사랑을 이룰 수 있다.세 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설이다. 트레비 분수에 쌓이는 동전의 사용권을 가지고 로마시와 가톨릭 교회간의 다툼도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동전 액수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스페인광장 계단에 앉아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던 앤공주로 인해 관광객들이 젤라토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느라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의 힘인지, 오드리 헵번의 힘인지 모를 명소가 되어 데이트 코스로 여행을 계획하는 커플도 본 적이 있다.  그녀가 자른 숏컷은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조가 앤공주를 놀래킨 진실의 입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의 한쪽 벽면에 있는 것으로 중세시대 때 사람들을 심문할 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려도 좋다는 서약하게 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유럽 각지를 친선방문중인 앤 공주는 무역향상을 위해  만찬을 치르고 웃어 주느라 지치고 피곤해 한다. 
로마대사관에 머물고 있던 앤공주는 그 다음 날도 꽉 짜여진 스케줄에 질식할 것 같아 히스테리를 부리고 갑자기 울고 싶다고 눈물까지 보인다.  이에 의사는 수면제와 진정제를 투여해 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모습과  음악소리에  잠시라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앤공주는 밤에 홀로 거리로 빠져 나간다.  서민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동경하는 눈빛은 꼭 성안에 갇힌 공주처럼 느껴졌다.

조 브래들리는 거리에서 위태롭게 자고 있는 아가씨를 발견한다. 그저 술에 취해 있는 아가씨라 생각한다. 시를 읊는 그녀에게 잘 배우고 잘 입고도 길거리에서 잠을 자요?라고 말하는 조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아파트에 데려가 하룻밤을 재우게 된다. 

다음날  그는 공주와의 인터뷰를 위해 초대된 신문기자였는데 그만  늦잠을 자 놓치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버리고 만다. 그리고 늦게 출근한 신문사에서 인터뷰가 취소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앤공주의 사진이 실린 조간신문을 보고 놀란다. 
바로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는 술 취한 아가씨가 앤 공주라는 사실이었다. 
한편 대사관에서는 공주가 사라져 곤란해지고, 대변인은 앤공주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여  공주가 사라진 것에 대해 제 1급 비밀로 부친다.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잠시 나왔다 들어간다는 것이 그만 약에 취해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주의 신분을 숨기고 자신을 애니아라고 소개한다.
돌아가기 위해 조에게 돈을 빌린 앤 공주는 로마의 거리를 구경하며 미용실에 들어가 머리도 짧게 자르고 트레비 분수도 들리고 스페인광장에 앉아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그리고 앤을 미행한 조는 우연을 가장해 그녀의 옆에 와 앉는다.  

그녀는 간밤에 학교를 도망쳐 나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온종일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공주로서 짜여진 틀에 살아야 하는 신분으로서의 고단함을 알 수 있었다.

노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하고 빗속을 걸어보기도 하고 세상에 그 흔한 일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라 말하는 앤에게 하루 그렇게 보내자고 한다.

특종감을 잡은 조 역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그녀의 일상을 찍기 위해 사진기자 어빙을 끌어 들인다.조와 앤 공주는 스쿠터를 타고 로마의 시내를 돌아다닌다. 

호기심이 많고 발랄하고 겁없는 공주는 스쿠터를 타고 온 시내를 엉망으로 만들어 경찰서에 끌려 가기도 하고, 정말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다. 
생트 앤젤로 유람선에서 춤을 추고 온종일 공주가 하고 싶은 걸 같이 해 준다. 물론 특종을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한 행동이었다. 비밀탐정들에게 공주가 있는 곳이 발칵되고  공주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앤과 조, 어빙은 난투극을 벌이고 겨우 그 곳을 빠져 나가 조의 아파트에 오게 된다.
물에 빠진 생쥐꼴인데도 너무 귀여운 오드리헵번 !
어느새 감정의 싹이 자라있는 두 사람!공주의 순수함에 그저 특종감이라 여겼던 그도 마음이 변한다.
공주가 심각한 상태라는 뉴스가 흘러 나오자 멋진 하루를 보낸 그녀는 이제 돌아가기로 한다. 서로 작별하는 순간 깊은 포옹과 함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조는 그녀가 앤 공주라는 사실을 알지만 말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도 그저 세일즈맨으로 안 채 헤어진다. 대사관에  돌아온 공주는 공주가 사라져 곤란했다는 대변인에게 "가족과 조국의 의미를 잊고 있었다면 오늘밤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의 단호한 표정에서 역시 공주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조는 앤공주의 기사를 보도 하지 않기로 하고, 공주와 기자들의 인터뷰에 참석한다. 공주는 기자들 사이에 있는 조와 어빙을 발견하고 잠시 당황하며 자리에 앉는다. 앤과 조의 눈빛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이 장면들은 애틋했다.
기자들의 질문과 앤공주의 답변이 이어진다. 그녀는 어느 도시가 기억에 남냐는 기자의 질문에 "꼭 로마를 기억하겠어요.살아있는 한 이곳의 방문을 기억하겠어요"

어빙은 로마를 방문한 기념으로 준다면서 그녀를 찍은 사진들을 앤에게 건넨다.  앤공주는 일일이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돌아선다.  공주가 들어가고 기자들도 다 나가고 없는 홀에 서 있다  쓸쓸히 빠져나온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마주한 앤공주와 조브래들리의 표정 그리고 돌아서는 그레고리 펙 
흑백영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로마의 배경, 앤과 조가 스쿠터를 타고 다니던 장면도 물에 빠졌던 앤과 조의 모습도 진실의 입에서 조에게 속아 놀랬던 공주의 모습도 선상에서 춤추는 모습도 커트머리를 자르고 너무 맘에 들어하는 공주의 모습도 다 선하다.시선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해보고 싶은 걸 다 해 본 로마에서의 24시간은 공주에게  살아서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15. 14:36
툴     리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육아는 그 어떤 노동과 비교할 수가 없다. 경험하지 않고는 육아에 대한 그 무게를 측정할 수 없다.
이 영화가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냥 바로 내 이야기였다. 이 영화가 너무 리얼하고 생생해서 육아전쟁터에 다시 들어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샤를리즈 테론은 이 역을 해내기 위해 체중을 20kg이나 늘렸다고 한다. 역시 배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그냥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엄마들의 다큐멘터리라 여길 만큼 실감 났다. 육아를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될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잘 표현해 주었다.

그래서 정작 육아를 담당한 엄마들보다 남편과 가족들이 더 보기를 원한다. 자신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한 여자가 감당해야 될 고통을 좀 들여다 봐주고 위로와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정말 옷 하나 입는 것도 제대로  몸이 작동하지 않는다. 자신이라고는 없다. 어떤 옷을 걸치고 있는지, 옷은 언제 갈아 입었는지,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자신을 인지할 정신이 없다.

여자와 엄마의 경계에서 갈등할 에너지조차 발현내지 않는다. 좀비가 된다.  마를린처럼 얼굴에 생기가 없고 초점도 없다. 환청과 환각이 오가기도 한다. 아기는 자고 있는데도 귀에서는 계속 애울음소리가 들린다. 환청에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와 빨래로 집안이 엉망진창인데도 몸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집안청소에 대한 압박감은 밀려오는데 정말 손하나 까닥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 의지는 있는데 몸과 정신이 바닥이다. 
그런 압박감은 잠시 잠시 조는 졸음사이에  꿈처럼 밀려와 우렁각시를 만나게 한다.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장을 보고, 친구를 만난다.

잠에서 깨어 엉망진창인 집안을 보며 '어 이상하다. 내가 분명 아까 청소하고, 밥 했는데,장도 봤는데, 냉장고도 채워 놨는데? 환상 속의 내가 집안일을 한 것이다.

현실과 반대로 환상으로 내 몸이 하지 못하는 걸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마주하면 스스로 미친 것 같다는 생각에 더 기분은 다운된다.

마를로는 세 아이의 엄마다. 엄마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아이들, 거기다 둘째는 좀 특별해서 학교에서마저 개인교사를 구하라는 말을 하고, 오빠는 자신의 여동생이 육아로 생기를 잃은 것 같다고 말하며 야간 보모를 권유한다.

밤에 잠이라도 제대로 자라는 오빠의 배려지만,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는 그녀의 고집은 오빠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거부당한다.

오빠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그녀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 아이 셋에 보모까지 둘 형편이 아니라는 것도 있고,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싫고, 남편이 돈이 있는 오빠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자존심의 문제가 걸려 그리 탐탁지 않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열이라도 부족하다. 아이들 학교 등교로부터 시작해 밤새 울어대는 갓난아기로 인해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한다. 집안은 엉망이고, 매일같이 인스턴트식품으로 식탁을 채우고, 둘째 조나의 문제로 점점 지쳐간다. 아니 이미 지쳐 있었다.

육아로 인해 하루 24시간의 노동이 아니라 3일 밤을 철야한 것처럼 멍한데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몸은 반시체와 다름없고, 성격은 날카로워져 웃음마저 얼굴에서 사라졌다. 잠을 못잔 사람은 모든 것이 귀찮다.

도저히 견뎌내고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야간 보모를 쓰기로 한다. 그러나 야간 보모로 온 그녀는 26살의 너무 젊은 여자였다. 거기다 날씬하고 매사 활기차다.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의 모유로 얼룩진 옷가지며, 늘어진 젖살과 부어버린 몸뚱이, 얼굴은 잿빛 하늘에 다크서클이 눈 밑에 자욱하고, 유령처럼 영혼도 없고 생기도 없는 자신을 본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시장 다녀오는 길에 쇼윈도에 걸린 옷을 구경하다 그 유리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많이 놀랬다. 저기 비치는 사람이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너졌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서둘러 집에 와서 나도 모를 눈물로 하염없이 울었다. 육아 스트레스로 제대된 밥도, 제대로 된 수면도 부족했던 나는 무려 40kg까지 몸무게가 하강했고 쇼윈도에 비친 그 초췌한 말량깽이가 나였다.

마를로는 야간 보모툴리(맥켄지 데이비스)로 인해 점점 활기를 찾아갔다. 툴리는 아기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 청소도 해 놓고, 쿠키도 구워놓기도 하며, 그녀의 힘든 삶을 나누어 주었다. 밤에 와인을 나누며 여자로서의 삶도 이야기하고, 남편과의 소홀한 관계도 그녀와 서로 대화를 나눈다..

"전체를 치료하지 않고 부분만 고칠 수 없어요.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그녀는 아이만 돌보는 보모가 아니었다.

아이를 돌보아할 엄마도 자신이 돌봐 주어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엄마가 치료되지 않고 아기만 돌본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뿌리가 치료되어야 가지도 잎도 무성 해지는 법이다.

툴리는 마를로에게 시내에 나가자고 한다. 술도 마시며 엄마로서 말고 여자로서의 즐거움을 갖자는 취지이다. 젊은 날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간 마를로는 과거 자신의 젊음을 만끽한다. 클럽에 가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말이다.

그런데 툴리가 야간 보모를 그만둔다고 한다. 그 얘기를 하려고 놀러 가자고 한 것이란다. 이제 자신이 보이는 육아를 하고, 이제야 여유가 생겨 아이들과 놀아주고 행복한데 그녀가 그만둔다는 말은 그녀에게 고통이었다.

말리려고 하지만 젊은 그녀가 자신의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간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녀는 받아들이기가 싫다. 툴리에게 너는 나처럼 안 될 것 같냐? 나이 먹고,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다 나처럼 된다는 말에 툴리는 자존감이 낮아진 마를로에게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인생이라 말한다.

"가족을 위한 당신의 단조로운 일상은 모두에겐 소중한 선물이에요."

매일같이 일어나 아이들 씻기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는 그 모든 일상들이 가족들이 살아가는데 선물 같은 날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나의 희생으로 그들이 숨 쉬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정작 내가 숨을 쉴 수 없는데, 육아는 혼자만의 무게가 되면 안 되는 거다.  

마를로는 클럽 화장실에서 고통스러워한다. 가슴이 퉁퉁 붓고 아프다. 모유를 먹이지 않으면 그 통증에 어디 나다닐 수가 없다. 모처럼 맘먹고 친구들과 만나 커피숖에서 커피를 마시다 젖몸살로 화장실에 들어가 똑같은 경험을 했다.

커피 없이 단 하루도 못 사는내게 임신은 커피를 못 마시는 것만으로도 삶이 끊어질 것 같았다. 난 확실한 카페인 중독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니까 해 낸 일인지도 모르겠다. 젖이 불어  옷이 젖고 퉁퉁 부어올라 손을 댈 수도 없이 아파 짜내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마를로가 겪은 그 경험을 나는 경험했다. 아니 마를로가 바로 나다. 생전 처음 맛 본 이 통증에 그것도 커피솝 화장실에 앉아 울었으니 말이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젖을 물렸는데  엄마 아픈 줄도 모르고  그 작은 입으로 빨아 당기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한 번도 모유 하는 아이를 놔두고 외출하지 않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앓았던 젖몸살, 영화를 보면서 그녀가 화장실에서 겪은 통증에 내 가슴도 앓았던 고통인지 뻐근했다.

음주운전에 졸음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마를로와 툴리가 타고 있던 차가 강물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는 병원에 입원하고, 의사는 그녀가 과로와 수면부족이었다고 말한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아내에게 조금만 관심 가졌다면 어쩌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내의 삶이 육아로 점점 위태로웠다는 것을, 그녀는 환상으로 버티고 있었다. 우렁각시가 툴리였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있는 것이다. 상상의 집을 짓고 들어가지 않으면 육아 독박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삶이고, 그녀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엄마라는 신분이 그녀를 무너지게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누구의 자식이나 아네과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로 짓누른다.

몸도 마음도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자신이 망가지는데 온통 자신만이 아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육아전쟁으로 고갈되어가는 마를로를 통해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가는 엄마들을 대변해 준 작품이다. 

어쩌면 "아내 분 전 성은요?"라는 간호사의 물음에 반전을 눈치챈 분도 있을 것이고, 툴리와 외출을 나가 춤을 추고 술을 마실 때 반전을 눈치 챈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모가 아이를 안았을 때 알았다.

감독이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나 역시 우렁각시와 같이 내 아이를 키워 냈으니 말이다.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나는, 마를로의 삶이 바로 나의 삶이었다. 엄마가 되는 것만큼 육아는 여자를 떠나 한 인간으로 겪을 가장 힘든 노동이고 전쟁이다. 소리 없이 내가 말라간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가족들이 엄마에게 독박으로 씌운 육아를 좀 나누어 가졌으면 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13. 17:15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영화리뷰 블랙

 

이 영화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 광고의 메시지처럼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딱 부러지게 표현할 길이 없는 영화! 표현이 서툰 내 탓인지, 영상을 언어로 주워담기에 부족한 건지..... 이걸 기록하려고 하니 첫 글자부터 막힌다. 그래서 몇 번 포기했다.

막상 몇 번을 보아도 머리속과 가슴속에서만 머무르고 글씨로 형체를 만들어 낼 수가 없는거다. 
왠지 글씨라는 것이 기록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감정이 반토막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가보다.
 
어느 날  말 못하는 어린 아이들과 안되는 몸짓 발짓 다 사용하면서 소통을 하면서 이 영화가 계속 뇌리에 떠올랐다. 
그나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너희들 세상과 소리와 소음으로 가득한 내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들을 수 있는 세상과 들을 수 없는 세상이 만나면 어떤 충돌이 일어날까?

솔직히 우리는 어릴때부터 홍콩,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영화를 보다보면 눈에 선해지는 결말과 스토리에 맥이 빠지곤 한다. 이 영화는 인도 영화이다.

인도식 영화에 익숙하진 않지만 스토리만으로 충분했다. 각 나라마다 문화나 정서가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

생존은 인간의 1차적인 본능이다. 그리고 관계없이 홀로 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꿈과 욕망을 담당하는 심리적인 욕구 또한 모든 인간에게 같은 물줄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거쳐 온 과정이 투박하고 거칠지만 지나고 보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가슴 뜨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이 영화에서 사하이 선생(아미타브 밧찬)이 그랬다.

거칠고 투박해서 자꾸 팅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저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리고 불쌍한 아이일 뿐인데, 그렇게 안쓰러움으로 아이의 인간적인 삶을 계속 어둠 속에 방치하는 줄도 모르고 연민으로 묶어 둔다.

어린시절의 미셸을 만나다

어둠은 갑갑하고 답답하고 두렵게 한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침묵 또한 갑갑하고 답답하고 두려움이다.

그러나 어둠에 갇혀 있는 사람보다 그 주위의 사람들의 삶이 더 답답하고 갑갑했다.

왜 버릴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식이고 부모이기 때문에 쉽게 놔버릴 수 없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무너질 수 없는 노릇이다. 미셸(라니 무케르지)은 태어나 보니 블랙이었다. 부모는 절망했다.  

소리는 미셸에게 침묵이었고, 빛은 미셸에게 어둠이었다. 8살이 된 미셸은 두려움에 엄마만을 찾는 손길만 살아있고 모든 것이 들짐승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 전혀 정형화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모습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어린 동생을 다치게 하거나 집에 불이 나는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아버지는 미셸도 안쓰럽기는 하지만 집안 전체의 삶이 미셸로 인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게 힘이 든다. 결국 그녀를 지체 장애 수용소로 보내기로 맘을 먹고, 엄마는 마지막으로 가정교사를 구하자고 한다. 자식을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이겨 사하이 선생이 가정교사로 오게 된다.

처음 미셸을 대면한 사하이 선생은 참담했다. 미셸에게는 방울이 채워져 있었고, 인간으로서의 면모보다 통제불 야생마 같았다. 엉망진창이었다. "부모가 아이를 짐승 취급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게 그가 뱉은 말이었다.

그는 미셸에게 강압적이고 거칠게 다루는 문제로 부모와 마찰을 빚지만 자신의 방식을 꺽지 않는다.

사하이선생은 미셸을 어떻게 세상과 소통시켜 줄 것인가?

손가락을 사용하여 세상이 가진 정보를 입력하고 그 진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수업을 시작한다. 동물 같은 습성을 버리고 인간으로서 성장시키려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한 미셸

20살의 미셸은 가수의 입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고 진동을 느끼며 리듬을 타면서 춤을 춘다.

사하이가 바라던 대로 미셸은 손으로 소통을 한다. 데브라이 사하이 스승을 만나 빛을 찾고, 소리를 찾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함은 물론, 남들과 같이 춤을 추고 , 지식을 위해 대학 입학을 꿈꾸고 있다.

 "어둠이 필사적으로 널 집어 삼키려 해도 넌 항상 빛을 향해 가야 해'' 사하이 선생은 그녀를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한 가이드였다. 사하이 선생님은 그녀의 곁에  항상 같이 한다. 그녀가 우리들 세상보다 더 밝게 더 나아간다.

인간은 잘났건 못났건 부자건 가난하건 누구에게나 생존은 제1의 목표다. 살아 있어야 하니까. 배고프면 생존을 위해 허기를 달래야 하고, 잠이 오면 자야 살 수 있는 동물이다.

먹고 자고 그 생존의 허기가 채워지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세상의 두려움이나 무서움으로부터, 그래서 집이란 보호장치로 외부로부터의 위험요소를 차단한다.

보호장치가 채워지고 나면 그다음 인간의 심적인 요소를 채우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어떻게 하면 외로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면 그 관계로 인해 자신이 행복해지는 걸 추구하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려 한다. 자기만족, 욕망,희열 등 자기만의 욕구가 생긴다.

그녀의 욕구나 행복은 세상의 지식을 갖고 싶은 것이다.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형체의 그걸 갈구하게 된다. 그게 자신을 지탱하게 해 주거나, 마음을 채워주거나 존재가치를 높여주거나 삶의 휘발유를 붓어 주기도 한다.

1차적인 욕구 말고 2차적인 삶을 소유하고 싶어 지는 것과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높은 곳에 오르고 성취감도 가지고 싶다.  지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녀의 답이 그렇다. "지식은 전부입니다. 지식은 정신이고, 지혜,용기,빛 소리예요. 성경이자 하느님이고, 나의 선생님입니다."

라니 무케르지(미셀 맥날리)

꿈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실현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의 조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우리 몸의 도구는 1차적인 걸 충족시켜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 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작동으로 그 꿈에 다가가기 수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쉽게 갈 수 없는 장애물들이 넘쳐난다. 그녀에게는 지금 눈도 소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손가락만을 작동하여 남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으로 지식과 접촉해야 한다.

더딘 발걸음에 포기하지 않고 빛을 향해 꿈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남들보다 훨씬 긴 싸움이다.

사하이 선생님이 그녀의 눈과 소리가 되어주어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 수업을 받고 공부한다.

사하이 선생은 미셸에게 "불가능은 제가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단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축하한다." 실패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더 노력할 테니까. 불가능은 없으니까. 자신의 어둠속에 빛이 선생님이고 이제 더 이상어둠도 갑갑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셸은 동생의 결혼식으로 인해 경험해보지 못한 또, 앞으로도 경험해 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랑이란 단어 앞에가슴에 영문모를 감정이 파고든다. 머리에 담는 것 만큼이나 가슴에 채워져야 하는 감정들이 수시로 그녀의 삶을 흔들어 댈 수도 있다.

드디어 졸업하는 미셸

사하이 선생도 늙어가고 있다. 선생님이 언제까지나 그녀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사하이 선생은 미셸이 제자로서만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셸의 인생의 가이드로 빛나고 싶을 뿐이다. 이별이 온다.홀로 빛을 향해 달려야 한다.

"제게 여자의 품격을 주시려고 당신은 선생님으로서의 모든 품위를 잃으셨습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불가능을 끌어안지 않은 덕에 졸업을 하고, 사하이 선생 앞에 서 있는 장면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소리와 빛을 다 가지고도 꿈을 향해 그녀처럼 열정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어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것에 나 스스로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12. 15:23
굿 윌 헌팅
감독 구스 반 산트

 

어느 날, 맘이 정말 편안한 날, 몸의 움직임 없이 늘어지고 싶은 날, 멘토같은 편안한 인상으로 아빠같은 미소로 맞이할 것 같은 그 한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24시간을 장식하고 싶다. '로빈 윌리엄스'

난 '로빈 윌리엄'가 출연한 작품으로만 그를 가슴에 가두고 싶다. 그의 개인적인 삶으로 들어가면 왠지 가슴이 시려서 위로를 못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유독 상복이 없다. 그래서 많이 안타깝다.

그에게 상을 안긴 작품 <굿 윌 헌팅>을 소개할까 한다.

1998년 제 70회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으로 처음으로 로빈 윌리엄스에게 최우수 남우 조연상을 안긴다. 그리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을 써서 최우수 각본상에 수상한 작품이다. 
그에게 오스카의 영광을 안긴 작품이다. 무려 1998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명작의 빛은 누래지지 않았다.

 

영화 굿 윌 헌팅

<굿 윌 헌팅>이란 영화에서 그는 심리상담 교수로 나온다. 이름은 숀 맥과이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명문고 영어 선생님으로나와 많은 이에게 연기의 내공을 보여준 그였다. 어쩌면 이 두 작품으로 이미 내 마음속의 멘토나 캡틴으로 자리잡은 줄도 모르겠다.

청소부인 윌역에는 맷 데이먼이 맡아 열연한다. 맷 데이먼은 벤 애플렉과 함께 직접 대본도 쓰고 또 같이 출연도 하여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하버드대에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세계적인 공과대학  MIT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윌은 복도를 청소하다 칠판에 적혀있는 수학 문제를 보고 풀어 적는다. 수학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수리 조합학의 수훈상을 받은 램보교수가 낸 문제이다.  

문제 풀고 있는 윌
램보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와 학생들은 칠판에 문제를 푼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이번엔 자신이 증명하는데 2년이나 걸린 문제를 칠판에  적어 놓는다. 그러던 중 복도에서 문제를 풀고 있는 윌을 발견하고,칠판에 그가 적어 놓은 답을 보고 그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묘령의 수학천재가 청소부 21살의 청년 윌이었다.
 

윌은 수많은 범죄이력을 가지고 있는 문제아로 지금은 경찰관 폭행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램보 교수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자신의 보호 아래 그를 꺼내 준다. 

첫째는 매주 자신을 만나 수리조합과 유한 수학을 공부하는 조건이고, 둘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윌을 꺼내면서 램보에게 치료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은 천재다. 사진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는 죽어라 노력해도 습득하기 힘든 지식이 그는 그저 재미로 담는 놀이인 것이다. 수학, 역사, 인문학, 과학 모든 지식을 진공기로 흡수하듯 담는다. 그 지식의 한계는 측정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뛰어나다.

램보는 그와 수학문제를 풀며 그의 천재성에 놀랍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윌을 라마누잔의 천재성에 비교하며 그의 천재성과 기량을 맘껏 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고, 그를 세상에 도움될 수 있는 인물로 밀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윌은 자신을 진료할 정신과 의사들의 진료에 아주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한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시간낭비라며 윌에게서 손을 뗀다. 

윌은 상처가 있다. 몇 번이나 입양됐다 파양 된 아픔이 있고, 양부의 학대로 인한 상처로 마음을 굳게 닫고 열지 않는다. 그는 마음을 방패로 막고 열려고 하는 자들에게 그의 천재적인 두뇌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그의 천재적인 지식은  자신을 방어하는  뽀족한 창인 것 같다. 책으로만 배운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잘난 척하고, 상처를 주고, 공격적이지만 그는 두려움 많은 어린애에 불과했다.

로빈 윌리엄스와 맷 데이먼

램보는 윌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어 그걸 열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대학 동창이자 심리상담 교수인 숀을 찾아가 부탁한다. 숀과 윌과 같은 남부 보스턴 출신이고,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숀은 아내를 사랑했고, 아내가 아퍼 6년 동안 일을 관두고, 병상을 2년이나 지킨 남편이다.

아내를 잃은 과거의 슬픔으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또 의사에게 믿음이 있어야만 환자의 마음을 터 놓는다고 생각하는 교수이다.

첫 만남부터 윌이  사무실에 걸린 숀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다 안다는 듯 자신의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아내를 모욕하는 말로  윌을 자극시켜 분노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윌에게 말린 느낌이다.

숀은 윌이 한번도 누굴 가슴으로 뜨겁게 사랑해 본 적도 없고 세상이 두려워 보스턴 밖을 나가보지도 않고, 정작 경험하지도 않고 천재라 가슴속에 담겨있지도 않은 지식으로만 지껄이는 겁 많은 아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숀은 윌에게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애인지,책에서 인용한 말 말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와" 그럼  관심을 가져 준다고 말한다. 

숀은 자신의 이야기부터 내어 놓는다. 아내에게 첫 눈에 반한 이야기, 아내의 사소한 단점, 그리고 아파서 죽어갈 때까지의 심정과 아픔들을 말이다.

어쩌면 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숀도 윌과의 시간으로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끄집어내며 과거로부터 빠져나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처란 묻어두기보다 끄집어내야 어디가 아픈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숨기고 묻어둔다고 아무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열어야 되는 걸 숀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21살의 나이에 상처받는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숀은 그게 방어심리라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기 전에 먼저 떠나게 만들고 그 때문에 20년이나 외롭게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윌은 숀의 노력에도 모든걸 할 수 있는 잠재력을 타고 태어났음에도 재능을 헛되이 쓰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넌 뭘 하고 싶니? 간단한 질문에도 정직한 대답을 못하고,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두려워만 하며  계속 벽돌공만 하는 윌에게 숀은 시간낭비만 하고 있다고 나가라고 한다.

사람은 제각각 자신의 쓰임새를 알고 산다. 그도 자신이 천재인 걸 안다. 남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그는 벽돌공으로 사는 삶에 안주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두려움에 떠는 어린애로 평생을 살 것처럼 군다. 몇십년간 죽도록 노력해서 푸는 문제를 몇 초 만에 푸는 윌로 인해 램보 교수는 좌절한다. 그런데 더 좌절하게 만드는 건 그의 재능을 헛되이 낭비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다.

참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하버드에 수업료를 내고도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결과를 재미로 하는 윌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데, 언제 알을 깨고 나오려고 아니 알을 깨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식이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엄마새는 그 알을 두들긴다. 스스로 깨어나올 수 있게 기다리고 자극해 준다. 네가 깨고 나와야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지금 윌은 알을 깨려고도 안 하고 있다. 

벤 애플렉

윌의 친구 처키(벤 애플렉)는 "넌 우리한테 없는 재능을 가졌어. 당첨될 복권을 깔고 앉았으면서도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못 바꾸는 꼴이라구. 병신 같은 짓이지."

몸을 쓰는 벽돌공으로 계속 산다는 건 자신들에 대한 모욕이고 시간낭비라고 말이다.
처키는 그가 자신의 재능을 위해 도전하고 세상밖으로 나가길 응원하는 또 하나의 영혼의 짝이다. 
사람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능력을 주지 않는다.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얻을 수 있다.

 
윌은 하버드대 스카일라를 좋아한다. 너무 완벽해 보여 솔직히 맘에 있으면서도 다가가지 못했다.
숀은 그런 윌에게 말한다."세상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너도 완벽하진 않아. 네가 만난 그 여자애도 완벽친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 거야"
윌은 스카일라와 만남을 가지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 비해 자신의 초라함을 보여주기 싫은 심리가 윌에게 아주 크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상처로 너무 굳게 닫힌 마음의 문도 사랑으로 쉽게 열리지 않는 것 보니...
스카일라는 윌에게 캘리포니아에 함께 가자고 한다. 사랑하기에 같이 있고 싶을 뿐인데 윌은 거절한다.
그는 그녀가 후회하는 게 두려워 사랑하지 못하고, 변하는 게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고, 현재에만 안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는 보스턴을 떠나는 게 두렵고, 그녀가 나중에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을까봐 두려워 한다. 결국 버림받을까봐 그녀를 먼저 떠나게 된다. 어쩜 윌이 말한 방어심리다. 상처받기 전에 버림받기 전에 먼저 떠나고 버리는 것으로 자신을 걸어 잠근다.
폭발하는 윌

어릴 적 고아로 입양되었다 버림받으면서 입은 상처는 생각외로 컸다. 윌의 마음을 여는 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 

숀은 아버지가 술고주망태로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가정에서 자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엄마와 동생이 맞지 않게 하려고 먼저 덤볐다고 말한다.
어쩜 그래서 윌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한 것 같다. 양부에게 학대 받은 윌이,그리고  사람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았기에 어루만져 준 것이다. 
숀은 윌에게 "네 잘못이 아냐" 계속 그의 가슴을 대고 두들긴다 "네 잘못이 아냐" 가슴을 가두는 윌에게 "네 잘못이 아냐" 계속 말해 준다. 윌이 심장에 가 닿도록 ,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도 전달되도록 말이다.
그래 윌의 잘못이 아니다. 고아로 입양된 것도, 몇 번의 파양도, 양부의 학대도 윌이 잘못 한 게 아니다. 그러니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살라고, 그렇게 숀은 자신과 윌에게 전하고 있다.
숀을 안고 울분을 토하는 윌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유리같은지 알 것 같았다. 가끔 아픈데 울지 않는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감정들을 밖으로 배출해 내지 못하고 안으로 가두어 독이 몸안에 다 퍼져 윌처럼 세상에 벽을 짓고 방어만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천재로 태어났지만 그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한 상처로 그의 인생은 공터 같았다. 윌과 숀은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였다.
윌에게 숀은 좋은 멘토였고, 숀도 윌로 인해 과거의 상처에서 나와 세상밖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내 마음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세상을 다 부정하면,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아무도 내게 사귀지 못한다. 외로움에 갇혀 마음을 채울 수 없으며 사랑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9. 11:55

감독 이 병헌

 

영화 극한직업

 

"그냥 실컷 웃다 나온다."

"나오면 영화 내용이 뭐였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다 끝난다."

그거면 되지 않나?라고 하는 이들의 반응이 주변 사람들의 평가이다.

우리나라 코믹스러움이 그대로 재현되는 영화이다. 경찰 이야기 아니면 깡패 이야기.... 물론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야기와 다르게 재미만을 강조한 영화이다. 그런데 1000만 돌파했다는 사실에 좀 놀랍다.

지금까지 상영된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중에 두 번째 1000만 돌파인데, 그 첫번째가 <7번 방의 선물>이었다. 6년 만에 코미디 부문으로 <극한직업>이 1000만을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감동이 있었다. 그런데 <극한직업>은 재미만 있다. 그냥 실컷 웃자고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 같이 작품성을 따지는 사람이 이 영화를 극장에 가서 돈 주고 봤다는 것부터 1000만을 넘기게 만든 것이리라?

여기저기서 주위사람들이나 검색을 통해  "이 영화, 재미있대."로 다 표현해 내고 있다.

극한직업 마약반팀

5인조로 구성된 마약팀, 실적이 없어 해체 위기에 놓인다. 마약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치킨집을 계약하여 잠복근무하게 된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 치킨을 튀겨 영업을 하는데 아니, 글쎄 입소문을 타 유명 맛집이 된다. 그들은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수원왕갈비통닭집 개업한 형사들

 

영화 속 인물들은 왠지 형사로서 어설프고 대책 없어 보인다. 저런 사람들이 마약 단속반이라니. 극한 직업 형사로

류승룡(조반장), 이하늬(장형사), 진선규(마형사), 이동휘(영호), 공명(재훈)  다섯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환상적인 호흡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곳곳에 코믹스런 대사와 행동으로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웃을 일 없던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아이와 같이 실컷 웃다 나오게 만든 영화이다.

무겁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게 그냥 재미있다. 실컷 웃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내 평가도 "재미있다."이다.

웃을 일 없는 분 보시라, 머리 복잡하고 답답할 때 보시라. 웃음을 선사받는데 돈을 지불해 보시라.

잠복근무중

 

솔직히 1000만을 넘은 것은 외부적인 영향도 있다. 솔직히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천만을 넘은 것은

첫 째는 영화 상영기간이다.  설 연휴라는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만끽했다는 점이다.

둘 째는 가족들과 영화관람을 갔을 때 가족 전체가 만족할 영화가 별로 없는 게 문제점이었는데, <극한직업>은 너무 선정적이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아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흡수했다고 본다.

셋 째는 경쟁작이 부진했다. 대진표가 좋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하고 때를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하듯이 이 영화는 줄을 잘 섰고, 때를 잘 골라 잡았다.

넷 째는 유치하지 않으면서 재미가 있었다.

이게 이 영화가 1000만을 넘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6. 18:35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영화포스터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서울택시 운전사였던 김 사복이 함께 위협을 무릅쓰고 1980년 5.18 광주 참상을 20일부터 23일까지  잠입하여  카메라에 담아 독일에서 보도함으로써 5.18운동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그는 기자생활하면서 이토록 참혹한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전남대 앞 학생 시위 진압을 시작으로 광주역 무차별적 진압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하게 된다. 군사독재 집권세력들이 어린 학생들을 구타하고 짓밟는 등 무자비한 폭력으로 이어진 무력진압이 학생과 시민의 분노를 샀고, 결국 시위는 점차 격화되어 무력항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무자비한 독재권력이 폭도도 아닌 시민을 향했다. 자신들이 한 짓을 철저하게 차단하여 어둠속에 묻히기를 원할 터이지만  진실은 외신 기자에 의해 진실이 보도되는 걸 막지 못했다.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며 그 진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이 영화로 인해 또 다시 수면위로 5.18 광주 사태를 올려 놓았고 아직도 가해자인 신군부 독재세력이었던 그들에게 사죄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만 침묵과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는 왜곡 되어서는 안된다.  사죄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고 양심이 필요하다.

송강호와 영화속 딸

 

1980년 5월 서울 택시 운전사 만섭은 딸 아이와 단둘이서 셋 방에서 살고 있다. 
그는 기사식당에서 다른 기사가 10만원을 택시비로 내고 광주에 가겠다는 외국인을 태우고 통금전에 돌아오면 된다는 말을 듣고 그 예약손님을 가로 챈다. 10만원을 받으면 밀린 월세를 낼 수 있기때문에 덥석 물고 만다. 

 

사우디에서 5년간 근로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한다.(영어실력은 영화로 확인바람)
독일의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일명 피터) 광주시로 향하는 모든 길이 통제되어 막혔고 연락도 두절된 상태'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택시를 타고 광주로 진입하려고 한다.

 

그는 언론통제로 인해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던 5.18 광주사태를 촬영하여 외국에 알리는데 기여한 일명 '푸른 눈의 목격자'이다

 


서울택시  만섭은  광주로 진입하려는데 광주입구에서 검문을 당해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돌아가라고 한다.  만섭이 차를 돌려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자 피터는 당황하여 "노광주 노머니( No Gwangju No Moonly)"  한다. 할 수 없이 샛길을 통해  광주에 진입한다.
광주시내에 도착한 만섭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만섭은 죄없는 사람들한테 군인들이 왜 그러냐 묻자 재식(류준열)은 "모르것어라, 우덜도 우덜한데 와 그라는지?"라 말한다. 
재식 역 류준열

 

만섭은 시외전화까지 군인들에 의해 차단되어 집에 홀로 기다리고 있을  딸아이의 걱정으로 손님을 두고 혼자 광주를 빠져 순천까지 오게 된다.

왜곡된 뉴스로 인해 아무도 광주의 참상을  모르고 있다. 손님을 광주에 두고 온 것도 그렇고, 혼자 있을 딸 아이도 걱정이 되던 만섭은 결국 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아빠가 손님을 두고왔어."광주로 다시 되돌아간다.

광주 황태술의 집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되돌아 온 광주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무차별적으로 총으로 난사하고, 구하려는 시민들까지 사격하고,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사람들까지 총격을 가했다.

계엄군은 학생과 광주시민들에게 최류탄과 무차별적 총기난사까지 자행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진다.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버스가 일제히 바리케이트를 치고,택시 운전기사들이 다친 사람들을 병원으로 나르게 된다. 택시들은 구급차가 되어 부상자들을 호송한다. 피터는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복을 입고 일반시민으로 위장한 보안사 사복조장의 눈에 외신기자 피터가 발각되고,사복조장은 피터를 태운 서울택시를 모조리 잡아 들이라는 지시를 내린다.

죄도 없는 사람을 향해 무자비하게 쏘는 총탄에 광주시민 모두  군부독재세력에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피터가 광주를 떠나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 알려 주기를 바랬고, 그들이 광주를 떠날 수 있게 도왔다.  
문재인 대통령 택시운전사 관람하러 가다

사람들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신문에 단 한 줄도 싣지 못한 기자들과 언론인들에게 피터의 직업정신과 진실을 대하는 마인드를 권하고 싶다.

만섭이 혼자된 딸아이를 두고 다시 광주로 발길을 돌린 것처럼, 진실을 알려 달라고 죽음앞에서 외친 꿈많은 대학생이었던 재식도, 총기난사로 위태로움 속에서도 부상자를 택시에 실어 병원으로  나른 광주 택시기사들도, 학생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는 군인들을 향해 시위에 동참해 준 광주시민들도 모두가 용기와 양심으로 독재에 맞섰다. 

철저하게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광주를 초토하시키려 했던 군사독재세력의 무자비한 총알은 광주 시민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냈다.

시민이 총칼에 죽어가는데 은폐하는 언론에게  분노한 광주 시위대에 의해  MBC등이 불태워 진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시민이다. 평범한 시민도 설득 못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유없는 죽음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있다. 

 

피터는 그 후 김사복을 수소문 했지만 찾지 못하고 2016년 80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는 "그의 택시를 타고 같이 변화한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싶다"는 말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사망후 이 영화로 우리는 독일 기자 그를 알게 됐고, 그를 도왔던 서울 택시 운전사와 광주 택시기사들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아내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여사와 동행하여 극장에서 이 영화를 같이 관람함으로서 화제를 모았다. 피터로 인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 사복이란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전두환을 중점으로 신군부 독재의 탄압을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었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4. 23:28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
                              
감독 사이먼 커티스
 
우먼 인 골드 영화포스터

 

이 영화는 인간문제가 아닌 예술품에 대한 보상과 법적투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나치에게 빼앗긴 예술품 약 10만점 이상이 아직도 실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영화 마지막 자막을 보며 뭔가 우리가 놓친 것들이 인간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개인의 정체성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가치 또한 역사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구나 하는 자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치에 의해 약탈당한 예술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수감자이고, '아델레는 그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대사에서도 그렇듯 이 영화는 예술도 우리가 되찾아야 할 수감자라고 말할 때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약탈당한 문화재와 예술품들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예술품에 대해 어떤 가치를 환원받고 찾아야 할 역사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재산의 가치가 아닌 역사의 가치이고, 존재의 가치로 반환되어야 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영화로서의 흥미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보태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1998년 LA에 사는  마리안 알트만(헬렌 미렌)은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1948년 비엔나에 있는 블로흐 바우어 가문의 변호사 요한이 보낸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금 예술품 환수법을 개정하고 있어서 옛날 사건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벨베데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를 되찾아 오기 위해  친구의 아들인  랜드 쇤베르크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사건의뢰하는 장면
랜드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는사무실에서 <우먼 인 골드>의 예상가치를 검색해보니 1억달러 이상이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오스트리아 모나리자'와 다름없는 그림을 순순히 내 줄 리가 없다. 고로 이 싸움은 굉장히 어려운 싸움임을 암시한다.
오스트리아가 고향이었던 마리아 알트만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되고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면서 유대인이었던 바우어 가문의 모든 예술품과 재산까지 나치에 의해 몰수 당하게 된다.  독일이 점령한 오스트리아에서 자행된 유대인 박해로 병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나치에 손에 남겨두고 남편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탈출하여 로즈앤젤리스로 온 것이다.  

 

하지만 노년이 다 되어서야 어릴 적 숙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림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 그림이 오스트리아 최고 화가의 명화로 보이겠지만 제 눈에는 제 숙모가 보입니다"
부호였던  페르디난트 블로흐는 화가 클림트의 후원자로 자신의 아내이자 마리아 앙트만의 숙모였던 아델로를 모델로 작품을 부탁해서 나온 그림이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아델레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조카인 마리아와 언니 루이즈에게 애정을 쏟았다. 
아델로 숙모와 가족사진

오스트리아가 행하는 예술품 환수 법률 개정은 이미지 향상을 위한 국가 홍보용일 뿐 정부는 최대한 많은 장애물을 만들어 예술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에 의거한 정당한 조치라며 반론을 제기하려면  재판을 걸라고 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재판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소송비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고,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마리아 알트만은 정부를 상대로 그 많은 돈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하기로 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랜드는 미국내에서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고소하게 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유명 변호인을 투입하여 시간을 끌면서 소송인 마리아 알프만이 늙어서 죽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걸 눈치채게 된다.  

 

랜드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최후 변론이 인상적이라 옮겨 볼까 한다. 어쩜 우리도 일본에게 매일 외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 오스트리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더군요. 나치 피해자의 아픔을 감추려는 사람들과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에게 가해진 불의를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수십 년전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고, 인간이 인간을 박해하며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지요. ...오스트리아를 위해서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세요."
돈때문에 시작한 랜드변호사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다녀온 이후 정체성을 찾으며 변화를 꾀하고, 오히려 힘든 싸움이라고 포기하고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던 마리아를 설득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8년간의 긴 법적투쟁이었다. 
나치에게 약탈 당했던 클림트의 그림은 68년만에 마리아 앙트만에게 들어 왔다. 마리아의 요청으로 지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는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마리아 알트만은 승리하고도 젊은 날 병중에 계신 부모를 버리고 도망쳐 온 죄책감으로 슬퍼하고 아퍼했다. 

 

법정에서

그리고 내가 주목하고 싶은 또 한 사람은 마리아를 돕겠다고 했던 첼린 기자이다. 그는  자신이 마리아 알트만을 돕는 이유를 밝힌다. 

15살대 아버지가 나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평생 아버지의 죄를 갚는 일념으로 살고 있으며,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이든, 자신의 부모가 저지른 죄이든 사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참담한 수많은 죽음 앞에서 정부가 되었든, 기자가 되었든 단체가 되었든 제대로 그들의 아픔에 고개 숙여 사죄하지 않는 것일까? 

첼린 기자역
이 영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반환을 둘러싼  8년간에 걸쳐 한 개인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투쟁을 다룬 작품이지만 절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마리아 알트만의 과거와  랜드의 심경적 변화와 맞물려 랜드의 따뜻한 아내와 그리고 랜드의 회사, 비엔나의 풍경을 절묘하게 믹스하여 맛깔난 짜임새와 스토리, 그리고 멋진 배우의 연기까지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실제 사건, 실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법적투쟁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나치에 협력하며 저질렸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당한 소유물임을 주장하지 않고 사죄 하였더라면 마리아 알트만은 그 그림을 미국이 아닌 고향이고 조국인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전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제대로 사죄하지 않고 모욕만을 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4. 15:35
빌리엘리어트
(Billy Elliot) 

감 독   스티븐 달드리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
1984년영국 동북부 더럼 주의 탄광마을, 그 안에 11살의 소년  빌리 엘리어트(제이미 벨)가 특별한 꿈을 꾼다. 이 영화는 꿈을 향한 빌리의 질주와 그 질주를 향한 가족들의 갈등과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로 좋아서 하는 즐거움보다  미쳐서 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빌리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프레임속에 갇혀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두려워하기보다 아버지에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보수적이기는 하나 그는 두 아들과 노모를 돌보아야 하는 가장이었으며 신념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
탄광촌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형, 돌봐주어야 하는 할머니와 그리고 빌리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권투를 배우라는 아버지와의 뜻과는 다르게 빌리는 권투가 적성에 맞지 않다. 한대도 때리지를 못하고 피해다니기만 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어떤 계기나 기회로 인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기회를 잡는 선택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기도 한다.  
빌리에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첫번째 계기가 생긴다. 권투 도장옆에서 하게된 발레수업이 그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제공해 준다.
윌킨슨 선생님이 가르치는 발레수업을 구경하다 어느새 동참하게 된다.  빌리는 권투 글러브보다 발레슈즈가 자신을 끌어 당긴다는 것을 알고 여자애들만 있는 발레수업을 계속 하게 된다. 
발레수업중
아버지 재키와 형 토니는 몇 달동안  파업중이다. 이 영화는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파업으로 기록된 광부 대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아침마다 노조 규정을 어기고 탄광으로 복귀하여 출근하는 버스를 향해 계란을 던지며  "배신자"라고 외치며 시위 농성을 한다. 탄광노조원들과 경찰들이 버스를 겹겹히 에워쌓으며 대치하는 풍경을 자주 보여준다.
 
어느 날 빌리가 권투도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빌리를 찾아 간 아버지는 발레 수업중인 여자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빌리를 발견하고 당장 나오라며 끌고 나간다.
 
"발레는 남자가 하는 게 아니야."라고 보수적인 마인드로 강경하게 말한다. 발레는 여자가 하면 정상이지만 남자가 하면 왠지 게이라는 느낌을 지워낼 수 없었던 아버지 재키의 표정을 간파한 빌리는 "게이가 아니라 발레무용수!"라고 말해 준다. 그러나 남자는 축구나 권투,레슬링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보수적인 프레임에 부딪히고 만다.
 
아들이 꿈꾸는 꿈과 아버지가 자식에게 바라는 희망이 충돌하여 갈등의 시작이 된다. 결국 아버지의 벽에 막힌 빌리는 윌킨스 부인을 찾아간다.
빌리와 윌킨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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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보기 위해 윌리슨 선생님과 함께 빌리는 열심히 훈련한다. 그리고 빌리와 윌킬슨 부인이 티렉스의 <I Love Boogie>에 춤추는 장면은 몇번이나 돌려볼 만큼 좋았다. 
 
그리고 오디션 당일이 되었다. 아버지 몰래 준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파업중인 탄광노조원들을 폭력사태로 규정하여 경찰은 주도자인 형을 잡아가게 된다.
 
빌리가 나타나지 않자 빌리의 집을 찾아간 윌킨스 부인은 오디션을 망쳤다고 가족과 충돌한다.
가족과 윌킨스부인 사이에서 빌리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자신의 꿈이 가족과 충돌하고 윌킨스 부인과 자신의 가족이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빌리는 폭주하는 불꽃처럼 탄광마을을 질주하며 분노의 춤사위를 펼친다.

 

 #

크리스마스 밤, 친구와 권투도장에서 친구에게 발레를 가르쳐 주고 있는 빌리 앞에 아버지가 나타난다. 잠시 당황한 빌리는 아버지 앞에서 느닷없이 스텝을 밟으며 미친 듯이 춤을 선보인다.

그 춤사위가 얼마나 멋지던지 입을 벌리고 보았다.

아들의 춤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정지된 표정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빌리가 춤을 끝내고 아버지 앞에 딱 서자 아버지는 돌아서 나가버린다.

빌리에게 집에 가 있으라고 하고는 윌킨슨 선생집으로 찾아간다. 따지러 가는 줄 알았는데, 오디션 비용이 얼마드냐고 묻는다. 그리고 빌리에게  해 준 모든 것들 고맙다고 말한다. 아버지도 빌리의 실력을 인정한 것 같다.

파업중단하고 버스로 오른 아버지

 

 #
아들의 꿈을 지원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신념을 버리고 탄광촌으로 출근하는 버스에 올라 탄다. 아들을 위해 파업을 포기한 것이다.
버스에 탄 아버지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버스에 계란을 던지며 시위하고 있는 큰 아들을 보고 고개를 돌리고, 그 버스에 아버지가 타고 있는 걸 발견한 형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빌리를 위해 돈이 필요했다.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아들의 오디션을 보러 갈 돈이 없었던 아버지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

우린 끝났어.  우리는 선택이 남았니? 하지만 빌리는 남았어." 
11살인 빌리에게는 자신과 토니와는 다르게 선택이 주어졌고, 그 선택을 자신의 가난함으로 막아버릴 수 없는 아버지는 자신의 신념보다 자식의 인생이 먼저인 것이었다. 우는 아버지를 안고 토니의 가슴에도 흥건한 물기를 남았다.
투박하고 ,거칠고,무뚝뚝하고, 단단한 보수적인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신념이 무너지는 것이 참 힘들게 다가왔다. 마치 내 아버지의 오열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꿈을 위해 누군가의 신념을 버려야 하고, 또 가난한 현실이 누군가의 꿈을 지켜줄 수 없는 관계, 그게 가족이라면 더 아프다. 

 

빌리의 오디션 장면

#

형과 아버지,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런던으로 오디션을 보러 간 빌리는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으로부터 마지막 질문을 받는다
"빌리! 춤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빌리는 "일단 추게 되면 모든 걸 잊어버려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어서  한마리의 새가 되어 나는 것 같아요. 마치 감전된 것 처럼요."
그랬다. 빌리가 춤을 출때는 몸에 붙은 사람처럼, 또는 새가 날개짓하는 것처럼 춤을 추었다. 천상 빌리는 춤을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춤속에서 희열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오디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초조한 시간이 지나고 합격통지서가 날라온다.
빌리는 이제 탄광촌을 떠나 발레학교에 가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동생에게 다정다감한 표현을 하지 않는 형이 버스에 탄 동생에게 "보고 싶을거야"라고 말하는 장면과 아버지가 아들을 하늘높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그들이 빌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표현해 주지 않으면 모를 것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의 사랑은 가끔 말보다 마음이 먼저 가 마중하는 것 같다. 꿈을 향해 떠나는 빌리와 형과 아버지는석탄을 캐러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이 왜 그렇게 아린지 음악은 왜 그리 슬픈지......<빌리 엘리어트> 영화의 장면은 항상 꿈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춤을 추는 아이의 꿈과 충돌되는 현실을 준다.
발레는 여자들만 한다는 아버지의 편견과 충돌하고 ,꿈을 향해 오디션 보러가는 날 형이 잡혀가는 현실로 첫 걸음을 막아서고, 아들의 재능을 알고 지원하려 하지만 오디션 보러 갈 돈이 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아들의 합격소식과 함께 파업중단이라는 비보가 날아들게 한다.
그런 현실과 충돌하며 꿈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에게 선사하는 희망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현실에 부딪쳐도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이루어진다는 성공의 메시지와 함께  가족의 희생과 사랑이 결실로 우리의 인생에 커다란 격려를 주려고 말이다.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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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년이 지나 정장을 갖추어 입은 형과 아버지는 빌리의 공연을 보기 위해 국립극장으로 향한다.  무대를 향한 아버지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힌다.
무대를 준비하는 빌리는  백조가 되어 높이 도약하여 날아 오른다.  무대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가슴 찡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 무대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뜨겁고 벅찬 눈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등장과 울려퍼지는 음악소리와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전율이 쫘악~  다 전달되었다.
빌리의 <백조의 호수>공연은  그동안 충돌하며 희생한 아버지의 선택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 놓았다. 빌리 혼자만의 꿈이 아니었다. 빌리 혼자만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사랑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고, 열정없이 만들어 질 수 없는 꿈이었다. 모두의 응원이 있었고 희생이 있었다. 그래서 더 뜨겁고 감동스러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3. 05:38

감독 최 동훈

최동훈 감독은  1930년대를 주목하여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나라에 닥친 운명이 개인에게 고스란히 불행으로 닥쳤고 또 그 운명을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렸습니다. 

영화 암살

암살의 시작은 나라를 찾으려는 이름 없는 독립군들이 목숨을 거는 불꽃의 시작이었습니다. 짧게 살다 가더라도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 넘기 주지 않기 위해, 허망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나라의 운명을 구하는 곳에 목숨을 서슴없이 던짐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김해숙 등 정말 내공있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이 영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33년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땅에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독립군의 불꽃이 상하이와 조선의 경성을 이어갑니다.
김원봉(조승우)와 김구(김홍파)은 친일파나 일제 고위층을 암살하는 계획을 세우고,일본 측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세 명을 암살작전에 투입 시킵니다. 
독립군 저격수인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입니다. 그리고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을 선발대로 보냅니다.
암살단의 타깃은 조선 주두군 사령관 카와구치와 친일파 강인국입니다. 그리고 또 한 편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 이 암살작전을 둘러싼 관계도가 만들어 집니다.
암살단 세명
독립군 안옥윤역에 캐스팅된 전지현은 영화<도둑들>때 액션과는 또 다른 총을 든 저격수로 건물 위로  화려한 질주를 하며 멋진 장면을 연출해 냅니다.  
염석진 역에는 <도둑들>에 나왔던 이정재가 캐스팅 되었는데, 솔직히 모래시계에서 고현정 보디가드로 나와 한마디도 안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갈수록 놀랍게 변해 갑니다. 그의 모습이 계속 기대됩니다.  그리고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역에는 하정우가 캐스팅되고, 친일파 강인국역에는 이경영이, 속사포역에는 조진웅이 , 독립군 황덕삼역에는 최덕문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성 연락요원으로 독립군을 돕는 마담역에 김해숙이 특별출연, 다들 연기라면 빠지지 않는 배우들로 꽉꽉 채워졌습니다.

 

하와이 피스톨이 작전을 하다 다친 안옥윤을 병원에 데려다 주며 이렇게 묻습니다.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
안옥윤은 "독립을 이루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런다."라 대답합니다.
어쩌면 감독은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 대사로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름없이 죽어간 독립군들 사진 한장으로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정면에 나서 총을 겨누지 않고 뒤에서 독립군들의 뒤를 봐주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 또한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김해숙이 연기한 아네모네 마담이 자결하는 장면은 강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저  맥 놓고 당하지 않고, 나라를 잃은 국민으로 사는 것보다 나라를 구하긴 위한 죽음으로 자신을 바치고 가는 길을 택했을 그들로 인해 우리가 해방된 국가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특별출연 김해숙

조선 주두군 사령관과 친일파 제거 작전이 시작되고,작전을 투입된 세 명의 암살단과 그 암살단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정체불명의 하와이 피스톨! 

1930년대는 참으로 암울한 시대였습니다.일본 제국주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목숨을 걸고 그 나라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해 준건 말건 신념 하나로 싸운 그들이 있었기에 이 땅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해방된 땅에서 변절자들이, 친일파들이 너무 버젓이 큰 소리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리 가슴 아플까요?
변절자가 반민특위에서 하는 개소리들을 들으며 분개했습니다. 그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정녕 이 나라에 봄은 온 것이 맞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으로 식민지인 조선을 살아내야 했던 민족이 그토록 이 해방된 조국에서 살고 싶었을 들판에 서보지도 못했고, 총알받이로 젊은 청년들이 내몰려 꽃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야 했습니다.
경제적 수탈과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친일파들이 저리 떵떵 거리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어찌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지현,이정재,하정우

 

일제에 대항하여 싸운 동료 독립군에게 총칼을 들이대던 친일파에게 '왜 변절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해방이 될 줄 몰랐다. 해방될 줄 알았으면 변절하지 않았다."라고 말입니다.
'차라리 살고 싶었다'라는 말이 더 용서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다. 해방될 줄 몰라서 친일파가 되었다고, 언제든지 자기 이익에 따라 다른 곳에 붙어 양심을 내놓고 거머리처럼 살 것입니다.
변절자이자 일제의 밀정이었던 친일파를 죽이는 것은 해방 후에라도 이루어 져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정작 살아 있기를 바랬던 사람보다 동족에게 칼을 꽂은 친일파가 해방후에 버젓이 햇살을 누린다는 것이 짜증 났습니다.  너무 많은 독립군들이 해방 된 조국을 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너무 많은 희생으로 찾은 독립입니다.
그들의 신념이 그들의 희생이 만들어준 독립이 후손에게 남겨진 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1. 18:48
감독 배리 젠킨스
문라이트 영화포스터

 

출연 : 알렉스 R.히버트(리틀), 에쉬튼 샌더슨(샤이론),트래반트 로즈(블랙), 나오미 해리스(폴라), 자넬 모네(테레사), 마허샬라 알리(후안)

 

항상 영화는 호불호가 나뉘는 부류의 영화가 있습니다. 성정체성에 대한 문제일 때가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 전 <브로큰백 마운틴> 을 보고 성정체성의 주제를 다룬 영화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고정관념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얼마나 좁게  만드는 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의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큰 벽을 이루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의 문제라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퀴어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게 이례적이라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정체성 주제만 놓고 본다면 <브로큰백 마운틴>이 훨씬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가슴 아픕니다. 너무나 많이 울어서 눈물로 변해버린 것 같다는 샤이론을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은 연민이 생깁니다.
그는 혼자 어둠을 삼키고 어린 시절의 어둠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의 인생은 햇살아래 놓이지 않게 됩니다. 
나는 그들의 성정체성이니, 흑인이니, 백인이니 하는 인종차별적인 문제를 떠나 한 인간으로만 오롯이 몰입 했습니다. 눈물 흘리지 않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 슬픔은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전문가들이 하는 평은 높고, 일반 관객들의 평은 다들 제각각인지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르는 장면이 얼마나 되나? 계속 여운이 남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머리속에서 영상이 지워지지 않을 때 나는 그 영화를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가집니다. 

남들이 써놓은 평에 내 취향을 옮겨 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쏙쏙 박히는 대사가 있습니다.
대사를 들으면 마치 내 일인냥 '아 ~저 말 되게 가슴에 와서 꽃힌다.'하는 그런  대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스며 드는지를 느낍니다.  
이 영화는 한 흑인아이의 성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스토리가 아닌 감정선의 표현이 이 영화를 이렇게 극찬 위에 올려 놓게 된 것이라 여깁니다.
잔잔하게 깊이 파고드는 안쓰러움, 쓰라림,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눈빛과 표정과 몸짓에 담아 냈다는 것이 그걸 느낀 사람들의 감탄사가  박수를 보낸 것 같습니다.

리          틀

리틀시절

이름은 샤이론, 하지만 아이들은 리틀이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쿠바나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 마이애미라는 도시입니다. 이 곳에서 한 어린 흑인 아이가 같은 흑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엄마로부터의 관심도 사랑도 못 받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당하면서도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고 아프다고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합니다. 오히려 주눅이 들고 마음과 말문을 열지 않고 꽁꽁 닫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세상의 사람들과 치열하게 싸우거나 자신의 외롭고 눅눅한 감정들과 싸웁니다. 어떤 날은 어루만지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고, 또 회피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자신 안에 가두기도 하고,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감추려고 애도 씁니다.

오늘도 리틀은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도망쳐 한 건물에 숨게 됩니다. 그 곳은 마약을 파는 동네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필이면 리틀이 숨은 곳은 후안의 약 창고였고, 후안은 마약거래상입니다. 후안은 안에 숨어있는 리틀을 데리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주지만 리틀은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상처 받은 아이는 고개를 제대로 드는 법이 없습니다. 집에 데려다주려고 해도 입을 열지 않는 리틀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테레사가 다가와 줍니다. 집에 가기 싫으면 오늘 밤 여기서 자도 된다고 리틀을 하루 밤 재워줍니다.

그렇게 후안과 테레사는 리틀을 따뜻하게 안아 줍니다. 리틀에게 손 내밀어준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리틀은 후안과 테레사의 집을 자주 찾아 갑니다. 후안은 아버지처럼 리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리틀도 후안을 믿고 따릅니다.
후안이 리틀 수영가르쳐주는 장면

후안은 어릴 적 달만 뜨면 맨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달빛을 쫓아 뛰어 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이이들도 파랗게 보이지!"라고 말해주는 어느 할머니 얘기를 하며 흑인들은 어디 가도 있다고 합니다. 차별받는 소수로서 힘든 리틀의 마음에 달빛을 비추어 주듯 달빛을 쫓아 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후안은  "언젠가는 뭐가 될 지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 그걸 남한테 맡기지 마."라고 말합니다. 마약에 취해 자신을 등한시하는 엄마로 인해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아픈 리틀의 삶에  후안은 달빛과 같았습니다. 리틀은 엄마보다 후안과 테레사에게 더 가족 같은 정을 느낍니다. 리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샤    이     론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세 명의 다른 배우가 연기하지만 끊어짐이 없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저 포스터처럼 세줄 모를 정도로 전혀 어색함이나 이질감없이 매끄럽게 세 성장기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재미는 없습니다. 그만큼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어둡다.  청소년기로 넘어 온 샤이론의 삶이 좀 나아졌을까요? 
이미 마약중독으로 이성의 끈이 없어진 듯 엄마는 샤이론에게 돈까지 내놓으라며 고함을 지르고, 이미 몰골은 병든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를 호모라고 더 심하게 놀리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로 넘어오니 후안도 죽고 없습니다.  리틀때보다 더 고단하고 힘들어 보입니다.
그의 얼굴은 어둠으로 늘어져 있고, 고단한 어깨는 아래로 떨어져 있습니다.  저 아이의 푹 숙인 고개를 언제쯤 들게 해줄까요?  케빈은 샤이란을 블랙이라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냐?"는 샤이론의 질문에 케빈은 "나만 부르는 별명이야."라 말합니다.
샤이론 청소년기

케빈은 "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세상이 다 멈춘 기분이야, 울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다니까!"  바람이 주는 느낌으로 인해 감정을 쏟아내는 두 사람은 세상의 고단함을 잊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넌 언제 우냐는 케빈에 물음에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변해버릴 것 같아!"라고 말합니다. 슬픔이 얼마나 크길래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땐 눈물방울로 변할 것 같다고 할까, 샤이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은 연민을 가지게 합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가슴이 아픈 말이었습니다. 케빈은 그를 안아 주는데 묘한 감정의 끌림이 두 사람사이에 몰려옵니다. 그리고 케빈과 샤이론은 키스를 합니다. 정말 호모라 놀림받다보니 자신이 진짜 게이인 줄 알고 스스로를 넘겨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다가 이 상황 뭐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의 표정에서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몸 안 어디 깊숙이 박혀있던 성 정체성이 그의 표정 밖으로  쏟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빈과 샤이론
 
학교에서 케빈은 상황에 밀려 샤이론을 때리게 됩니다.샤이론은 이상하게 케빈에게 맞으면서도 저항하거나 웅크러 들지 않고 계속 일어나 케빈에게 맞으려 들었습니다. 케빈은 샤이론에게 "일어나지마. 누워 있어."라고 외칩니다. 그럼 멈출 수 있는데 샤이란은 계속 일어나 케빈에게 폭력을 가하게 만듭니다. 케빈에게 상처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케빈에게만은 좀 다른 모습이고 싶었던 건지 그동안 샤이론한테 보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다음 날 샤이론은 항상 힘없고 의기소침한 발걸음이 아닌 굉장히 힘있고 분노에 차 있는 발걸음으로  교실로 들어가 케빈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종용하고 자신을 계속 괴롭혀오던 터렐을  의자로 머리를 가격합니다. 그로 인해 샤이론은  경찰에 의해 끌려 갑니다. 친구 케빈과 보낸 특별한 감정을 뒤로 한채 샤이론을 태운 경찰차는 사라집니다. 
 

 블       

 

성인이 된  그는 우리가 알던 약하고 의기소침한 샤이론이 아니었습니다. 근육질의 남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터렐을 폭행한 죄로 교도소에 간 그는 감옥에서 나온 후  애틀란타에서 마약 거래상이 되었습니다. 샤이론은 마약 거래상 후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후안은 줄곧 검은 비니를 쓰고 있었는데 그의 모습마저 후안을 닮아 있습니다. 블랙은 케빈이 샤이론을 부를 때 쓰던 별명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샤이론

 

밤 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는 케빈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요리사가 되었고, 지난 일을 사과하며 식당에 한번 들리라는 말을 남깁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직도 엄마에 대한 악몽으로 잠을 깹니다. 마약중독자였던 엄마는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의 삶을 거리로 내몬 것 같은 죄책감이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 난 잘못 살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망쳤지! 나도 알아. 하지만 네 마음은 나처럼 검지 않아. 사랑해! 샤이론 정말이야.사랑한다 우리 아들! 넌 엄마를 사랑하지 않겠지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아들이 원할 때 사랑을 주지 못했던 자신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만큼 검지 않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그렇게 서로의 고단했던 삶을 엄마와 자식이란 관계로 위로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끌어 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을...엄마에게는 샤이론이, 샤이론에게 엄마뿐이기 때문에 서로 안으며 치유해 갑니다. 긍정적으로 변한 엄마의 삶에 조금은 아들로서 다가가 엄마를 안아줍니다.
블랙과 케빈

 

그리고 샤이론은 케빈이 하는 식당을 찿아 갑니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샤이론의 모습에 다소 어색함을 느낀 케빈,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샤이론은 애틀란타로 이사가서 강해지려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꾸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근육질 건장한 모습의 블랙과 그가 마약거래상을 한다는 말에 케빈도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감옥을 다녀왔고,자신의 아이까지 있다고 말입니다. 얼마 안되지만 자신의 삶을 산다고 "등신같이 살았지! 그냥 되는데로 진짜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했지. 남들 말만 들으면서 살았지. 지금은 지금은 애도 있고 직장도 있잖아.그러니까 당장은 무척 피곤하고 푼돈 밖에 못 벌지만 전에 있었던 그런 걱정은 없잖아 " 라고 케빈은 말합니다. 
너무 돌고 돌아 자신의 삶을 찾은 케빈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10년이 지나 만난 그들은 한동안 어색했지만 그의 집에서는 케빈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블랙은 계속 내면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낼 듯 말듯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습니다. 케빈을 바라보는 블랙의 눈빛에서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분명 케빈의 전화를 받고 예전 케빈과 있던 바닷가의 블랙이었습니다. 
" 날 만져준 사람은 너 뿐이야. 너 하나였어. 그 후로 아무도 만진 적 없어"라고 자신의 감정을 케빈에게 고백합니다. 케빈의 어깨에 샤이론은 머리를 기대고  케빈은 머리를 쓰담아 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 문라이트
포스터 이야기를 해야 되겠군요.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샤이론이란 이름을 가진 한 흑인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리틀로 불리던 어린 시절과 샤이론이라 불린 청소년 시절과 어른인 된 블랙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의 얼굴을 조합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같죠. 정말 최고의 포스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다시 이 포스터를 보십시요. 아마 처음 봤을 때랑 다른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배우로 한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에 주어진 색도 나름 영화를 보고 나면 샤이론의 성장에 따라  내면을 서로 다르게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아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도 느낌으로 아~하고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통해 가족,사랑,인생, 정체성에 대한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라 여깁니다. 대사나 스토리로 담아내었다기 보다 세 명의 배우로 한 인물을 매끄럽게 연출하였음은 물론이고, 감정의 섬세함으로 삶의 색들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인물의 주변 사람들의 그에게 달빛도 되어주다 어둠도 만들어주다 잠자고 있던 정체성을 끄집어 내어주는 인연으로 관계로 풀어냅니다. 어짜피 삶은 홀로 살아낼 수 없습니다. 어둡고 칙칙하더라도 가야 하는 길에 달빛이 있었습니다. 그 달빛에 몸을 의지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 영화는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례적인 사건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우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와 봉투가 잘못 전달되어 작품상에 <라라 랜드>가 호명되어 출연진이 수상소감을 거의 마칠 무렵에야 번복이 되어 작품상을 받게 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퀴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30대 흑인 감독 베리 젠킨스는 연민과 섬세한 감성으로 한 인간의 내면의 정체성을 끄집어 냈습니다. <문라이트>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8개부문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였고, 제74회 골든글로브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어 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하였습니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31. 17:32
드림걸즈(Dreamgirls,2006)

감독  빌 콘돈

드림걸즈 영화
 
모타운 레코드사는 '슈프림스'라는 여성 그룹을 배출한 회사이다.  백인들의 팝음악이 음반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흑인 특유의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을 가지고 주류 음악속으로 뛰어 들어 1960년대 최고의 모타운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를 탄생시킨다.
1981년에 제작된 뮤지컬 <드림걸즈>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한 쇼로 평가받았다.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여성 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화려하지만 냉혹한 쇼 비즈니스세계와 엔터테이너로 성장해 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 낸다.
이 흥행을 이어 받아 2006년  빌 콘돈 감독이 제작한  영화 <드림걸즈>로   리메이크 된다.
실제 모티브가 된 '슈프림스'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플로렌스 발라드와 다이애나 로스, 메리 윌슨 3인조로 구성된 멤버로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그들은 고등학교때 팀을 결성해 활동했다. 1961년에 본격 데뷔하여 1964년부터 1969년까지 12곡의  빌보드 차트 1위곡을 쏟아낸 60년대의 전설적인 흑인 여성 그룹으로 1977년 해체되었다.
제임스 썬더 얼리역 에디머피

영화 <드림걸즈>는 제이미 폭스와 에디 머피, 제니퍼 허드슨과  섹시한 외모와 압도적 가창력을 선보인 섹시 아이콘 비욘세가 출연한다.

영화 속 인물을 조금 살펴보자면,
첫번째 멤버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드림스의 메인보컬인 에피 화이트는 디나존스에게 메인 보컬을 자리를 빼앗기며 질투에 사로잡혀 내쳐지는 인물로 제니퍼 허드슨이 역을 소화한다.  난 여기에서 에피 화이트의 성량과 목소리 음색이 가장 좋았다. 비욘세의 존재까지 잠재울 수 있는 성량으로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두 번째 멤버는 뛰어난 미모와 부드러운 음색으로 에피 화이트 대신 드림스의 메인보컬을 맡게 된 디나 존스에는 비욘세 놀즈가 맡아 팀의 중심에 선다.
세번째 멤버는 발랄하고 유부남인 지미와 사랑에 빠진 로렐 로빈슨으로 애니카 노니 로즈가 맡는다. 그리고 드림스의 매니저로 브로드웨이 진출로 성공을 꿈꾸는 야망을 가진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 역에는 제이미 폭스가 맡아 열연한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R&B가수 제임스 썬더 얼리 (애칭 지미)역에는 에디 머피가 맡고, 에피의 남동생이자 드림스의 작곡가인 C.C화이트역에는 케이스 로빈슨가 맡는다.
미쉘 모리스는 에피 화이트 대신에 투입되는 멤버로 샤론 릴이 출연한다.
 
제이미 폭스와 드림걸즈

 

영화의 첫부분은 오디션 장면이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여성 보컬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로렐 로빈슨는 스타를 꿈꾸는 트리오로 실력과 재능,열정을 다 갖추었다.그녀들의 오디션 무대는 폭발적이었고, 관중 또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디션에 번번이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그녀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커디스 테일러 주니어(제이미 폭스)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R&B 스타 지미의 매니저로  그녀들에게 지미의 백업 코러스를 제안한다. 

그렇게 디나, 에피, 로렐과 작곡가인 에피의 남동생 C.C와 함께 커티스 사단에 들어가게 된다. 

C.C가 만든 곡으로 지미의 노래가 세상의 주목을 끌게 된다. 그러나 백인 팝가수가 그 노래를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 버린다. 비주류는 또 주류 사회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미와 백 코러스

커티스의 꿈은 디트로이트를 벗어나 백인들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커티스는 쇼비즈니스계의 성공을 꿈꾸는 야심찬 인물로 지미를 더 화려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세우기 위해 지미와 그녀들을 변모시켜가기 시작한다. 백코러스가 아닌 3인조 트리오 '드림스'와  지미를  따로 키워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인인 에피 화이트의 노래보다는 뛰어난  미모로 갖춘 디나 존스를 메인으로 내세운다. 에피는 반발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받아들인다. 노래하나로 쇼비즈니스 무대에 오르기엔 에피의 노래실력만으로는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 좀 가슴아프다.에피의 노래를 듣고 싶은 나로서는  말이다. 역시 예쁘고 봐야 하는 것인가? .

 

비욘세, 제니퍼 허드슨,애니카 노니 로즈

커티스는 화려한 조명과 쇼 퍼레이드로 시골소녀들을 섹시 디바로 탈바꿈시켜 브로드웨이의 무대에서 꿈을 이룬다.  확실히 비욘세의 외모가 빛을 발했다. 

커티스의 계획대로 성공을 이루지만 멤버들 간의 갈등은 깊어진다. 커티스의 초점은 노래가 아닌 디나의 외모를 중심으로 쇼적인 것에 화려함을 가미하여 에피의 소울적인 목소리를 다 묻어버린다. 

커티스는 에피에게 돈을 줄 테니 떠나라 하고 커티스의 아이를 임신한 에피는 사실을 숨기고 팀에서 나온다.  에피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동생 C.C. 화이트마저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 자리에 새로운 멤버 미셀 모리스(샤론 릴)를 대체해 버린다.

커티스와 에피 화이트역

커티스는 브로드웨이에서 지미와 드림걸즈를 성공의 무대에 올려놓고, 디나 존스과 결혼을 한다. 점점 소울이 있는 노래는 없어지고 화려한 쇼에만 치중되어 눈이 즐겁긴 했지만 귀는 처음 디트로이트에서 오디션 장면을 봤을 때만큼 전율이 느껴지지 않았다.

커티스는 이제 노래가 아닌 장사의 수단으로 대하고 있다. 점점 출세와 권력에 눈이 멀어가고 인간관계가 점점 사업관계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커티스와 디나는 부부보다 계약관계에 있는 소속 가수와 소속사 대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나 존스 공연

 

커티스의 독단적인 태도에 질린  작곡가 C.C는 그를 떠나 자신의 누나인 에피를 찾아가 화해를 청한다. 에피는 딸을 낳고 아직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고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C.C는 누나를 위해 One Night Only노래를 만들어 주고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커티스는 예전에 자신이 당했던 수법 그대로 One Night Only 노래를 훔쳐 디나의 이름으로 발표해 부르게 한다. 디나는 자신의 성공만큼 행복하지 않다.
 
점점 삭막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커티스에 의해 화려하게 꾸며지는 그저 성공의 도구라는 느낌이 들뿐이다. 디나 역시 자신이 부른  One Night Only 가 에피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된다.
 
디나가 마지막으로 녹음실에서 녹음한 Listen은 커티스 향한 디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펐다. 마치 야망에 자신의 삶이 사막과 같아진 커티스를 떠나 자신을 찾아가겠다는 디나의 부르짖음 같았다. 

디나는 커티스를 떠나고 팀도 해체하며 마지막 송별 무대를 가진다. 3명이 아닌 에피까지 4명으로 무대를 장식하게 된다. 그렇게 커티스의 야망에 갇혀버린 성공은 꿈마저 갉아먹고 서로의 마음을 병들게 했다.

진정한 꿈이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화려한 무대보다는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 이제는 어느정도  다가왔다.
녹음실 안에서 디나가 커티스에게 절절하게 부르던 'Listen'과 에피가 부른 노래 'Love You I Do'와 'One Night Only'는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심금을 자극한다.
드림걸즈의 탄생, 성장, 해체까지의 과정을 통해 흑인 여성 보컬 3인조가 커티스를 만나 출세하고 멤버들간의 갈등으로 멤버가 교체되고 끝내는 해체되는 이야기로 뮤지컬 영화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전율을 안겨 주었다.
노래, 연기,조명, 연출까지 모두 괜찮았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건 노래였다. 가장 가슴에 남는 곡은 에피가 멤버들과 연인에게서 버려질 때 부른 곡으로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이다.
개인별로 놓고 봤을때 다 노래를 잘한다. 하지만 워낙에 에피의 가창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들의 가창력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에피의 노래 실력과 비욘세의 외모가 많은 부분을 채워준 것도 사실이다. 비욘세가 이리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는지 새삼 감탄했다.
뮤지컬 영화의 지루함을 깨고 음악과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로 제대로 맛을 살린 영화이다.
치열한 경쟁구도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스타들의 꿈과 스타를 만들어 내는 엔터메인먼트의 비즈니스세계를,사회적 정치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던 60~70년대를 배경으로 만 가지고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없다는 현실적인 벽과 꿈이 성공과 만나기 위해 버려지는 갈증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1. 30. 18:27
러브 어페어(Love Affair1994)

감독  글렌 고든 카슨

러브 어페어 아네트 배닝과 워렌 비티

아네트 배닝을 떠올리면 단연 <러브 어페어>란 영화를 떠올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네트 배닝이 독보적으로 돋보였던 영화는 없었다.
내가 잉그리드 버그만 이후 두 번째로 커트머리가 이뻤던 배우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짧은 머리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감탄한 배우로 항상 내 뇌리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하고 <러브 어페어>의 아네트 배닝이 이미지화 되어 있다.

그렇게 내 안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이 많은 워렌 비티와 결혼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워렌 비티는 영화 속의 마이크 갬브릴처럼 플레이보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워낙 많은 여자들과의 스캔들이 기사화되기도 했으니, 당연 아네트 배닝이 워렌 비티와 결혼 사실을 믿기 싫었다.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 연인이 연기한 것이라 눈빛이 더욱 깊었던 것 같다. 현실을 잊고 영화속 주인공으로만 몰입하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선과 감정만 따라가면서 말이다.

 
비행기안에서 만난 마이크 갬브릴(워렌 비티)과 테리 맥케이(아네트 베닝)
마이크 갬브릴은 유명한 플레이보이다.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비행기 안에서 미모의 테리 맥케이라는 여인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마이크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는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로 출신토크 쇼 진행자인 방송계의 거목 린 위버와 약혼을 발표해 연예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리 역시 자상한 사업가인 약혼자가 있는 상태이다.
감정은 순간 순간 자신의 상황을 컨트롤 못하고 사고를 불러온다.  서로의 약혼자가 있는 그들의 앞에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리는 것은 엄연한 이성을 마비시키는 통제불능의 사고를 가져온다.

 

거기다 그 둘을 이어주기 위한 신의 선물인건지 현실적인 사건이 생긴다.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갑자기 엔진 고장으로 작은 산호섬에 비상착륙하게 된다.

그들은 근해에 있던 러시안 여객선으로 갈아 타고 타히티로 향하게 된다. 그들은 배 안에서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마이크 갬브릴의 시선은 아예 테리 맥케이의 모든 행동에 향해 있다.

"저는 당신 행동을 보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 

테리 역시 그에게 끌리면서도 약혼자가 있는 현실을 직시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 역시 마이크에게 신경 쓰이는지 자꾸 의식하게 된다. (저리 대놓고 쳐다보는 데 신경 안 쓸 수가 있나?)

자제하려고 애쓰는 테리의 모습과 어떻게든 그녀와 같이 있기 위한 마이크의 적극적인 공세로 둘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여자인 테리는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을 거라고 거리를 두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이성적이라 믿는 나의 편견을 보탠다.

 

마이크는 배가 잠시 정박할 곳에 숙모가 살고 있어 잠시 같이 다녀오자고 한다. 그렇게 둘은 지니숙모를 향해 여정을 떠난다.
지니숙모에게 가는 여정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집도 이쁘고 주변 풍경도 와우 예술이었다. 이 영화에게 배경으로 혼을 쏙 빼놓은 장면이며, 그녀가 입은 하얀 원피스와  풍경이 만들어 내는 조합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만약 <러브 어폐어>란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라면 숙모에게 가는 동안의 펼쳐진 풍경을 기억할 것이고, 아네트 배닝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이 때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아네트 배닝을 뇌리에 담았을 것이다.
여자인 내게도 너무 멋지고 세련되고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정말 아네트 배닝만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를 보는 내내 빠져들었다. 

 

마이크 숙모는 86세의 노모였다. 숙모는 테리를 약혼자로 착각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약혼 발표나고 데리고 온 여자인데 당연 그리 오해하지 않겠는가?
친구라고 소개하고 테리와 단둘이 있게 된 숙모는 그녀에게 "행복해?"라고 묻는다.
나중에 영화가 끝나고 느낀 것이지만 숙모는 아마 테리가 자신의 조카의 짝이 될 거라 감으로 알았던 것 같다.
테리는 "원하던 걸 가졌으니 그래야죠." 라고 답한다. 만약 테리가 지금의 약혼자를 사랑했다면 그냥 "네"라고 대답하면 될 것을 저렇게 말한 것은 왠지 내게는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들리는 듯 했다.
아마 숙모도 내 맘과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인생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라 지속해서 그것을 원하느냐야."라고 말한다.

 

오래 산 사람들의 조언은 삶을 살아내면서 터득한 알맹이 있는 언어라는 걸 안다. 인생은 짧은 게 아니니까 길게 살아 낸 사람들의 눈은 많은 걸 보고 인지한다고 여긴다. 그런 숙모의 눈에 마이크가 데리고 온 테리는 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이크는 자기가 백조인걸 모르고 추한 오리로 살고 있어. 자신이 오리인 줄 알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겠지. 백조를 만날때까지"  플레이보이로 살고있는 조카 마이크를 오리로 빗대고 있고,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면 백조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아마 그 제대로 된 상대가 테리를 맘에 두고 하는 말로 들렸다.

어쩌면 마이크보다 숙모로 인해 테리의 마음이 열린 것이라고 본다. 마이크의 작전이었다면 아주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테리가 현실로 인해 자신을 자제하려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림같은 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배에 오른 테리와 마이크는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3일동안의 여정으로 인해 오리가 백조를 만난 것이다.
짝있는 그들에게 불의의 사고였다. 하지만 사랑의 전환점이 되었다. 진정한 삶과 사랑으로 자신들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각자의 약혼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비행기에 오른 그들은 비행기안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것은 서로라는 걸 깨닫는다. 
마이크는 지금까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느라 잊은 게 너무 많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다. 숙모의 말처럼 오리인 줄 알고 오리로 산 것이다. 하지만 지금 테리를 사랑하는 자신은 백조인 것이다.
그래서  모험을 하자고 테리에게 말한다. 모든 일이 정리할 때까지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5월 8일 5시 2분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나자고 한다. 한 쪽이 안 나타나더라도 깨끗이 돌아서자고, 나오지 않더라고 서로 연락하지 않기로 서로 동의하고 꼭 나가겠다고 하고 헤어진다.

 

마이크는 린과의 약혼을 깨고 일도 정리한다. 그로 인해 그가 누리고 있던 경제적인 것들이 무너지는 데에도 그는 행복하다. 힐스브로 주립대학 풋볼 코치자리를 맡고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으로 그녀에게 가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간다.
그녀 역시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하며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5월 8일이 되어 직접 그린 그림을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들고 온 마이크는 한없이 들뜬 얼굴로 전망대 위에 오른다. 
테리는 택시를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크 빌딩을 향하는데 그날따라 교통이 너무 혼잡해 택시안에서 초조해 한다. 
테리는  택시에서 내려 빌딩을 올려다보다 그만 교통사고가 난다.  이를 알지 못하는 마이크는 폭우가 내리는 전망대 위에서 한없이 기다린다.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실망한 그는 그림을 레스토랑 직원에게 가지라고 주고 나온다. 

역시 신은 오리를 백조로 만드는데 시련을 가미시키는구나. 

테리는 자신이 사고난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 자신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만나지 않기로 한다. 또 하나의 사건으로 그들의 사랑은  어긋나고 시간은 흘러간다. 테리는 휠체어를 타고 있고, 마이크 역시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재즈 공연장에서 둘은 우연히 마주친다. 마이크는 공연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테리가 약혼자였던 그 남자와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라앉아 있던 감정들이 마이크를 에워 싼다. 테리에 대한 감정으로 다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방황하다 전화번호부에 적힌 테리 주소를 보고 테리를  찾아가게 된다. 
그녀를 향한 갈증은 그녀를 보는 순간 여러가지 형태로 나와 가장자리를 건들고만 있다. 서로가 '네가 보고 싶었다.' '왜 안나왔냐'라는 직접적인 언어는 다 숨어버리고 거짓말로 자존심인지 모를 언어들을 툭툭 쳐내고 있다.  
마이크는 약속장소에 안 나가 사과하러 왔다고 하고, 테리는 약속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는등 숨은 마음을 찾기라도 하듯 숨겨대고 꾸며대고 있다. 
쇼파에 담요를 걸치고 일어나지 않는 그녀는 자신의 사고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 마이크는 "어젯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멀리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다."라 말한다.
그녀의 손에 반지가 없는 걸 확인 한 테리는 그녀가 약혼자와 결혼하지 않은 것을 알고  꼼짝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애 머뭇거리며 사실을 말한다. 
"왜 나오지 않았냐?"고 원망스레 묻지만  그녀는 슬픔을 애써 감춘 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사고를 숨기고만 있다.  마이크는 숙모가 62년동안이나  걸치고 있던 플로네시아 공주 문양의 스카프를 ."당신이 가지길 원하셨지." 하면서 건넨다. 그녀는 스카프를 걸치고 끝내 쇼파에 앉아 있다.
그는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며 "그걸 걸친 그림을 그렸지.호텔에 그림을 줬는데 레스트랑에 걸어 놓는다더군. 어떤 숙녀분이 맘에 들어 사겠다고 고집한다길래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면 그냥 주라고 했지. 직원 말이 그녀는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데다 그 여자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말을 멈추고 그는 거실을 둘러보다 방문을 열어 본다.
그리고 벽에 걸린 자신의 그림을 보게 된다.  자신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여자가 테리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가 휠체어에 타고 있다는 말을 듣었던 것인지 단번에 그녀가 쇼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인걸 알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면 왜 내가 아니냐?"라며 그녀를 끌어안는다. 
누구나 '러브 어페어'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장면이다. 최고의 장면이다. 마이크가 그림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 그림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숙모가 스카프를 주지 않았더라면 많은 만약에 ....만약에 하면서 이들의 운명이 또 어긋났을 것이다.
 
더욱이 워렌 비티와 아네트 배닝은 실제 부부이다. 1937년생인 워렌 비티가 1992년생인 아네트 배닝과 결혼했다는 사실이다.
1991년 벅시라는 영화로 아네트 배닝을 만나 한눈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1992년에 아네트 배닝과 결혼을 한다. 
1939년에 만들어진 '러브 어페어'란 영화가 1957년에 다시 리메이크 되고, 또 1994년에 워렌비티와 아네트 배닝의 출연으로 3번째 리메이크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29. 22:14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 

1988년생 스웨덴 국적의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그녀는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7세의 어린 나이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스웨덴 국적의 아카데미 수상은 41년전 1975년 잉그리드 버그만 수상 이후 두번째이며 그녀는<대니쉬 걸>이란 작품에서 게르다 베이너역을 훌륭히 소화해냄으로서 여배우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다.

비칸데르는 어릴 적부터 발레를 전공했으나 부상으로 인해 발레를 그만두고 연기자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오디션에 번번히 실패하던 그녀가 좌절하고 연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할 무렵, 그녀에게 들어온 작품 <퓨어>는 여배우로서의 길을 다시 걷게 해준다. 그녀에게 손 내밀어준 사람은  여성 감독인 리자 랑세트 였다. 리자 랑세트 감독의 데뷔작이며 비칸데르의장편 영화 데뷔작이 된 <퓨어>는 신인여성감독과 신인 여배우의 만남으로  2010년에 스웨덴에세 개봉되어 그해 각종 영화상을 수상했다. <퓨어>의 여주인공 카타리아 역에 캐스팅되면서 리자 랑세트와 비칸데르의 인연은 2010년 <퓨어>를 시작으로 2013년<호텔>,2017년 <유포리아>의 작품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퓨어

 

2012년 덴마크 영화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로얄 어페어>에 캐롤라인 왕비역에 캐스팅되면서 그녀는 덴마크어를 두달만에 습득하여 캐롤라인 왕비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면서 여배우로서 인지도를 넓게 가게 된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및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선정되었고 ,비칸데르는 덴마크의 로버트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로얄 어페어

 

2012년 영국 영화계로 진출하여 조라이트 감독의<안나 카레니나>의 키티역에 비칸데르가 캐스팅 된다. 덴마크어에 이어 영어 연기에 도전한 비칸데르는 키티역을 연기한다. 2013년 아카데미 수상작이면서 타임지 선정 그 해 최고의 영화라 극찬 받은 작품으로 쟁쟁한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로과 같이 출연한 영화였다.

안나카레니나

 

2014년 BBC제작 제임스 켄트 감독의 <청춘의 증언>으로 여주인공 베라 브리튼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겨주며  영국 독립 영화상 BIFA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다.실존 인물 베라 브리튼이 남긴 전쟁 회고록인 <청춘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청춘의 꿈과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아픔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청춘들의 메시지를 담아내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청춘의 증언

 

2015년 SF영화로 알렉스 가랜드감독의 <엑스 마키나>에서 로봇 에이바역을 맡게 된다. 매혹적인 AI '에이바'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여 2015년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여배우로 주목받게 된다.

엑스 마키나

 

2016년영화 제이스 본 시리즈의 후속작인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제이슨 본>에 출연한다. 맷데이먼과 폴 그린 그래스 감독과 사상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본>시리즈의 오리지널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대거 합류하여  완벽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그 작품에 '헤더 리'역에 그녀가 캐스팅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도 진출하게 된다.

제이슨 본

 

2015년 톰 후퍼감독의 <대니쉬 걸>에 게르다 베게너역을 맡으면서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덴마크 풍경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역인 '에디 레드메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아내 게르다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여배우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왕성한 활동으로  2015년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LA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2016년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하였다.

대니쉬 걸

 

2016년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작품 <파도가 지나간 자리>로 마이클 패스벤더와 부부로 연기하며 실제 연인으로 이어지게 되는 작품이다. 전쟁의 상처를 안은 '톰'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아내 이자벨역을 맡아 좀더 성숙한 아내와 엄마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

 

2017년  저스틴 채드윅 감독의 <튤립 피버>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인 '소피아' 역을 맡아 17세기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거상인 코르넬리스와 초상화 화가 얀과 그리고 소피아의 치명적인 로맨스를 그려낸다. 과감한 러브씬을 열연한 비칸데르의 뜨겁고 치명적인 사랑과 위험한 거짓을 그린 클래식 로맨스이다.

튤립 피버

 

 

2018년 로아 우타우 감독의 <툼 레이더>에서 라라 크로포트 역을 맡아 여전사로 깨어난다.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모습인 여전사로 전설의 섬에 있는 '죽음의 신'의 무덤을 찾아  위험한 모험과 활약을 보여준다.

툼 레이더

 

발레리나 출신답게 신체 언어가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왕성하고 다양한 역으로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2017년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아일랜드 배우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결혼을 함으로서 품절녀가 된다.

앞으로도 그녀의 활약을 기대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28. 18:00
글루미썬데이(Gloomy Sunday 1999)

감독 : 롤프 슈벨

영화 글루미 썬데이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어렸다. 사랑에 대한 깊이도 없었다. 유대인과 나치에 대한 관점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고, 세명의 남자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특히 여주인공 일로나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영화를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습득하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이루어지 않는 사랑의 형태가 외국에서는 아니 헝가리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문화적 차이로만 배타적으로 받아들인 영화이다.

그저 내게 이 영화는 자살곡으로 알려진 글루미 선데이란 곡만 기억하게 하는 영화이다. 왠지 글루미 선데이 노래를 틀어놓고  세 주인공을 바라보면 다 하나같이 슬퍼 보였다.

이 영화를 오늘로서 세번째 접하고 있다. 내가 좀 더 세상의 물결을 타고 나이를 먹었고, 사랑의 깊이를 좀 더 팠고, 홀로코스트 영화를 선호하게 됨에 따라 이 여자 주인공 일로나와 자보와 안드라스를 좀 더 다른 각도로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독일인 사업가 빅크 한스가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찾는다. 6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식당은 그 자리에 있었고, 간판 이름도 그대로이다.

전에 먹던 비프 롤이 그리웠던 그는 아내와 같이 이곳에 왔다. 비프 롤을 주문하고 노래 한 곡을 신청한다. 그리고 연주되는 아름답고 슬픈 선율과 눈에 들어오는 여인의 사진한 장, 한스의 표정으로 이 곳이  추억에 깃든 장소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일어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쓰러진다.

일로나, 자보,안드라스
60년전 다정한 남자 자보(요아킴 크롤)와 그의 연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가 운영하는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 레스토랑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있고, 그 피아노를 연주하는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안드라스는 좀 우울하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인상이다. 
일로나의 생일날, 그녀에게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선물로 연주해 준다. 
노래는 아름다우면서도 선율이 굉장히 슬펐다. 예전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 검색 했더니 나온 노래가 바로 이 곡이었다. 
그리고 일로나에 반해 식당에 매일같이 와서 비프 롤을 시키는 독일 남자 한스, 그는 일로나에게 자신도 오늘 생일이라고 하며 그녀 사진을 한 장 찍어 준다.
네 사람은 식당을 마치고 나란히 길을 걸어 나간다. 한스는 일로나에게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일로나는 거절한다. 
안드라스, 자보, 한스는 일로나에게 빠져 있다. 일로나가 매혹적이긴 하다. 뭔가 사람을 흡입하는 눈빛과 묘한 매력이 있다. 자보는 일로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일로나는 안드라스를 선택한다.
일로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보와 한스는 강물을 지켜보며 안드라스가 연주한 '글루미 선데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이상한 노래야. 마치 듣고 싶지 않은 얘길 해주는 것 같다."라고 한스가  말하자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게 진실이라고 하죠."라 자보가 말한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지금 한스나 자보에게 일로나의 마음일 거란 생각이 든다.
한스는 글루미 선데이를 흥얼거리며 다리를 건너 가더니 강물에 뛰어 내리고 만다. 풍덩소리에 놀란 자보가 물에 빠진 한스를 구해낸다.  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말하며 자신을 구해 준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하며 독일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우울한 일요일
안드라스와 일로나가 사랑하자 일로나를 사랑하는 자보는 "일로나를 완전히 잃느니 한 부분이라도 가지겠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해하기도 힘들었지만 또 자보의 저 심정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일로나가 안드라스를 좋아하게 되는 것을 알고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해 준 것이고, 누구나 모두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4년동안 일로나와 지내오면서 인간은 그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엇인가를 계속 채우려는 갈망을 가지고 있고, 그건 인간의 무한한 욕구와 같다. 그걸 억지로 나만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구나.'그는 너무 넓은 아량과 따뜻한 배려와 깊은 사랑을 가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반쪽이라도 갖기를 원했고, 일로나는 두 남자를 사랑하기로 한다.  한 여자를 남자 둘이서 나누어 갖는다?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과연 이게 가능할까? 서로 질투로 상처만 남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은 세명이서 사랑 이상의 우정과 협력을 보여 주었다. 

안드라스가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는 라디오를 통해 헝가리에 울려 퍼진다. 음반으로 발매한 '글루미 썬데이'는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음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답고 슬픈 선율이 연이은 자살사건으로 이어진다. 이 신비하고 소름끼치는 선율은 지난 8주간 헝가리에서만 157명의 자살을 낳고,유럽대륙은 물론 세계에  울려 퍼져 죽음으로 인도하는 노래가 되었지만 작곡가에게 부를 안겨주었다.그러나 안드라스는 괴로워한다.
 
Gloomy Sunday
사랑에도 파열음이 생기고 삶에도 균열이 오는 계기가 그들에게도 다가온다. 부다페스트가 나치에 점령당하고 일로나를 사랑했던 독일 남자 한스가 독일군 대령이 되어 나타나면서부터다.

대령이 된 한스는 예전의 한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자보를 대한다. 레스토랑에 독일군과 식사로 하러 온 한스는 안드라스에게 '글루미 선데이'를 연주하라고 한다.
하지만  한스에게 반감을 가진 안드라스가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자 위기감을 느낀 일로나가 글루미 선데이 악보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안드라스가 그녀의 목소리에 피아노를 연주를 얹는다.
아마 이 영화중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다. 가사가 더해진 노래와 곡의 선율, 그리고 일로나의 음색까지 더해져 노래는 정말 슬프고 아름다웠다. 숨막히는 분위기였다.
레스토랑안은 숨소리하나 나지 않고 오로지 일로나의 목소리와 그 위에 얻어진 피아노 선율만이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듯 했다. 
노래를 마친 일로나가 주방 안으로 들어와 숨을 돌리고 있는 순간 총소리가 들렸다. 놀라 뛰어나가보니 안드라스가 한스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을 한 것이다.결국 노래를 만든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를 연주하고 자살을 한 것이다.

 

자보가 안드라스의 장례식을 치르고 글루미선데이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을 가져올까 한다. "상처를 받고 모욕을 당해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가지고 최대한 견디는 것이다.
더는 못 견딜 상황이 오면 차라리 세상을 떠나는 게 나아 떠나는거야. 존엄성을 가지고." 그는 질투로 자신과 일로나의 사랑을 지키는데 바닥을 드러내 보였다.자살을 부르는 작곡가로서 최대한 견디고 있었다.
글루미 선데이를 일로나의 목소리를 통해 불리어 질 때 그의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그는 일로나의 사랑에 상처 받고 최대한 견디고 있었으나 한스로 인해 모욕당하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바닥나게 할 바에야 존엄성을 가지고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루미 선데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곡이었다.
 
한스는 사업가이다. 독일군 대령으로서라기보다 사업가로서 이 전쟁을 이용하여 돈을 벌 생각을 계획중이었던 것이다. 유태인을 돈을 받고 스위스로 빼주는 것이었다. 
거리에 최소한 50만명이 유태인이 있는데, 독일군은 헝가리에 있는 유태인을 다 학살하려고 한다. 한 사람당 천달러를 요구하며 유태인들을 빼내려면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한다.
그는 그 유태인들에게 받은 현금과 귀금속들을 관속에 넣어 운반했다. 오직 사익만을 위해 자신의 조국인 독일도 속이고 유태인들도 속이는 비열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일로나와 자보는 믿었다. 자신들이라도 도울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재물을 건네며 헝가리를 벗어 나갈 수 있게 해 준 한스에게 고마움을 가졌다. 
 
자보가 독일군에게 잡혀가자 일로나는 한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간다.  한스는 자신에게 도와 달라고 온 일로나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자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한스밖에 없고 그의 요구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일로나였다.
 한스는 기차역으로  자보를 빼내려 간다. 하지만  정작 눈 앞에 있는 자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간다. 자보를  구할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구하지 않는다.
한스가 강물에 빠졌을 때 구하지 않았어야 했다. 전쟁 후에 자길 도울만한 사람들만 구한 것이다. 계획적이었다. 
더 분노할 일은  한스가 2차대전 당시 천명의 부다페스트 유태인을 구한 영웅처럼 알려진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종전 후 독일에서 가장 큰 수출입 회사를 세웠다.
자신의 한 짓을 조금이라도 가책을 느낀다면 어떻게 이 식당을  추억을 되새기려고 비프롤을 먹으러 올 수 있으며, 자신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한 안드라스의 곡을 좋아하는 곡이라며 신청할 수 있으며, 80회 생일에 아내와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고 이 식당에 올 수 있는 것일까? 
 

안드라스의 무덤에 간 일로나는  배가 불러있었다. 도대체 누구의 아이인가? 그렇게 60년이 지나 그 식당은 일로나에 의해 계속 운영되어 왔고, 그 배속의 아이가 60살이 되어 그 식당 지배인으로 그 독일대령이었던 한스 부부를 자리를 안내하고 음식을 내온다. 

지배인인 아들이 설거지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 생일 축하해요.'라고 할 때 전율이 흘러 내렸다. 같은 날 생일이었던 일로나였다.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가지고 최대한 견뎌서 한스에게 전해준 것이다.  
이상하게 세명의 러브스토리에서 이게 뭐지, 너무 비현실적이라 여겼다. 
자보와 안드라스는 "당신은 두 남자를 가졌잖아. 우린 반쪽씩만 가지고 말야. 우리가 고통스러운 게 누구탓인데! "자보도 안드라스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일로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을 .....
우울한 일요일은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가 1933년에 발표한 곡으로 많은 자살을 불러 일으킨 노래로 유명하다.헝가리 정부에서 이 노래를 금지시켰다. 작곡자 역시 68년도에 자살했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26. 22:30

영화 달링

 감독 앤디 서키스
 

 

일단 로빈(앤드류 가필드)의 삶에 몰입해 보려고 한다.
다이애나(클레어 포이)에게 한 눈에 반한 로빈과 '아 이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다이애나는 서로에게 마법처럼 끌려 결혼을 한다. 
앤드류 가필드와 클레어 포이

로빈은 사업을 하러 케냐까지  다이애나를 동행하며 달콤한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신은 장난꾸러기가 맞는가 보다. 
갑자기 로빈이 폴리어 바이러스로 인해 전신이 마비된다. 목에 구멍을 뚫어 호흡기를 집어넣고 기계에 의해 숨을 쉬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앞에 만삭이 된 다이애나는 일단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남편을 케냐병원에서 영국으로 데리고 간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저렇게 호흡기에 의존해 숨만 쉴 뿐 전신마비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이렇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환자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처지를 의식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로빈은 우울증까지 겹쳐 다이애나의 면회도 거부한다. 
그러나 남편을 포기할 수 없었던 다이애나는 계속 남편 곁으로 다가가 삶의 의욕을 부추기나 그는 죽게 해 달라고만 한다.  
다이애나와 로빈
로빈의 감정으로 들어가면 나는 그 마음을 온전히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인간답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이렇게 시체처럼 눈만 뜨고 사는 게 어찌 사는 거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아이를 안아 볼 수도 없는 이런 아빠로 사느니 없는 게 낫고, 젊은 다이애나가 새 출발할 수 있게 보내는 게 맞는 것이다.
짐만 될 것이다. 불행할 것이다. 죽는 게 낫다고 나 역시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그냥 죽게 해 달라는 소리였다. 
다이애나는 로빈에게  자신이 제일 힘든 것은 당신이 죽고 싶다고 말을 하는 것이라 했다. 자신이 "정말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말이다. 
로빈은 일단 자신을 병원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경하게 막는다. 호흡기없이 살 수 없고, 만약에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면 2분안에 죽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로빈과 아들 조나단
다이애나는 간호사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로빈을 병원으로부터  빼내 집으로 옮긴다. 집에 호흡기를 설치하고 어린 아들과 아내 다이애나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점점 삶을 찾아간다.
로빈은 침대에서만 생활하다 우연히 아들이 끄는 유모차를 보고 친구 테디 홀에게  인공호흡기가 달린 휠체어를 제작해 달라고 한다. 
아마 이것은 그 당시 혁신적인 기구였다. 중증 장애인도 병원을 나와 생활할 수 있게  삶의 활력을 주는 발명품인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를 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의 말을 시작으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경험하며 다닌다. 
휠체어를 탄 로빈과 친구들

 

오로지 아내와 아들때문에 살기로 했던 삶이 아내의 배려와 사랑으로 그는 불가능한 것 같은 삶을 아주 길게 살아냄은 물론이고, 병원에서 꼼짝없이 갇혀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자선기금을 모으고 휠체어를 제작하여 자신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봉사한다. 
그러나 로빈은 너무 오랜 세월 호흡기를 끼고 살아서 염증이 생겨 피가 나고, 점점  고통스러워진다. 
침대에서 고통스럽게 피를 흘리고 있는 로빈의 모습에  놀란 아들의 표정에 로빈은" 괜찮아 괜찮아로" 말로 다독이지만 겁먹은 아들의 표정앞에 오히려 로빈이 더 걱정이 되었다.

 

가족

 

로빈과 다이애나, 그리고 아들 조나단 세명이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로빈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한다. 아내를 위해 살아보려고 했던 삶이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아내와 아들로 인해, 즉  상대로 인한 행복이었다. 그게 작다는 건 아니다. 절대적인 자신만의 행복일 수는 없다.  로빈은 케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포로로 끌려온 사람들이 감옥 같은데 갇혔다. 그러자 리더격인 사람이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죽음을 허락한다고 말을 했고, 아침이 되어 보니 모두 죽어있었다. 
영화초반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왜 살지 않았을까, 왜 죽었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로빈이 그 말을 꺼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목숨만 부지한 채 포로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을 택했던 그들의 선택이, 그리고 지금 죽음을 선택하려는 로빈의 마음도 말이다. 
다이애나는 흥분하지만 받아들인다. 로빈과 함께 한 삶이 자신의 삶이었기에 로빈의 결정이 아프고 힘들지만 아내나 친구나 아들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해 선택하는 죽음이라면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이 그 선택을 하는 것이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상대적인 행복이 아닌 절대적인 행복을 위해 선택한 죽음이라면  말이다.

 

달링

 

"당신의 삶이 내 삶이야..내 사랑 나의 삶"이라고 말하는 로빈의 모습이 죽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다이애나도 "미투"라 말하며 마지막 작별을 한다.
난 로빈이 상대적 행복으로 삶을 선택했고 절대적인 행복으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같은 중증환자들에게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 주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친구의 말처럼 로빈이 불행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힘을 얻어간 것이다.
 
로빈 캐번디시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후천성 전신마비환자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과 같은 중증환자들을 위해 봉사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20대 후반에 목 아래로는  마비가 되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삶을 살아야 할 운명이었음에도 다이애나의 사랑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다간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의 아들 조나단 캐번디시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러브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달링의 원제포스터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 영화를 가져오면서 달라지는 제목 때문이다. 어쩜 이 영화는 다이애나와의 사랑이야기보다는 로빈이 전신마비로 살아낸 삶에 더 비중을 둔 영화라고 본다.
그런데 달링이란 제목은 왠지 로맨스물로 착각하게 만든다. 포스터도 그렇구. 달달한 로맨스물처럼 유인하여 낚시질 당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물론 다이애나의 사랑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는 건 알겠지만 굳이 제목을 <달링>이라고 지어야 하는 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본 <내사랑>이란 영화도 그랬다.  하지만 사랑이야기라기 보단 장애를 가진 여류화가의 전기적인 스토리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영화가 먹히지 않나? 왜 자꾸 로맨스물로 둔감시키는 걸까? 포스터나 제목에 좀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게 선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26. 16:35

 Goodbye My Friend


감독 피터 호튼 (peter Horton)

영화리뷰 Goodbye My Friend

두 번이나 봤고 스토리도 다 알고 또다시 보면 안 울게 될 거라 장담했는데 어김없이 똑같은 장면에서 또 슬펐고, 또 울게 되었다. 이 어린 11살짜리 꼬마들이 왜 이렇게 우리를 울리는 걸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아이들이, 어른들의 마음에 독이 퍼져 있는 걸 어찌 알고 이렇게 슬프게 할까?

진짜 뜨거운 우정에 정말 많이 울었다. 애들이 나온 영화라 유치할 것이라고 생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영화는 감동의 눈물을 남겼다.

# 덱스터와 에릭의 만남 

옆 집에 에이즈에 걸린 소년이 산다. 나이는 열 한살, 또래 아이들보다 10cm 정도 작아보이는 덱스터(조셉 마젤로)는 아기때 수혈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 아직 치료약을 발견하지 못했다.
에릭(브래드 렌프로)은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다. 부동산업을 하는 엄마는 밤에 편의점에서 일하느라 거의 20시간이 넘는 근무로 바쁘고, 늘 지쳐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에릭과 일하러 나가는 간 사이 혼자 있어야 하는 덱스터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병은 공기중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덱스터는 담장을 넘어 에릭과 시간을 보내고, 점차 가까워지면서 덱스터의 저녁초대자리에도 앉게 된다.
덱스터의 엄마로 나온 린다(아나벨라 시오라)는 혼자 있는 아들에게 친구가 생긴 게 좋았다. 에이즈라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혼자 외롭게 노는 아들이 안쓰러웠던 린다는 최선을 다해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주 좋은 엄마였다.
아들이 혼자 세상과 떨어져 있는 게 엄마로서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런 아들에게 또래의 친구 에릭이 생긴 것은 엄마로서 반가운 일일테지만, 에릭의 엄마로서는 자신의 아들이 옆집 덱스터와 노는 걸 꺼리고 어울리지 말라고 한다. 안전거리를 지키라는 말까지 한다. 에릭은 엄마가 늦게까지 일하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들을 엄마 몰래 덱스터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에릭은 영화에서 치료약을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자기가 다 아는 약재라고 말하는 영화주인공의 말이 떠올라 치료약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숲으로 가 나뭇잎을 따서 끓여 마시게 한다. 어쩌면 흔히 주위에 있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잎이나 꽃을 끓여 마시다 결국 덱스터에게 문제가 생기고 만다. 독이 든 잎이었던 것이다. 
 
Brad Renfro와 Joseph Mazzello

 

에릭과 덱스터는 마트에서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
내용은 뉴올리언즈 한 박사가 에이즈 치료약 발견했다는 내용인데 의약청에서 승인을 거부했다는 기사였다.
엄마에게 말했지만 승인이 안 난거라 효과가 있다면 담당의사선생님이 말했을 것이라 했다.
결국 에릭은 덱스터를 데리고 뉴올리언즈에 박사를 만나 치료약을 받아오자고 제안하고 그들은 엄마 몰래 뗏목을 타고 강을 따라 뉴올리언즈를 향한 모험을 시작한다.
전재산을 털어 뉴올리언즈까지 태워다주는 배에 올라타지만 급한 것 없는 배주인들은 유유자적 배를 정박하고 파티를 한다. 텐트를 치고 자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텐트에서 땀으로 옷과 침낭이 다 젖은 채 덱스터가 깨어난다. 
덱스터는 "잠에서 깼을 때 깜깜한 게 너무 무섭다. 홀로 남겨진 채 영원히 못 돌아 올것 같아."라 말한다.
에릭은 그런 덱스터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건네며 "자는 동안 이걸 꼭 붙잡고 있어. 만약 네가 잠에서 깼는데  무섭거든 이렇게 생각해봐. 대체 내가 왜 에릭의 냄새나는 운동화를 잡고 있지? 에릭은 바로 내 곁에 있어." 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덱스터는 에릭의 운동화를 품에 안고 잠이 든다.
참 어른스럽고 따뜻하고 배려깊은 에릭에게 마치 내가 덱스터의 엄마가 된 것처럼 너무 감사하고 따뜻했다. 
덱스터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두렵거나 우울한 아이가 아니였다. 에릭 역시 치료약만 찾으면 된다고 여기고 있다.
에릭은 그 누구보다 따스하고 인간적이고 사려깊은 아이이다. 어른 백명을 갖다대도 이 아이의 우정만큼 깊을 수 있을까?
굿바이 마이 프랜드

 
뉴올리언즈에 가기도 전에 덱스터는 몸이 안 좋아지고 열이 나자, 끝내 에릭은 되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덱스터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덱스터를 만나러 온 에릭을 엄마는 차마 돌려보내지 못하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
병원에서 에릭은 간호사를 상대로 장난을 친다. 덱스터는 죽은 척 하고 에릭은 연기하며 자신의 친구가 숨을 안 쉰다고 말이다.
그러자 간호사는 가짜로 슬퍼하는 에릭을 위해 '각오했던 일이지 않니?'란 말로 덱스터가 죽는다는 걸 인지하게 해준다.
그 장난에 재미를 붙인 둘은 또 장난을 치기로 하고 망을 보던 에릭은 나이든 의사가 다가오는 걸 보고 연기했다.
그리고 그 의사가 들어가 청진기를 갖다댔는데 으악하고 장난쳐야 하는 덱스터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이상하게 여기고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들어가고 의사는 "유감입니다."를 말을 건넨다. 진짜 떠났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덱스터 옆에 가만히 앉아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린다의 억눌린 슬픔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난 여기서부터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에릭을 집까지 바래다 주면서 끝내 그녀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억눌렸던 슬픔을 쏟아낸다. 아들의 앞에서 울지 않는 그녀의 마음앞에 고개숙였다.
에릭은 미안하다고 한다. "치료약을 찾는데 더 노력해야 했다."라고 말이다. 린다는 아니 충분했다고 말한다.
"덱스터의 삶은 슬픔과 고독뿐이었는데 네가 그걸 사라지게 해줬어. 너 같은 친구가 있어줘서 덱스터는 행복해 했어"라며 안아준다.
 
영화속 린다역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릭의 엄마가 에릭을 차안에서 끌어내리고는 때렸다. 그러자 린다는 에릭의 엄마에게 잠시 둘만 얘기하자고 하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린다는 에릭의 엄마의 멱살을 움켜쥐며 두가지만 말하겠다고 감정을 억누르며 강력하게 말한다.
"첫 째는 오늘 에릭의 친구가 죽었어요. 그래서 에릭의 친구 장례식장에 가야 해요. 그리고 두 번째 한 번만 더 에릭에게 손 대면 가만 두지 않겠어요." 슬픔을 억누르고 참아 보려고 하지만 슬픔은 사이사이를 삐져나와 그녀의 몸을 들썩 거리게 한다.
그 절제가 사람을 얼마나 더 슬프게 만드는지 알고 있는 나다. 차라리 울어! 차라리 내장까지 다 긁어내서 울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자식이 수혈로 인해 에이즈가 감염되어 철처히 외롭게 지내야만 했던 세월앞에서 그녀가 혼자 얼마나 아퍼했을지, 에이즈에 걸린 아들을 병균처럼 비난하는 세상속에서 아들을 향해 웃어주며 엄마로 또 얼마나 아펐을지, 치료약이 없어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이 또 얼마나 아펐을지, 누가 그 슬픔의 깊이를 알수 있다 하겠는가?
슬픔도 빼내지 않으면 곪는다는 걸 나는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식을 잃은 사람은 맘대로 울 자격도 없다는 사람의 말이 기억나서 나는 여기서 더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정지화면을 눌렀다.
'무슨 염치로 우냐구? 무슨 자격으로 우냐구, 평생 저 모습을 못 잊을텐데,평생 자식보다 오래 산 죄를 안고 살아야 할텐데,어찌 슬픔을 눈물로 내 보낼 수 있냐고, 가슴에 담고 살란다. 미안해서라도'
린다의 저 표정이 저 짓눌림이 내게는 그 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몇 년을 텅 빈 채 살아 계셨다.
텅 비어있는 사람의 모습을 첨으로 보았다. 그렇게 담담하던 분이 매 순간 매순간 영혼을 어디다 갖다 바치고 몸둥아리만 움직였다. 
후회했다. 다시 이영화를 끄집어 낸 걸,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재생버튼을 눌렀다. 덱스터의 시신앞에 린다와 에릭이 있다. 검정 정장을 한 에릭은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린다는 덱스터의 삶을 외롭게 해주지 않은 에릭에게 고마워하며 배웅한다. 그리고 대문을 나서는 에릭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한 쪽만 운동화를 신고 걸어가는모습을 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에릭의 운동화를 끌어안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덱스터의 신발 한쪽이 없다.
덱스터의 품에 안겨준 운동화는 에릭이 전에 말한 에릭이 "네 곁에 있을거야 ."라는 의미의 신발임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에릭이 가져온 덱스터의 신발 한 짝을 강물에 흘려 보낸다.
미처 치료약을 구하러 떠난 도중에 돌아와야 했던 에릭,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덱스터를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죽어서라도 곁에 있어 줄 것이고, 마저 뉴올리언즈까지 치료약을 구하러 가자는 뜻이라 여겼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마스코트처럼 나오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