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4. 26. 00:35

감독 배넷 밀러

폭스캐처

 

1996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세계 최대 화학그룹인 듀폰사의 억만장자이자 미국 레슬링협회 후원자였던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 캐처 소속 코치이자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를 총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레슬링 금메달 리스트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와 미국의 레슬링계를 이끌었던 국민 영웅 데이브 슐츠형제가 미국 레슬링협회 폭스 캐처에 차례로 영입되면서 세 사람의 갈등은 시작된다.

미국 부호에 자선활동도 하는 그가 살인자가 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살인이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영화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인 추측을 해 본 것이다.

존 듀폰은 마크 슐츠의 멘토이자 코치인 친형 데이브 슐츠를 함께 스카웃 하려고 했지만 형은 안정된 삶을 이유로 거절한다.

폭스캐처 마크 슐츠와 존 듀폰

존 듀폰은 레슬링 유망주였던 마크 슐츠를 폭스캐쳐에 입단시키고 엄청난 연봉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마크는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형보다 존을 더 의지하고 존경하게 된다. 그러나 존 듀폰이 서서히 변해가면서 둘 사이에 분열이 생긴다.

 

국민영웅인 데이브 슐츠를 자신의 밑으로 두고 싶었던 그는 마크 슐츠를 못마땅해하고 얼마가 들든 상관없이 데이브를 영입하면서 마크와 존 듀폰 사이는 금이 간다.

마크는 형의 그늘에서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살았다. 존 듀폰을 만나기 전까지는 형제 사이에는 믿음이 있었다.

형 데이브는 마크를 포기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동생을 아꼈다.

존 듀폰이 형을 인정하고 자신을 밀어내자 마크는 흔들리지만 데이브 형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난 네 형이고 너를 사랑한다 이렇게 무너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마크는 형을 인정하고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

형 데이브 슐츠와 마크 슐츠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데 존 듀폰에게 무엇이 부족했을까

레슬링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어머니라는 장벽에 막혀 꿈을 펼치지 못했다.

마크 슐츠가 소속된 팀 폭스 캐처의 코치로써 그는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의 쾌거를 달성한다.

 

어머니에게 가서 자신의 팀이 큰 업적을 이루어냈다고 트로피를 보이며 자랑을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런 저급한 운동을 하면서 네가 저급해지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존 듀폰은 어머니가 훈련장에 찾아왔을 때 실질적 코치인 데이브 슐츠를 앉혀놓고 본인이 코치 노릇을 한다.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어 직접 시범을 보이며 기술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인정받고 싶은지 또 보여주고 싶은지를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50 중반이 넘어서도 그는 어머니의 인정받기를 원했다.

듀폰은 어릴 때부터 대저택에서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손에 외롭게 자랐다.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운전수의 아들이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가 친구로 지내라고 돈을 쥐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존 듀폰과 데이브 슐츠

레슬링은 자신의 꿈이었지만 어머니에게 저급한 것으로 외면받았고, 레슬링 코치로 마크와 데이브를 영입해 금메달을 따 인정받고 싶은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돌아서 나가자 꼭 자신이 부정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관심과 애정에 굶주린 것 같았다.

어머니가 죽음으로 사라지자 그는 마구간에 가서 어머니가 아끼던 말들을 풀어준다. 그것은 어머니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갈증만큼 어머니에 대한 억압으로 갇혀있던 자신을 해방시켜주는 모습으로 비치어졌다. 말들을 더 이상 가두어두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준다. 어쩌면 이제 자신도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는 데이브 슐츠가 국민적 영웅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자신도 미국적 영웅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레슬링으로 자신을 세상에 내놓고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그저 레슬링을 저급하게 생각했고 마크도 데이브도 자신을 아버지처럼 리더로서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을 존경하고 따르던 마크가 자신과 조금씩 틀어지면서 형 데이브에게 의존하고 따르는 것을 보고 질투와 함께 열등감이 피해의식으로 작용하게 된다.

올림픽대회에서 마크에게 다가갔을 때 데이브는 마크에게 가는 존 듀폰을 막아섰다.

올림픽 경기 코치인 데이브와 존 듀폰

정작 마크를 코치하고 이끄는 것은 데이브인데도 그는 경기장에 데이브와 같이 올라가 마크에게 수건으로 부채질을 해주고 땀을 닦아주는 모습은 마크를 위한 행동이 아닌 사람들에게 금메달 리스트를 키워내는데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영웅적 의식이 깔려있었다. 영웅을 만들어낸 진짜 영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가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폭스 캐처 선수의 멘토이자 리더로, 코치로 존경과 인정을 받고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슬링마저 자신이 아닌 데이브 슐츠가 실질적 리더로 존경받는다고 생각한 그는 데이브 슐츠의 그늘에 가려 밀려난 열등감으로 결국 살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존 듀폰

어쩌면 돈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존 듀폰은 친구 하나 없는 관계 결핍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결핍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아들로 상당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식을 응원하고 표현함에 있어 부모의 기준치가 아닌 자식의 기준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멘토로 코치로서 금메달리스트를 만들어냈다는 국가적 영웅으로 자리 잡고 싶은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자 자신 안에 내재된 상실감을 끝내 채울 수 없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4. 6. 18:02

 

영화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제7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 포함된 영화로 6위에 있는 영화이다.

짐 캐리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진지한 연기로 케이트 윈슬렛과 호흡을 맞추었고, 커스틴 던스트와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 로맨스 SF물이다.

"누군가를 오래 사귀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면 결국 남남이 된단 것이다"

조엘(짐 캐리)은 파란 머리의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다.

이 해변에서 오늘 처음 만난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끌린 것이 처음이 아니다는 것이다.  실은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애인이었고,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애인이었다.

클레멘타인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반면 조엘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정반대의 성격의 두 사람은 사소하게 다투는 일이 많았고 그러다 헤어졌다.

그 이별로 인해 괴로웠던 클레멘타인은 Lacuna라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가서 조엘과의 기억을 모두 지운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른 조엘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조엘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Lacuna라는 회사에서 보낸 편지로 옛 여자 친구 클레멘타인이 당신에 대한 기억을 전부 지웠으니 예전 관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에 대한 기억만을 선택하여 그 부분만 지운 것이다. 그래서 조엘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조엘은 화가 났고, 자신도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최근 기억부터 지우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있었던 그 모든 과정들과 두 사람사이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지워진다.

기억을 하나씩 지워 갈수록 클레멘타인과 행복했던 순간들, 행복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우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게 지우고 싶지 않은 것과도 마주하게 된다.

둘만의 아름다웠던 추억의 장소, 찰스강에서의 데이트가 떠오르자 조엘은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취소하겠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가상현실이라 현실속의 Lacuna 직원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조엘은 어떻게든 지우지 않으려고 음미하려고 안간힘 쓰게 된다.

그렇게 기억은 지워지고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또 조엘은 파란 머리 클레멘타인에게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인 사이 이별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시간과 함께 아물면서 흘러간다.

사랑하다 싸우고, 미워지고, 겹겹이 쌓이는 감정으로 지쳐 가기도 하지만 시작이 뜨거웠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오지 않을 감정이다.

그녀와 보낸 시간들이 지워진다고 그리웠던 감정마저 지워지지 않는다.

서로에게 반해 끌렸던 그 설레임도 추억이 되고, 그리움으로 숙성되어 인생의 반짝반짝 빛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수시로 영화처럼 삶에 펼쳐질 것이다.

 

메리(커스틴 던스트)와 Lacuna원장 하워드도 사랑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아내에게 들키고 하워드와의 기억을 지워야 했다.

하워드(톰 윌킨슨)는 기억을 지운 매리와 함께 일하고 있었던 것이고, 메리와 사귀는 스탠(마크 러팔로)도 이 사실을 알고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워드와 사랑했던 기억은 지울 수 있어도 그를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는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화가 난 메리는 녹음된 환자들의 테이프를 환자들에게 모두 발송해 버린다.

조엘과 클레멘타인도 테이블을 받는다.

어제의 자신을 뜨겁게 했던 아름다움을  인생에서 도려내는 것이다. 어제 없이 오늘이 오지 않는다.

그녀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도려내는 것이다. 어떤 관계이든 과정 없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거센 폭우같겠지만 시간이 흐른 후 잔잔한 여우비처럼 가슴을 적실 순간이고 기억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사랑했던 기억도, 미워했던 기억도, 자신의 삶과 같이 흐르게 되어있다

헤어지는 게 두려워 시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뜨거움을 안아 볼 기회가 없다. 어느 누구도 장점만 갖고 있지 아니한다.

사랑은 달콤하게 뭉쳐있는 솜사탕 같지만 언젠가는 녹는다. 눈에 보이는 건 녹아 사라져도 달콤한 맛은 기억된다.

"잊힌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힌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

posted by 해이든 2019. 3. 1. 00:52
비긴 어게인(Begin Again)

 감독 존 카니

<원스>를 만들어낸 존 카니 감독은 또 한 번 거리밴드를 만들어 녹음실을 뉴욕 거리로 옮겨 감성을 음악에 녹여낸다. 영화  OST 'Lost Stars'와  더불어 'Tell Me If Wanna Go Home', 과 'Like A Food'같은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을 탄생시킨다. 음악만큼 사람들을 하나로 소통시키는 도구는 없다고 본다. 음악만큼 사람의 감정의 질감을 어루만지는 건 없다고 본다. 

음악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정서의 도구요. 소통의 도구요. 사랑의 멜로디라 본다. 슬프면 슬픈대로 음악을 듣고, 아프면 아픈 대로 가서 만져주는 손길 같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토닥임 같고, 지친 어깨에 쉼표를 올려주고, 상처 받은 가슴에 쓰다듬어 준다.  잠시 나를 멈춰 세우고 싶은  영화였다. 

노래도 가수를 잘 만나야 빛나듯이 사람도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데이브(애덤 리바인)는 자신이 빛나길 원하는 사람이다. 환경에 쉽게 변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지만 인간은 환경에 지배당하면서 변한다. 하지만 사랑마저 환경에 지배당하며 변질되어 가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의 이별이 길게 봤을때 더 고마울 수도 있다. 사랑보다는 덜 변덕스러운 열정이 이 영화안에서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별할 때 여기가 끝인 것처럼 슬퍼한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는 이의 눈에는 또다른 시작이다.
이별이 사랑의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시작점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그냥 한 사람이 지나간 것이다. 내게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 환경에 너무 쉽게 변질된 사랑,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마셔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이기에 어짜피 스쳐갈 바람인 것이다.

 

사랑에 눈이 가려 못 보고 있었던 것일뿐이다. 환상에서 깨어 현실로 나온 것 뿐이다. 남자보는 눈이 모자른 것으로 발길을 돌려 세워 다시 비상하면 된다. 여기가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데이브의 성공으로  사랑을 변한 게 아니었다면 그의 오래된 연인으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그의 음악적 파트너로 같이 행복했을 지 모른다. 

 

정상에 올려가고 보면 자신이 그 곳까지 올라간 여정은 까맣게 잊고 자신의 자리에서의 화려함에 도취되기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망각하고 큰 것을 보느라 작은 걸 놓치고 만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게 만들어진 걸 잊게 된다. 

작은 것에 대한 가치를 못느끼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에게 길게 봤을때 불행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나는 믿고 있는 사람이다.
 
오랜 연인이었던 데이브가 성공하여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같이 뉴욕에 오게 된 그레타,
오직 데이브만의 청으로 결정한 뉴욕행이었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이며 데이브의 작곡가로 서로 연인이며 음악적 파트너로 함께 생활한다. 

 

그저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레타는 그가 점점 스타로 성공해 감으로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간다. 지방공연으로 바쁘지만 그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했다.
순례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오랜 연인이었기에 눈빛만 봐도 그가 만든 데모 가사만 들어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레타는 그에게서 떠나온다. 사랑으로 데이브를 따라 온 뉴욕인데, 대책없이 무작정 나와 버린 그녀는 길거리 버스킹을 하고 있는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을 찾아간다.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친구, 또 한번 사랑보다 우정이 주는 믿음에 조용히 박수치고 싶어진다. 그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지만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도 스티브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힘든 그녀를 그저 편안하게 맞이해 준다.

그레타 혼자 집에 두기 싫었던 스티브는  자신이 노래하는 클럽에 데리고 간다. 우울한 그녀가 노래할 수 있게 무대로 끌어올린다.

담백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 같은 멜로디에 가사에 밥처럼 올라가 있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음악이 다 내꺼처럼 감기는 것은 아니다. 날 감동시킬 음악이 있듯이 사랑도 그러하다. 
실패한 선곡으로 귀를 혹사시키지 말고  원하는 곡에 내 귀를 맡기면 그 귀를 통해 내 마음의  정서에 단비를 내려준다. 
사랑이라고 다 뜨겁지 않고, 사랑이라고 다 아름답지 않다. 배려가 있기에 그 사랑이 지속되는 것이다.
수량화할 수 없는 사랑에 완벽함이란 없다. 그건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질감같은 것이다. 
 
음악이 주는 것은 사랑이 주는 것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기교없이 기타하나로 자신의 색을 담아내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음반 제작자 댄이다. 그는 나름 왕년에 잘 나가던 음반제작자였지만 지금은 가진 건 아무 것도 없고,  실패의 끝자락에서 좌절하는 중이다. 그들은 서로 상처의 끝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댄(마크 러팔로)은 아내의 외도로 아내와 딸과 떨어져 혼자 조그만한 빌라에서 남루하고 살고 있으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마저 쫓겨났다. 주머니는 맥주값 한 푼 없이 빈털털이지만 음악적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댄은 그녀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그녀가 마음을 돌리고 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음악적 열정은 있는데 경제적인 제작비가 받쳐주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경제적으로 뒤따라주지 않으면 고생하게 되어 있다. 음악이 감이나 실력으로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번번히 실패만 하던 댄에게 회사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댄은 뉴욕거리를 무대로 데모테이프를 만들기로 한다. 시련은 또 다른 인연으로 열정에 불을 당겼다.

 

 
음반을 제작할 돈이 없는 그는 뉴욕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연 그대로의 소리와 꾸미지 않은 그레타의 목소리를 담아간다. 그리고 그동안 잘못 살아오지 않았는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으로 그들의 음악은 서서히 옷을 입어간다. 
녹음실에서 기계로 담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의 웃는 소리, 지나가는 차소리 모든 자연이 주는 소리가 악기가 되어준다. 뉴욕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사랑, 예술, 인생이 하나로 모이게 된다.

 

이 영화는 뉴욕의 거리마저 우리에게 여행가이드처럼 안내한다. 뉴욕지하철, 센트럴파크 호수 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옥상, 차이나타운 등 
가면에 가려 덪입혀진 스타의 음악처럼 웅장하지 않아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리와 그들의 진심이 담긴 소리는 그 어떤 합주보다 빛났다
사랑, 우정, 진심, 인생, 실패, 좌절, 기쁨 그 모두를 담아내는  뉴욕거리와 음악이 만나 생동감이 넘쳤다.
 
사는 건 별 거 없다. 그래 스타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열정 불태우며 주위사람들의 손 함부러 놓지 않으며 
그저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자체로 주위와 어울리며 사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알게 된다. 

 

높은 곳에 올라 화려하게 산다고 마음까지 화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기초공사가 차곡차곡 쌓여간 건물이 오래가듯, 긴 세월 같이 한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사람사는 것 같아 좋았다.
그레타, 댄, 가족 ,친구들이 진심을 다하여 엮어낸 음악은  서로를 이끌어 주며 하나가 될 수 있는 음악으로 관계들을 엮어 준다.

 

댄은 그렇게 멀어지던 아내와 딸과의 거리도 음악으로 좁혀지고,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노래로 전해진다.

그레타가 추구하는 음악과 댄이 추구하는 음악이 어느 정점에서 만나 불꽃이 된다.

음악으로 치유된 그레타는 이제 데이브에 대한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자신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원스>에서도 화려한 무대가 아니어서 좋았다. 그저 어디서나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이야기라서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라서 좋았다.

 

< 비긴 어게인>도 뉴욕거리가 무대가 되어주어 더 정감어렸다. 티켓을 예약하고 콘서트에 가서 듣는 것이 아니고 문득 지나다 음악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같이 공감하며 보답으로 동전을 넣어주고 싶은 그런 음악이라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