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5.23 남한산성
  2. 2019.02.27 62.그것만이 내 세상 : 이병헌,박정민, 윤여정의 만남
  3. 2019.01.07 23. 광해, 왕이 된 남자
posted by 해이든 2019. 5. 23. 19:41

감독 김지용

 

남한산성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조선을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 대신들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청의 대군에게 남한산성마저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 이르고, 우리의 군사들은 추위와 굶주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티어낸다.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남한산성 안에서 대신들과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만 간다.

그 중심에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예조판서'김상헌'(김윤석)의 의견은 첨예하게 맞선다.

 

인조 (박해일)

 

인조 : 나는 살고자한다. 그게 나의 뜻이다.

예조판서: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저의 뜻이옵니다. 치욕스럽게 삶을 구걸하지 마시옵소서.

인조 : 살고자하는데 왜 죽음을 입에 담는가?

예조판서는 항복은 아니된다고 답서를 보내지 말라고 하고, 이조판서는 칸의 대군으로 세상이 모두 불타고, 온 세상이 무너질 수 있으니 답서를 보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아뢰고 있다.

이조판서 :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조판서 최명길 (이병헌)

 

인조: 그럼 누가 답서를 쓰겠느냐, 두려우냐?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달라고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

답서를 쓰겠다는 신하가 나서지 않자 인조가 한 말이었지만, 정작 인조가 가장 무능한 존재였다.

두려워 아무 결정도 못하고 신하에게 떠넘기면서 신하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조판서 최명길은 역적이 될 각오로 답서를 써 올 리고 살 길을 열게 만든다.

이조판서 :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 할 길이옵니다.

적의 아가리속에서도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

무능한 왕에게 두 신하는 축복이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 둘 모두 백성을 위하는 진정한 성인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예조판서는 치욕스럽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자는 것이다.죽을 때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는 대쪽 같은 충이요, 이조판서는 싸워야 한다면 꼭 이기는 싸움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칸의 대군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라 구걸을 해서라도 백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자가 약자에게 못할 짓이 없듯이, 약자도 강자에게 못할 짓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왕이 백성을 위해 그 수모를 감당해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성없는 왕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에 어쩌면 이조판서의 판단이 더 와 닿았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예조판서의 말에도 거부의사를 내놓을 수 없었다. 살기위해 부모를 사지로 내모는 것 또한 차마 자식으로서 백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들지 않았겠는가.

백성에게 대의나 명분같은 것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단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예조판서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와 백성들을 보며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예조판서: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와 나 그리고 임금까지 없어져야 백성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 같소.

 

예조판서와 이조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위한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참 괜찮은 영화였다. 참 많은 생각을 쏟아내게 했다.

가늠할 수 없는 두 신하의 애국심, 왕이 젤 비겁했다.

대장장이 고수의 연기도 빛이 났다.

박희순의 연기도, 꼬마 여자아이의 연기도 다 훌륭했다.

거창하게 멋을 내지 않고도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다.

혀 끝이 칼날처럼 강했다. 혀 끝에 충과 애민이 담겨있었다

혀 끝으로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의견대립하며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가면서도 서로를 벌하지 마소서, 왕에게 서로를 버리지 말고 취하라고 청하는 모습은 지금 정치판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눈물겨웠다.

서로를 질타하지 않고 의견이 다를 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다.

뜻이 같지 않다 하여 배척하는 지금의 정치판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서로가 의견이 다른 것을 논쟁으로 점철시켜 나가는 진정한 정치인 것이다.

다른 것을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중간지점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 진정한 논쟁일 것이다.

자신의 재산만 불리고 권력만 취하는 영의정 같은 정치인만 가득한 지금의 정치판,

명예로움이 무엇인지,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아는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지금의 여당과 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 싸움으로 한낱 길거리 정치로 전락시킨 것에 비하면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크다.

사익에 눈이 멀어 뻔히 보이는 수작질만 하는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영의정의 모습을 보고 있다.

국민들은 영화 한 편만으로도 영의정 같은 리더가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을 슬퍼한다.

그가 충을 논하며 내뱉는 말이 거짓됨을 한눈에 파악하고 혐오했다.

우리는 보고 듣고 판단 한다. 그들이 뱉는 막말에 귀를 닫고 싶다.

검은 속이 내장 빠져나오듯 비치는데도 국민을 위한다는 되지도 않은 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다.

제발 말장난이나 막말을 그만하고 이조판서와 예조판서처럼 논쟁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막장 드라마, 막말 정치 말고 이들처럼 논쟁한다면 어찌 우리가 정치인들을 비난하겠는가

진정 이 낡은 정치가 다 사라져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7. 01:56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 성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어릴때 아버지는 엄마 인숙(윤여정)에게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고 살림을 때려 부수는 가정폭력범이었다. 그 곳에 어린 조하(이병헌)가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몸을 웅크리고 엄마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살기 위해 조하를 두고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죽으려고 나갔다. 어린 조하와 눈이 마주친 엄마 인숙(윤여정)는 너무 절망적인 삶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삶으로부터 죽음으로 도망가는 것은 너무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생의 끝에 몰린 처절한 비명소리이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절규에 답해주듯 누군가 그녀를 삶속에 다시 집어 넣었다. 그리고 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서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조하는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지고, 아버지는 감옥을 제 방이듯 들어가 앉았다.
자신을 그 구렁텅이 속에 남겨두고 딴 살림을 사는 여자를 어떻게 엄마라 부르냐고, 아줌마지 라고 말하는 조하의 가슴에 상처가 고이  고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심판을 폭행한 것으로 선수로서의 생명은 추락하고 지금은 먹고 잘 곳도 없는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우연히 밥 먹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 엄마를 만나고 외면하지만 갈 곳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의 집에 들어간다. 
조하는 엄마의 존재가 편하지 않다.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앞에서 고통스러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엄마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까지 열리지 않는다. 자신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원망, 아버지의 폭력속에서 혼자만 살아왔던 세월에 그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같이 엉켜서 미움으로 쏟아졌다가 관심 끄고 살자로 바뀌기도 하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엄마와 살고 있는 동생 진태가 있다. 본 적도 없는 동생과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엄마만 믿고 살아갈 수 밖에 진태(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으로 "네"라는 말만 연거푸 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컴퓨터 게임과 휴대폰을 보는 것 밖에 없다. 혼자서 어딜 가거나 돈벌이는 물론 평생 엄마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동생에게 특이한 재능이 한가지 있다. 피아니스트 한가율이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고 한번에 따라하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17년이란 세월동안 연락도 없이 지낸 엄마와 동생의 진태와 한 집에 살면서 서로 경계하듯 무심한 듯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서로에게 조금씩 열어가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엄마가 조하에게 한달동안 식당에 일봐주러 부산에  내려간다고 동생을 부탁한다. 
조하가 동생이랑 전단지를 나눠주다 진태를 잃어버려 찾으려 다니다 그가 피아노앞에서 연주하는 걸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동생이 보고 있는 영상이 피아니스트 한가율인 것을 알게 되고 한가율을 찾아가 자신의 동생의 피아노 실력을 테스트 받게 한다.
진태의 피아노 재능을 알게 된 한 가율(한지민)은 진태를 도와준다. 진태가 콩쿨대회에 나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자란 행동으로 콩쿨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조하와 진태는 가까워진다. 그러다 진태를 잃어버리고 한참을 찾다 헤매다 진태를 발견한 조하는 진태를 때리고 엄마는  "니가 뭐를 잘했는데, 아를 때리노 니가 형아 아이가 아를 와 때리노!" 라고 조하를 향해 말리는 엄마의 모자 안으로 엄마의 민머리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알게된다. 엄마가 부산에 간 것이 아니고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 자식 버리고 나갔으면 잘 살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야 마음 놓고 미워하든 원망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분노했을까? 병원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의 모습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집에 있는 피아노를 때려 부숴 버린다.
억세게 고달프게 산 게 자신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게 모자란 동생으로 더 고되게 산 거 같아서일까
그리고 아버지 면회를 간다. 엄마 만났다는 말에 아버지는 "병신 새끼 하나 키우고 있더냐?"라고 말한다. 
"후회 안하세요. 엄마 때리고 나 때린 거 후회 안하냐구?"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아직고 거칠고 폭력적인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아버지 안할게요.이제 나도 자식 안하고,여기서 나오지 마세요. ..엄마 맞은 만큼 나 맞은 만큼 다 때려 주겠다고 그말 해주려고 왔다."고 말하는 조하는 엄마를 불행하게 만든 아빠에게 쏟아냈고, 
자신이 엄마를 미워하게 만든 것도 아버지라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에게 캐나다로 떠난다고 말한다. "아버지, 엄마 둘 다 용서가 안돼"
용서하지 마라고 한다. 설사 조하가 용서하더라도 엄마는 스스로 조하에게 평생 죄인 같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니만 챙길게 내 못해준 거 다 해줄게 미안하다 ." 더 모자란 자식이 더 신경 쓰이는 게 부모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 생에서는 자신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태가 더 걱정이 되는 걸 어찌 하겠는가?
그렇게 캐나다로 가려고 공항에 간 조하는 공항 대기실에서 TV에 나오는 진태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가율의 부탁으로 갈라콘서트에서 연주하기로 된 것이다.
자신이 형이 들려준 말이라고 하면서 조하가 좌우명처럼 붙여놓고 보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결국 표현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진태가 모자르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조하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발길을 돌려 엄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엄마를 모시고 진태의 갈라콘서트에 간다.  
진태는 너무 멋지게 소름끼치게 연주를 했다.엄마와 조하는 진태의 그 무한한 가능성 앞에 벅차 오른다. 감동적이었다. 휴대폰으로 한가율이 치는 영상으로 모든 음을  짚어내는 천재였고, 엄마에게 형에게 모자란 동생이 아닌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세월을 매워주는 좋은 동생이었다. 
 
가족은 그렇게 채워주지 않아도 채워지는 존재이다. 
비우려고 해도 비워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리고 엄마가 떠나고 진태는 엄마가 자주 듣는 <그것만이 내세상>을 연주한다. 
엄마에게는 진태나 조하가 자신의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자식은 엄마를 움직이게 한다. 자식으로 인해 엄마의 세상은 돌아가니까..
posted by 해이든 2019. 1. 7. 17:29

왕이 된 남자 영화포스터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에 공을 세운 덕에 15년간 조선의 왕으로 살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광해군 15일간의 행적을 상상력으로 구성하여 만든 추창민 감독의 작품이다.

왕위에 오른 광해는 시시때때로 왕권 다툼과 정적들의 역모로 인해 독살의 위기에 놓이게 되자 점점 예민해지고  어떤 사람도 믿지 못하며  그는 급기야 난폭해져 갔다.

절대 권력 '왕'이라는 자리임에도 중전의 오라비를 역모를 죽이려는 자들앞에서 그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왕,

음식조차 독이 들어 있을까 맘 편히 먹지 못하는 왕' 광해'

자신의 아내를 지킬 수 없는 왕,

작은 것부터 모든 일상이 기록되는 왕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리임에도 무기력해 보이고 가련하기까지 한 왕!

점점 예민해지고 난폭해지는 광해는 급기야 '이리 살 수는 없다' 생각하여 방책을 내놓는다.

모든 것이 노출된 왕, 그를 죽이려 드는 세력들로부터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이 필요하다고 여긴 광해는  도승지인 허균에게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명을 받은 그는 은밀히 광해를 대신할 대역을 수소문하고, 마침내 천민 출신인 만담꾼 '하선'을 발견한다.

영문도 모르고 하룻밤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마침 진짜 광해군이 알 수 없는 독극물로 의식을 잃게 되고, 도승지 허균은 광해가 의식을 차릴 때까지만

어의와 왕을 가까이에서 모셔야 하는 상선과 도승지인 자신만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하선에게 왕의 자리를 대역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왕이 될 수 없는 천민 출신 하선은 가짜 왕이 된다.

광해와 똑같은 외모와 타고난 말솜씨로 왕의 흉내를 제법 내는 하선에게 도승지와 상선은 왕과 같은 흉내를 내기 위해 교육을 시키게 되며 중전과는 절대 만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아무리 그래도 부부로 지낸 세월이 있는데 중전이 못 알아볼 리가 없다.

눈치채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웃지 않는 중전을 위해 웃으라고 하는 장면이나 중전의 오라비를 구해주는 모습이나 조금씩 호패법이나 대동법에 대해 정치적인 색이 아닌 백성의 입장이 되는 장면에서는 상상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개입이 되었다.

천민 출신의 하선은 점점 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갔다. 백성을 위한 왕말이다.

백성들의 편에서 생각하는 왕!

사대의 예를 갖추라는 신하들의 말에 "적당히들 하시오.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뭔데,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몰아야 하오. 임금이라면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 지라도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 더 소중하오."라고 말하는 광해 아니 가짜 왕 하선! 우린 이런 왕이 필요했다.

상선이나 나인들의 개인 사정을 듣고 같이 분노하고 공분하는 왕이 있었고, 그런 달라진 왕의 모습에 다들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웃지도 않던 광해에 비해  웃음이 많고, 아랫사람들에게까지 한없이 따뜻했던 하선의 따스한 면모에 상선도 도승지도 점점 매료되어가는 표정들이었다.

왕이 달라진 모습에 궁인이나 신하들이 점점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왕을 가까이에서 모신 도 부장마저 왕의 손에 굳은살이 있는 걸 보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전마저 그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왕이 가짜임을 눈치챈 세력들은 왕을 살해하기 위해 팥죽에 독극물을 넣으라고 상궁에게 지시하고, 상궁은 나인 사월이에게 팥죽에 넣으라 한다. 

안 그러면 우리가 죽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월은  그동안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왕을 차마 죽게 할 수 없어 본인이 삼키고 만다. 

독극물을 먹고 죽어가는 사월에게 '내가 임금이다'말하라 누가 널 이리 했는지를...

하선은 사월이를 죽게 만든 자들을 잡아들이고, 그들은 왕이 자신들의 목을 조이게 되자 그가 진짜 임금이 아니라는 궁인의 말을 듣고 군사를 몰고 들이닥치게 된다.

도승지 허균은 하선에게  떠나라 한다.

그러나  그는 "싫소. 사월이를 저리 만든 자들을 벌하지 않고는 못 떠난다" 라 말한다.

이에 도승지는 하선에게 말하기를 "하면 진짜 왕이 되시던가, 사월이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백성의 고열을 빠는 저들을 용서할 수 없다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루어 드리리다."

이 장면에서 반전을 꿈꾸었다.

허구를 역사적인 배경에 집어넣은 건 알고 있지만, 도승지가 하선을 진짜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선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왕이 되고 싶소이다. 하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 죽어야 하고, 또 그로  누군가 죽여야 한다면 나는 싫소. 진짜 왕이 그런 거라면.. 내 꿈은 내가 꾸겠소이다."

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그러면서 하선은 임금의 자리가 그리 편할 수 없는 자리라는 걸, 또 권력을 쥐었다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자신의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자리라는 걸 알았나 보다.

두 왕을 섬긴 도승지는 하선이 그동안 한 일을 적은 보름간의 승정원일기를  진짜 광해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불충을 알뢴다.

그리고 이 엄청난 비밀을 묻고자 했던 광해는 그동안 가짜 왕 '하선'을 죽이라 어명을 내린다.

가짜인 줄 알지만 진정 마음으로 섬기었던 하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운 도 부장, 그리고 배를 타고 떠나는 포구에서 배에 탄 하선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어 머리를 숙이는 허균의 모습에 또 뭉클했다.

두 왕을 섬기었다는 도승지의 말처럼 허균의 마음 안에는 하선이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소불위 같은 왕의 자리도 어쩜 한낱 천민의 자리보다 힘들어 보이는 위치라는 걸 내게 보여준 것 같고, 높은 곳에 오를수록 떨어질까 하는 두려움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화려한 궁전이라도 그 안의 사람들에게 웃음이 존재하지 않는 걸 보면 가진 거 없는 하선의 마음이 궁안의 왕보다 더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은 피 냄새만 가득했다.

그런 곳에 하선이 웃음으로 사람들을 끌어안았고, 그 웃음이 그 따스함이 그들의 언 마음을 녹여 주었다고 본다.

연기자 각자의 캐릭터가 그 역에 잘 스며들었고, 1인 2역을 맡은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예민하고 난폭했던 광해와 인간미 넘치는 천민 만담꾼 하선 역을 너무 훌륭하게 연기해 냈다.

충신 도승지 허균 역을 류승룡은 마치 자신의 옷을 걸친 듯 자연스러웠으며, 도부장 역을 한 김인권, 나인 역을 한 심은경, 조내관 역을 한 장광, 중전 역인 한효주까지 모두 모두 훌륭했고, 따뜻했고, 아련했다.

멋진 영화이고, 멋진 작품이었다.

왜 천만 관객인지 영화를 본 이들은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